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전기차 시장 캐즘(Chasm) 진입에 따라 배터리 물량이 줄면서 국내 양극재 선두 기업인 에코프로비엠의 실적 눈높이도 낮춰지고 있다. 특히 일부 고객사로의 물량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원가절감·고객사 다각화와 관련한 대안이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포드는 북미 지역 내 일부 전기차 출시 계획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전기차 시장 둔화로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다. SK온은 포드와 합작한 블루오벌SK의 기존 양산 일정에는 차질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는 관련 수요 둔화에 따른 재고가 쌓인 것으로 전해진다.
양극재를 공급하는 에코프로비엠 역시 이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메탈 가격 급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한 데 이어, 전기차 수요 둔화로 매출 감소가 실적 부진에 반영된 것. 최대 고객사인 삼성SDI의 역성장도 영향을 받았다. 이에 따라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1147억원으로 전년 동기, 전분기 대비 적자전환한 실적을 내놨다.
당분간 매출 성장 자체가 저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배터리 셀 제조사의 공장 가동률이 저조한 기조가 이어진 가운데, 주력 고객사인 SK온이 경쟁사로 양극재 물량을 다각화하고 있어서다. SK온은 엘앤에프와 함께 6년 동안 30만톤 규모 양극재를 받는 계약을 체결했고, 나머지 물량을 유미코아 등으로부터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의 전기차 감산으로 SK온 내 현대차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에코프로비엠의 관련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에코프로비엠과 SK온이 지난 2021년 체결한 계약에 대한 공급 규모도 지켜볼 대목이다. 양사는 당시 양극재 가격 기준 10조1110억원에 달하는 하이니켈 NCM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계약은 올해부터 시작돼 2026년까지 3년 간 진행된다. 다만 급감한 양극재 판가에 따라 당시 예상 금액인 10조원 가량 대비 규모가 크게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양극재 공급 계약은 특정 시기마다 공급 가격을 논의해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양극재 판가가 지속적으로 감소해온 터라 관련 계약 매출이 얼마나 진행될지도 지켜봐야한다"고 언급했다.
반면 삼성SDI로의 공급 판도는 견조하게 유지될 전망이다. 양사가 합작한 에코프로이엠이 삼성SDI의 양극재 물량을 대량으로 납품하고 있어서다. 삼성SDI가 매입하는 양극재 구매 단가가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타사 대비 높은 것도 실적 방어에 한몫하고 있다.
업계는 에코프로비엠이 안정적 매출을 확보하기 위한 고객 다각화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테슬라와 거래를 트기 위한 논의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사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테슬라로 추정되는 미국 자동차 업체와 전구체 공급 계약을 맺은 바 있어, 관련 협력 판도가 넓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와 별개로 LG에너지솔루션 공급을 추진했던 전략 제품인 'NCMX'에 대한 기대감은 사그라든 모습이다.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배터리 물량 감소로 양극재 수요가 덩달아 떨어진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이 LG화학의 양극재 공급 비중을 높이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NCMX는 기존 삼원계 NCM 양극재에 미지수 'x'로 표현된 코팅·첨가제를 추가한 양극재 제품이다. 업계에서는 x를 알루미늄(A)이라고 보고, LG에너지솔루션이 주력으로 활용하는 NCMA를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해왔다. NCMX 양산은 당초 지난해 양산이 유력했으나 일정 연기에 따라 올해 말 양산으로 계획이 변경된 바 있다.
회사는 고객 다각화 외 자구적인 수익성 향상을 위한 원가 절감 방안도 내놨다. 연초 원가 혁신을 목표로 태스크포스(TF)를 설립했다. 원가 혁신 TF는 가공비, 원재료비, 투자비 및 생산성 3개 분과를 구성해 주요 제품별 원가를 분석하고, 현재 수준을 평가해 향후 2년 이내에 총원가 30%를 절감할 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관련 TF장은 삼성SDI 출신 재무 전문가인 박재하 사내이사(경영전략본부장, 전무)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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