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부진한 1분기 성적표를 받은 LG에너지솔루션이 실적 개선을 위한 재무적·사업적 운영 전략을 공유했다. 설비 원가 절감과 설비투자(CAPEX) 우선순위 지정 등으로 투자 규모를 능동적으로 변화시키는 한편, 고전압 미드니켈·4680 등 신규 소재 조성·폼팩터 배터리로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가동률이 떨어진 폴란드 등 일부 생산라인을 에너지저장장치(ESS)·하이브리드차량(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와 같은 타 응용처로 전환하는 방향도 고려하고 있다.
원재료 부정적 래깅 효과·유럽 수요 급감…2Q 반등 가능성 '오리무중'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25일 열린 2024년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전략 고객 수요에 적극 대응하며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가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달성했으나 전방 시장 수요 둔화, 메탈 가격 하락분 판가 반영 등 요인으로 전체 매출은 전분기 대비 23% 감소했다"며 "손익 또한 시장 수요 위축에 따른 가동률 조정 등 고정비 부담 증가, 메탈가 하락으로 인한 원재료 투입 시차(Lagging) 효과에 따라 전분기 대비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1분기 매출 6조1287억원, 영업이익 1573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9%, 전분기 대비 23.4%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5.2%, 전분기 대비 53.5% 급감했다.
1분기 영업이익에 반영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 공제 금액은 1889억 원이다. 고객사 수요 감소와 미시간 법인의 신규라인 전환에 따른 일부 생산라인 중단으로 전분기 대비 감소했다. IRA 세액 공제액을 제외한 1분기 영업이익은 -316억원이다.
이창실 CFO는 "2분기에도 리튬과 같은 주요 원재료 하락에 따른 래깅 효과가 남아 있고, 유럽 중심 고객 수요 회복에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북미 생산량이 늘면서 IRA 수혜 효과가 증가하고 있으나, 유럽 내 배터리 생산 가동률이 정상적인 수준까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1분기 대비 유의미한 개선이 될 것이라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올해 CAPEX 계획 수정…능동적 비용 절감·자산 운영 최적화 추진
LG에너지솔루션은 이같은 전기차 시장 둔화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능동적인 투자 대응을 통한 비용 효율성 강화를 제시했다.
회사는 현재 진행 중인 여러 프로젝트 수요 변화를 면밀히 검토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투자 규모와 집행 속도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나갈 예정이다. 또 생산 시설별 가동률을 최대로 높일 수 방안을 모색해 고정비 부담을 완화하고, 물류비·유틸리티 비용 등도 최적화해 기초체력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이 CFO는 "최근 고객사 상황을 볼때 당분간 대외 환경과 수요의 개선 가시성이 크지 않다"며 "중장기 수요 대응과 선제적 생산능력 확보를 위한 필수적 투자에 집중하되, 투자 우선순위를 따져보고 능동적으로 투자 규모 및 집행 속도를 조절해 CAPEX 집행 규모를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객사와 긴밀한 소통을 통해 투자 적합성을 평가하겠다"면서 "CAPEX 지출 줄일 수 있도록 사업부간 유휴라인 이관 등 여러 방안을 동원해 자산 운영 최적화하고, 경쟁 입찰 기반 설비 가격 인하를 통한 설비 원가 경쟁력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원재료 수급 측면에서도 중국 상주리원과 16만톤 LFP 양극재 공급을 체결하고, 호주 WesCEF와 8.5만톤 리튬 정광 공급 계약 등 성과를 얻었다. 그러는 한편 1조6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확보, 애리조나 공장에 대한 20년 장기 리스 계약 등 단기 재무 부담 완화 등의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ESS 이어 PHEV·HEV 라인 전환 대응…4680 신제품·신사업 판도 확대
제품 공급 측면에서는 전기차 외 타 애플리케이션으로의 생산 라인 전환 등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중국 전기차 업체 경쟁 참여, 고금리 기조 유지, 배기가스 규제 완화 등으로 성장 기대치가 낮아진 유럽 시장 내 타 응용처 배터리 수요를 확보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최근 가동률이 떨어진 폴란드 공장 내 일부 유휴 라인을 HEV 등 다른 제품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강창범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최근 연비규제 완화와 단기적 EV 수요 둔화로 HEV·PHEV 모델이 확대되고 있다. 모델 확대로 차량 대수 기준으로 xEV 비중이 늘어나겠지만, 이들 모델의 낮은 배터리 용량으로 2030년 용량 기준으로는 10% 아래에 머무를 것"이라며 "기존 라인을 활용해서 고객 수요에 대응할 계획을 갖고 있고, EV에 집중하는 기존 전략은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회사는 최근 전력망 수요 확대로 성장 중인 ESS 전략도 공유했다. 최신근 ESS 전지기획관리담당은 "지난해 말부터 중국 난징 라인 일부를 리튬인산철(LFP)로 전환해 생산하고 있다"며 "ESS 시장 내 LFP 수요 증가에 대비해 오는 2025년 하반기 난징 라인에서 LFP 롱셀 배터리 생산을 시작하고, 애리조나 공장 내 ESS 배터리 전용공장을 17GWh 규모로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수요가 떨어진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는 비교적 전기차 수요가 유지되는 북미 시장을 중점적으로 공략하는 한편, 4680 원통형·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 등 보급형 차량에 대응 가능한 제품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오창 공장에서 3분기부터 4680 등 원통형 46시리즈를 양산하고, 고전압 미드니켈 수요에 대응해 관련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그러는 한편 일부 성과를 얻은 신사업을 고도화한다. 지난 3월 퀄컴 테크놀로지와 함께 첨단 BMS 진단 솔루션 개발 협력에 협의했고, 사내 독립기업 쿠루(KooRoo)도 서울 지역에 200여개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BSS)을 설치하는 등 사업을 본격화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신사업을 통해 배터리 생산과 판매를 넘어 서비스 사업에서도 선도적인 ‘기술 리더십’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는 "올 한 해 녹록치 않은 시장 환경이 예상되지만 근본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꾸준히 실현해 압도적 기술리더십을 갖출 수 있는 기반을 단단히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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