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캐즘(Chasm) 구간에 돌입하면서 배터리를 비롯한 하위 공급 협력사들의 1분기 실적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다. 다만 지난해 폭락했던 리튬 가격이 소폭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오는 하반기부터는 실적이 점점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의 1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1조635억원, 영업손실 97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47.1% 하락하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분기 대비로는 매출이 9.9% 감소하고, 영업손실 폭은 전분기 기록한 1119억원 대비 대폭 개선됐다.
엘앤에프도 1분기 매출 7003억원, 영업손실 12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 48.6% 감소, 영업이익 적자전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분기 대비로는 매출이 6.4% 증가하고, 영업손실 폭은 전분기(2805억원) 대비 1600억가량 개선될 전망이다.
포스코퓨처엠의 1분기 실적은 양사 대비 선방할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 실적 컨센서스 기준 매출은 1조1628억원, 영업이익은 247억원이다. 전분기 대비 매출은 1.4% 상승하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한 수치다. 지난해 재고평가손으로 반영된 N65 등 일부 양극재가 1분기 매출로 인식되면서 실적에 긍정적인 효과를 줬을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중반께 시작된 리튬값 폭락에 따른 부정적 래깅 효과(원재료 투입 가격 시차 효과)가 실적 부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연말께 시작된 전기차 업체의 재고조정 이후, 수요가 반등하지 못한 것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쌓였던 재고들이 점점 매출로 인식되는 등 공급 물량이 소폭 올라온 점은 긍정적이다. 이에 따른 수출 데이터도 반등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기준 1분기(1~3월) 양극재(NCM, NCA 포함) 수출 물량은 5만6943톤으로 전분기(10~12월) 4만7643톤 대비 19.5% 증가했다.
2분기부터는 바닥을 찍은 리튬 가격이 안정화된 점이 유효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한화투자증권은 3월 국내 양극재 수출 가격이 kg당 29.2달러로 전월 대비 6.4% 하락했지만, 4월 잠정치(1~10일) 기준 kg당 29.3달러로 소폭 상승한 것으로 봤다.
양극재 가격이 오른 것은 주요 원재료인 리튬 가격이 소폭 반등한 덕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가 조사한 19일 기준 탄산리튬 가격이 ㎏당 109.5위안으로 1월 중순(86.5위안) 대비 26.5% 상승했다. 통상 배터리 업계가 2~3개월 전부터 주요 원재료를 비축하는 것을 고려하면, 2분기도 1분기에 이어 이익 개선 효과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양극재 업계는 본격적인 반등 시기로 하반기를 꼽는 분위기다. 최종 고객사인 전기차 업체의 신규 차량 출시에 따라 물량이 늘어나고, 사급 구조가 적용된 계약이 늘어나면서 이익률이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비교적 저렴한 제품이 증가하는 점은 변수다.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가 낮은 인프라 확보와 높은 차량 구매단가 등이 원인으로 지목돼 온 만큼, 당분간 리튬인산철(LFP)과 미드니켈 등 중·저가 제품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서다. 대외 변수에 영향을 받는 리튬, 니켈 가격도 꾸준히 지켜봐야 할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한 배터리 소재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미드니켈, LFP 양극재가 높은 수요를 보일 전망이나 하이니켈 양극재에 대한 고객사의 수요 역시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며 "내년부터 하이니켈, 단결정 양극재 매출이 늘어나게 되면 다소 침체된 현 시장 국면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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