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전 업계의 경쟁이 뜨겁다. AI 가전 타이틀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렌탈 사업에서 장외경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가전 구독이란 이름으로 렌탈 사업을 펼치는 LG전자에 뒤이어 삼성전자도 가전 구독을 준비 중임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이는 회복이 불투명한 가전 업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타개책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국내 가전 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12% 하락한 바 있다. 가전 업계가 제품 판매에서 나아가 관리의 영역에서 맞붙게 되면서, 기존 렌탈 및 가전 양판 업계도 영향을 받게 됐다. 가전 구독이 불러온 관련 업계 지각 변동을 살핀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옥송이 기자] LG전자에 이어 삼성전자도 구독 서비스를 선언했다. 기존 렌탈 업계의 반응은 걱정과 기대감 두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가전 업체들의 '가전 구독' 사업은 결국 기존 렌탈 업체와의 경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예상이다. 실제 수년 전부터 렌탈사업을 펼치다가 구독으로 이름을 변경한 LG전자의 경우 방문 관리 인력인 케어십 매니저가 존재한다. 이를테면 코웨이의 방문 관리인을 뜻하는 코디와 동일한 역할이다.
그럼에도 대기업의 진출로 인해 렌탈 산업군 자체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당장 직접적인 피해를 점치지는 않는 분위기다. LG전자가 일찌감치 렌탈사업에 뛰어들었음에도 불구, 기존 렌탈 업계는 사업을 견조하게 이끈 경험이 있어서다. 또한, 한 번 계정을 등록하면 장기간 고객이 유지되는 사업 특성상 시장 변화에도 큰 타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가전시장 매출은 온·오프라인을 합쳐 전년 대비 12% 하락했다. 수량 기준으로는 17% 감소다. GfK는 물가 상승 폭이 커진 데다 인플레이션이 지속돼 가전 판매가 줄었다고 분석했다. 반면 렌탈 업계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업계 1위 코웨이의 경우 지난해 연간 매출과 영업익은 각각 전년 대비 2.9%, 8% 증가한 3조 9665억원과 7313억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수준이다. 청호나이스는 지난해 매출 4528억원, 영업익 450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2%, 12% 늘었다.
렌탈 계정 수로 살펴봐도 상승세다. 국내 기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코웨이는 650만에서 이듬해 661만, 지난해는 679만명으로 집계됐고, SK매직은 216만에서 2022년 230만, 작년 말에는 242만 계정 수를 달성했다.
현재 렌탈 업계가 취급하는 품목은 크게 정수기(얼음정수기, 냉온정수기, 직수정수기 등), 공기청정기, 비데, 매트리스, 생활가전(청소기, 펫가전), 주방가전, 건강 가전 등이다. 이중 LG전자의 구독과 비교했을 때 겹치는 품목은 정수기·공기청정기에 한정된다. LG전자는 PC·TV·냉장고 등의 대형 가전 위주로 구독을 전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LG 이상의 파장을 가져올지는 어떤 품목으로 구독 사업을 시작하느냐에 달렸다"면서 "LG와 삼성이 렌탈 업체가 보유하지 못한 대형 가전 위주로 구독 사업을 펼치고, 렌탈 업체는 기존 강세 품목과 생활가전에 집중한다면 서로 큰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국내의 경우 렌탈 시장이 성숙기 단계라 성장 속도는 다소 정체돼 있어 삼성·엘지가 사업을 확장하려 해도 기존 정수기·공기청정기·비데 등 전통 렌탈 강세 품목에서는 여러모로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기존 렌탈 업계는 가전 업계의 구독에 대항할 강점으로 대규모인 동시에 오랜 업력을 지닌 관리 서비스를 꼽는다. 코웨이 코디는 1만3000여명, SK매직의 MC는 3500여명, 청호나이스의 플래너는 2500여명이다. 그 외 렌탈 중견기업의 방문 관리 인력도 각 사마다 2000~3000여명 대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 구독이든 기존 렌탈이든, 사업 영위에 있어 중요한 부분은 결국 제품 관리에 있다"라며 "렌탈 업계는 업력에 기반한 전문가들의 체계적이고 차별화된 서비스가 강점이며 이를 지속 내세울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렌탈 업계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품 카테고리 확장에 나설 방침이다. 고객당 향후 몇 년간 매출이 보장되는 만큼 고객을 타사에 뺏기면 큰 타격을 입기에 락인효과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 업계의 가전 구독이 당장 렌탈 업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렌탈 업계는 시장 방어를 위해 사업 다각화가 필요하다"며 "방문 관리 노하우를 살리면서 소비자를 지속 유인할 수 있는 카테고리를 개발해 나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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