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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농민 위한 '농협금융', 욕 먹지 않고 실적 내려면

NH농협은행 본점 전경. ⓒNH농협은행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NH농협금융지주는 실적 딜레마가 있다.

실적이 좋아도 마냥 기뻐할 수 없고 실적이 안 좋아도 마냥 슬퍼할 수만은 없다. 농협은 농민들의 발전을 위해 출범한 일종의 서민금융기관으로서 설립의 취지를 봤을 때 무작정 당기순이익이 높은 게 능사는 아니라는 말이다.

실제 농협금융의 저조한 실적에 대한 지적이 나올 때면, 꼭 등장하는 말이 '설립 취지'다. 이 단어는 5대금융 중 당기순이익이 가장 낮은 농협금융에겐 어쩌면 '정당성' 혹은 '위안'으로 다가올 수 있다. 농민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이니 수익을 많이 내는 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농협금융은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농협의 '설립 취지'에 비춰보면 욕을 먹기 십상인 순간이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꼭 이자장사로만 순익을 올려야 하는 거냐"고 반문했다.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으로 구성되는 당기순이익중 수수료와 유가증권 등의 비이자 이익을 늘려 실적을 높이면 '설립 취지'에도 반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농협 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사들도 예대마진 보다는 투자 등 비이자 부문에서 수익을 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같은 이상적인 구조는 이번 농협금융의 실적에선 나타나지 않았다.

농협금융의 올해 상반기 이자이익은 4조34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59억원 증가했다. 특히 농협금융의 주요 계열사인 NH농협은행의 이자이익이 828억원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농협금융의 비이자이익은 1381억원 감소한 1조1120억원이었다. 비이자이익의 감소는 유가증권 운용이익이 1082억원 줄어든 것이 크게 영향을 끼쳤다.

다른 금융지주들이 올 상반기 비이자 이익이 늘어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농협금융과 꼴찌 자리를 다퉜던 우리금융지주는 이자이익이 소폭 감소한 반면 비이자이익은 무려 45.1% 증가했다. 신한금융지주 역시 이 기간동안 비이자이익이 800억원 가량 늘어났다.

이런 가운데 농협은행은 예대금리차 역시 타 은행들보다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지난 6월 신규 취급 기준 가계대출(정책서민금융 제외) 예대금리차는 평균 0.514%p였다. 이 중 농협은행은 예대금리차가 0.68%p로 가장 높았다.

예대금리차는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간 격차다. 예대금리차가 높을수록 은행의 이자수익이 올라간다.

물론 단순히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등의 일정 기간 표면적인 수치들로 금융사의 실적을 재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이자장사에 대한 날선 시선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최소한 농협금융이 5대 금융 중 매번 순이익이 꼴찌라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설립 취지'를 살리려면 순익의 질을 높이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는 비단 농협금융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지만, 서민을 위한 농협금융에겐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 밖에 없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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