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은 보건의료 서비스와 헬스케어에 대한 접근을 대중화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의료분야에 대한 규제는 환자를 보호할 수 있되 충분한 유연성을 갖추고 혁신을 촉진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롤랜드 일링 AWS 최고의료책임자(CMO)는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월터E.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공공부문 대상 ‘AWS 워싱턴DC 서밋’이 열리는 가운데 <디지털데일리>와 만나 이같이 강조했다. 중재 방사선 전문의인 일링 CMO는 AWS에서 AI 기술이 효율성과 건강 형평성, 환자 결과 개선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일링 CMO는 “AWS의 창립 목표는 컴퓨팅 역량이나 데이터,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에 대한 접근을 전세계 모든 기업과 기관에 대중화하겠다는 것이었고, 지금은 생성형 AI에 대해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며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광범위한 파운데이션모델(FM)을 사용함으로써 생성형 AI 도입이 가속화될 것이며, 앞으로 건강에 대한 모니터링부터 진단과 치료, 장기 케어 등 환자의 모든 여정에 AI가 녹아들 것”이라고 봤다.
일링 CMO가 생각하는 생성형 AI의 실질적인 힘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가져다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게놈(Genome)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제노믹스 잉글랜드는 이러한 관점에서 AWS와 협력하는 대표적 사례다.
일링 CMO는 “우리는 아마존 베드록 서비스와 앤스로픽의 거대언어모델(LLM)인 클로드 모델을 통해 전세계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20개의 새로운 유전자를 식별했다”며 “이 유전자가 발달장애와 관련 있다는 것은 과거에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었지만, 제노믹스 잉글랜드는 이러한 유전자 표적 연구를 통해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아마존 베드록은 앤스로픽의 클로드를 비롯해 다양한 파운데이션모델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완전관리형 AI 서비스다.
특히 생성형 AI는 보건의료 서비스를 대중화하는 길이 될 것이란 게 일링 CMO의 생각이다. 암 전문의가 부족한 아프리카에서 원격 환자 모니터링 및 암 관리가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휴론AI도 좋은 예다. 휴론 AI는 아마존 베드록을 사용해 파운데이션모델을 기반으로 종양학 관리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고 있다.
일링 CMO는 “휴론AI의 플랫폼은 모든 국가나 병원 내 암 치료 과정과 현지 규제가 다 다른 상황에서 환자들이 암 치료와 관련해 자신의 교육 수준에 맞게 쉽게 질문하며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는 플랫폼으로, 이는 언어가 구체화되고 번역에 능한 생성형 AI의 가장 큰 이점을 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프리카 르완다의 경우 암 환자 3000명당 종양 전문의가 1명밖에 되지 않는데, 환자들은 생성형 AI 챗봇에 접속해 대화할 수 있고 휴대폰만으로 암 치료에 대한 조언을 받을 수 있다”며 “이런 도구를 사용해 환자들은 필요한 순간에 치료와 케어 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휴론AI는 AWS가 운영하는 ‘AWS 의료 형평성 이니셔티브’의 기금 수여자기도 하다. 올해 2000만달러의 추가 투자를 통해 총 6000만달러(약 829억원) 규모로 커진 이 기금은 의료 평등을 위한 목적을 다루고 있다면 누구나 지원받을 수 있다.
AWS는 한국 기업들도 주목하고 있다. 일링 CMO는 의료영상 AI기업 루닛에 대해 “유방암과 폐암 등 영상진단을 위해 루닛이 개발한 알고리즘은 거의 96%의 정확도를 보여주고 있으며 삼성서울병원을 비롯해 유럽, 중동, 멕시코 병원들도 이 알고리즘을 쓰고 있다”며 “또한 난임치료 관련 알고리즘을 개발한 또 다른 한국 기업 카이헬스도 AWS와 협력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이러한 의료 대중화 또는 의료 형평성에 대한 AWS의 노력은 결국 기술의 민주화라는 중점 가치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일링 CMO는 “AWS는 생성형 AI에 대해 파운데이션모델을 대중화하고자 하는 독특한 접근을 하고 있고, 실제 지금은 하나의 회사가 하나의 파운데이션모델을 만드는 것에 대해 여러 얘기가 나오지만 미래에는 수백~수천개의 모델이 존재할 것이라 본다”며 “우리는 다양한 조직들이 파운데이션모델을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통해 접근할 수 있게 하고, 그들이 바로 가져다가 배포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와 같이 생성형 AI를 통한 의료 혁신을 위해서는 각국 규제에 대한 준수와 보안 역량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전세계적으로도 의료분야에서는 아직도 엄격한 규제를 두고 있고, 이것이 때로는 의료 디지털혁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우려도 사고 있다. 한국 역시 여러 규제로 인해 원격진료와 의료 데이터 활용 등이 제한적인 나라 중 하나다.
이에 대해 일링 CMO는 “혁신과 규제 사이 균형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며 “물론 규제가 잘 마련돼 있어야 환자를 보호하고 해악을 방지할 수 있지만, 동시에 규제는 충분한 유연성을 가지고 있어서 혁신을 촉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링 CMO는 “특히 헬스케어 영역에선 환자의 정보를 건드리지 않아도 생성형 AI가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며 “의료기관에서 외부로 공개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활용해 예를 들면 환자가 외래 업무 시간이 궁금할 때 생성형 AI 챗봇과 대화할 수 있듯 상당히 저위험도의 유즈케이스부터 단계적으로 접근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규제에 뒤따르는 보안 요구도 물론 충족해야 한다. 일링 CMO는 “AWS는 전세계 100여개가 넘는 보안 및 컴플라이언스 관련 인증을 획득했으며, 우리의 기술을 통해 많은 기관들이 그들의 데이터를 통제력이 높은 보안 환경 내에서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이미 미국·영국·호주·싱가폴·인도·일본 등 많은 국가가 AWS를 사용해서 환자의 식별가능한 개인정보도 저장할 수 있게끔 정책이 마련돼 있고, 그럼에도 AWS는 이 데이터를 볼 수 없음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링 CMO는 “의료분야 디지털혁신에 도달하기까지는 많은 단계들이 있고 AWS는 보안에서부터 출발해 모든 단계를 엔드투엔드로 지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AWS는 이번 서밋에서 전세계 소아 및 아동 관련 문제에 있어 비영리 기관들이 AWS 클라우드의 힘을 활용할 수 있도록 1000만달러(약 139억원)를 기부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 자금은 취약한 소아 환자 집단에게 중요한 연구를 돕는 데 사용된다. 1000만달러 중 300만달러는 워싱턴DC의 어린이국립병원과 오하이오 주의 전국어린이병원(Nationwide Children’s Hospital), 릴라빈 재단의 어린이뇌종양네트워크(Children’s Brain Tumor Network) 등 세 기관에 100만달러씩 기부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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