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제품 개발 시간의 단축, 품질 향상, 출시 후 고도화까지. 기업에게 꼭 필요한 이 요소들을 충족시켜주는 기술이 있다. 인공지능(AI)이다. AI는 ‘챗GPT’와 같은 서비스를 탄생시킬뿐만 아니라 전통 산업 영역 전반을 혁신하고 있는데, 제조 분야에도 AI 기술이 깊숙이 침투하는 중이다.
엔지니어링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SW)로 인지도가 높은 알테어는 AI를 자사의 핵심 어젠다로 삼고 있다. 핵심 솔루션 전반에 AI를 녹아내 사용자들이 보다 쉽게 AI를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알테어의 최고제품및전략책임자(CPSO)인 라비 쿤주(Ravi Kunju)는 <디지털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AI를 기술로서 다루는 것이 아니라, AI를 이용해서 기술을 보다 잘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AI를 하나의 도구로 우리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더 빨리, 더 양질로 출시할 수 있다면 세상은 점점 더 좋아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AI는 하나의 여정(Journey)이다. 기업의 AI 여정에서 중요한 것은 자사의 프로세스 안에 AI를 통합시키고 쉽게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이것이 알테어가 집중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엔지니어링에 녹아드는 AI, 알테어 ‘조력자’ 자처
알테어는 엔지니어링 분야에 필요한 시뮬레이션 SW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흔히 컴퓨터지원설계(CAE)로 불리는 분야가 주 무대다. CAE 솔루션 ‘하이퍼웍스’를 중심으로 엔지니어링에 필요한 SW 전반을 제공하고 있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한국과도 연이 깊은데, 2001년 한국에 진출했다.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이 알테어의 주요 고객사다.
쿤주 CPSO는 포드, 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기업에서 근무하다가 알테어에 합류해 제품 및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변화하는 시장을 예의주시하며 알테어가 가진 강점과 시장 니즈를 연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공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높은 시장 이해도를 지녔다.
그는 알테어 솔루션의 활용례를 묻는 질문에 “알테어는 여러 좋은 데이터와 기술을 모아 더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겠다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용접이나 스탬핑(Stamping)과 같은 공정에서 보다 양질의 품질이 나올 수 있도록 데이터를 기반해 통제할 수 있도록 하거나, 플라스틱 사출 과정에서 과열 지점을 예지해 조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알테어는 AI가 디자인을 생성해주는 기능도 제공한다. 최근 기술 관점에서 본다면 ‘이미지 생성 AI’다. 생성형 AI가 대두되기 한참 전부터 제공해오던 기능인데 쿤주 CPSO는 “공학적인 설계에 대한 이해가 있기에 가능한 기술”이라며 “알테어의 고객 대부분은 해당 기술을 사용하고 있지만, 정작 알테어의 기술인지도 모른 채 사용하는 경우도 많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알테어의 AI 전략에 대해 “고객이 보다 쉽게 AI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AI 조력자(Enabler)’가 되고자 한다”며 “우리 제품을 사용하면 AI가 고객 워크플로우 안에 자연스럽게 통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엔지니어링 SW에서 데이터 분석, HPC까지… 보폭 넓히는 알테어
최근에는 보다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자체 기술 개발에 더해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을 인수함으로써 포트폴리오를 확장 중이다. 2021년 데이터 분석 기업 ‘데이터워치’, ‘월드 프로그래밍’, 건축 구조해석 기업 ‘에스프레임’, 2022년 머신러닝 플랫폼 ‘래피드마이너’, 2023년 최적화 SW 기업 ‘옴니퀘스트’ 등이다.
최근 인수한 기업들을 살펴보면 데이터에 특히 힘을 싣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알테어가 집중하던 엔지니어링 SW와도 연결된다. 가령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수집·생성하는 데이터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수시간은 걸릴 시뮬레이션 작업을 수초내에 구현할 수도 있다. 기존의 시뮬레이션 연구를 사용해 모델을 훈련시키는 ‘피직스AI’의 기능이다.
이와 함께 강조하는 것이 ROM(Reduced Order Model)AI다. ROM은 수학적 모델의 계산 복잡성을 줄이는 기술로, 알테어의 ROMAI는 시뮬레이션 데이터에서 동적 ROM을 생성해 시뮬레이션의 속도를 대폭 높일 수 있다. 많은 시간이 필요한 입자와 운동에 대한 이산요소법(Discrete Element Method, 이하 DEM) 시뮬레이션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는데, 알테어는 ROMAI를 통해 680초가 필요한 시뮬레이션을 20초로, 35배 줄였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제조 현장에서 실제 데이터를 판독하고 이를 대시보드 형태로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가령 자동차 제조에는 5000개 이상의 용접점이 있는데, 각 용접점에서 몇도로 용접이 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도 있다. AI가 양품과 불량에 대한 실시간 리포트도 제공한다.
엔지니어링 SW에서 데이터 분석, 그리고 한발 나아가 고성능컴퓨팅(HPC)로도 이어지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 리소스를 효율적으로 배분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수백만개 이상 작업을 실행할 수 있는 스케줄러 ‘액셀러레이터’나 분산된 데이터센터의 리소스를 최적화하는 ‘그리드 엔진’, 리소스에 대한 모니터링을 제공하는 ‘엑세스’ 등이 알테어가 제공하는 HPC 솔루션이다.
쿤주 CPSO는 “알테어의 HPC는 엔지니어링 분야의 핵심 프로세스를 모두 이해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한정돼 있는 컴퓨팅 인프라를 각 직원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엔지니어링 SW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위한 데이터와 컴퓨팅 인프라까지, 고객이 비즈니스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4일 알테어는 ‘엔지니어를 위한 AI(AI for Engineers)’를 주제로 산업계 전문가들과 소통하는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날 워크숍에는 현대자동차 버추얼이노베이션 리서치랩의 한용하 연구위원도 참석해 현대자동차 내부에서 알테어의 솔루션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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