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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웨이브 2024]⑥ AI 규제 법제화 속도내는 미국‧유럽… 한국은 지지부진?

<디지털데일리>가 주최하는 [AI WAVE 2024]가 오는 5월 9일, 서울 롯데호텔의 사파이어 볼룸에서 열립니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산업별 AI 혁신과 도전과제’로, 인공지능 기술이 여러 산업 분야에 미치는 영향과 이로 인한 시장 변화를 심도 깊게 다룰 예정으로 <디지털데일리>는 행사에 앞서 AI 기술의 현 주소와 각 산업별 도입 사례 등을 조망하는 기획기사를 연재합니다.<편집자>

마이크로소프트의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로 만든 이미지
마이크로소프트의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로 만든 이미지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유럽연합(EU)이 지난 3월 세계 첫 인공지능(AI)에 대한 규제 법안을 통과시켰다. AI가 가진 위험성을 관리하기 위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시장에 출시하기 전 적합성 평가를 거치도록 했다. 만약 법을 위반하는 기업에게는 최대 전 세계 매출의 7%를 과징금으로 부여할 수 있다.

EU가 가장 빨랐지만 AI에 대한 규제법을 논의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 중국, 일본,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은 안전한 AI 활용을 위한 규범 마련에 착수했다.

미국의 경우 작년 10월 AI 개발 및 사용에서 지켜야 할 규정들을 담은 행정명령을 공개했다. 미 당국은 행정명령 발표문에서 “미국은 적극적으로 AI 규제 의제를 제시하는 국가”라며 “앞으로 AI의 개발 및 사용을 관리하기 위한 국제적 프레임워크를 만들고 해외 동맹국 및 파트너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AI 행정명령은 안보나 경제, 공중보건과 같은 안전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AI의 경우 안전 검사 결과를 정부에 제출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답고 있다. EU와 같이 포괄적인 규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행정명령에 그치지 않고 입법적인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내용은 세계 각국들이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AI 규범을 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EU의 AI법은 AI가 학습하는 데이터와 학습방법을 공개토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것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 기업들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1월19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서 개최된 '제5차 인공지능 최고위 전략대화' 현장 모습
1월19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서 개최된 '제5차 인공지능 최고위 전략대화' 현장 모습

세계적으로 AI 규제 선점을 위한 움직임이 빨라지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주요 대학과 법무법인 등을 중심으로 AI 입법에 대한 토론이 활발히 진행되는 중이다.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와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려대학교 데이터‧AI법센터가 지난 8일 개ㅚ한 ‘EU AI법의 내용과 시사점’을 주제로 한 온라인 세미나(웨비나)도 그중 하나다.

웨비나에 참가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권은정 박사는 “앞으로 분야별로 AI 표준경쟁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부처간 소모적인 논쟁을 거두고 협력과 조직간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며 “분야별 AI 혁신을 지원하고 위험성을 대응하는 규율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 글로벌 차원에서 협정을 체결하고 AI 과세 전략까지도 마련해야 하는 만큼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국회에는 이미 다수의 AI법이 제출됐다. 2021년 7월 정필모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것을 시작으로 윤두현 의원(국민의힘) 등 여‧야당에서 다수 법안이 제출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법안심사소위원회는 2023년 2월에는 제출된 7개 법안을 통합한 위원회 안(가칭 ‘AI기본법’)을 대안으로 상정했다. 상임위 본회의, 법제사법위원회, 국회 본회의 등 절차가 남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 및 전문가들은 해당 법안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초기에는 법안 통과에 힘이 실렸다. AI 서비스의 빠른 개발 및 출시를 가능케 하는 ‘우선허용‧사후규제’ 조항 때문인데, 정부 및 국회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조항은 현재 배제된 상태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시민단체 등이 해당 조항을 문제 삼았기에 빠른 법안 통과를 위해 반대 의견을 반영한 것인데,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굳이 빨리 통과시킬 필요가 없어졌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4월8일 'EU AI법의 내용과 시사점'을 주제로 열린 웨비나의 종합토론 모습. 왼쪽부터 김앤장 한혜원 변호사, 고려대 김상중 교수, 한양대 박혜진 교수, 고려대 이성엽 교수, 네이버 손지윤 이사, 개인정보위 태현수 과장 [ⓒ웨비나 캡처]
4월8일 'EU AI법의 내용과 시사점'을 주제로 열린 웨비나의 종합토론 모습. 왼쪽부터 김앤장 한혜원 변호사, 고려대 김상중 교수, 한양대 박혜진 교수, 고려대 이성엽 교수, 네이버 손지윤 이사, 개인정보위 태현수 과장 [ⓒ웨비나 캡처]

깜깜이 입법에 대한 불평도 나온다. 네이버 손지윤 이사는 8일 “EU AI법을 보고 굉장히 놀랬다. 우리나라로 치면 고시에서 나올 것 같은 내용들도 법률에 다 들어가 있었다”며 “법률이 만들어진다면 기업들의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칠 거다. 우리도 ‘일주일 동안 의견 주세요, 땡’ 이게 아니라 기업들도 논의의 과정에 참여해 같이 토론할 수 있는 과정이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AI기본법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법무법인 광장의 고환경 변호사는 지난16일 AI전략최고위협의회 법‧제도분과에서 “기업 차원에서 법제적인 측면에서 예측 가능성이 담보돼야 투자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며 “국회에 계류돼 있는 AI기본법이 조속히 제정돼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피력했다.

관건은 시점이다.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는 법안은 오는 5월31일인 제21대 국회 회기까지 처리돼야 한다. 회기까지 통과되지 못하면 계류 법안은 모두 자동 폐기된다.

이 경우 6월부터 열리게 되는 제22대 국회에서 새로이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의장단은 어떻게 구성할지, 상임위원회별 소속 의원은 누구로 할지 등을 위한 원 구성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상임위가 결정된 뒤 소속 국회의원이 AI 법안을 새로이 발의해야 하는데, 올해 내 입법은 힘들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정부는 제21대 국회 회기 내에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남철기 AI기반정책과장은 “법 제정이 계속 지연될 경우 AI 관련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져 투자가 위축되고 산업의 경쟁력이 저하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올해 내 통과가 불발된다면 어떻게 할지에 대해 ‘플랜 B’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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