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소재 관련 정책 동향과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한 주 동안 열심히 달린 <소부장박대리>가 지난 이슈의 의미를 되새기고 차주의 새로운 동향을 연결해 보고자 독자들을 위해 주간 보고서를 올립니다. <박대리보고서>를 통해 한 주를 정리해보시길 바랍니다.
LG엔솔·삼성SDI 선전했는데…SK온 '역성장'에 韓 하락세
올들어 글로벌 배터리 시장서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점유율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음에도 SK온의 역성장 폭이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2월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EV, PHEV, HEV)에 탑재된 총 배터리 사용량은 약 92.4기GWh(기가와트시)로 전년 동기 대비 27.0% 성장했다. 여기서 국내 3사의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1.2%p 하락한 23.8%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년 동기 대비 13.9%(12.7GWh) 성장하며 2위를 기록, 삼성SDI는 국내 3사 중 가장 높은 47.4%(5.2GWh)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SK온은 -7.3%(4.2GWh)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역성장을 나타냈다.
국내 3사의 전기차 판매량 따른 배터리 사용량을 살펴보면, 삼성SDI는 BMW i4/5/7, 아우디 PHEV가 유럽에서 견조한 판매량을 나타냈고 북미에서 리비안 R1T/R1S/EDV가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고성장세를 이어갔다.
SK온은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의 배터리 사용량을 기록했으나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의 판매량 부진 영향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SK온은 현대차와 590GWh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내년부터 출시될 현대차 신모델에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미국 시장에 출시하는 닛산자동차에 배터리 공급처로 선정됐다고 알려져 향후 유럽과 북미 시장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K-배터리, '위기의 1분기' 왔다…하반기 반등 가능성은
전세계적인 전기차 수요 감소에 따라 국내 배터리 3사의 1분기 실적에 암운이 꼈다. 공장 가동률 감소로 고정비가 높아지고 원료 가격 하락에 따른 부정적 래깅 효과가 발생한 탓이다. 하반기 고객사의 전기차 신규 출시와 미국 수혜로 실적이 개선될 전망이나, 대부분 수요가 리튬인산철(LFP)·미드니켈 등 중저가에 쏠리면서 적자생존의 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5일 1분기 연결기준 매출 6조1287억원, 영업이익 1573억원의 잠정 실적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9%, 전분기 대비 23.4%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5.2% 급감하고 전분기 대비 53.5% 줄었다. 1분기에 반영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1889억원을 제외하면 실적 급락이 두드러진다. AMPC를 제외한 이익은 영업손실 316억원으로 사실상 적자전환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1분기 실적 부진의 원인은 지속적인 메탈 가격 하락과 전기차 캐즘(Chasm) 진입에 따른 수요 감소다. 지난해 리튬, 니켈 등 원료값이 떨어지면서 미리 확보했던 가격 대비 배터리 판가가 떨어지며 수익이 하락하고, 전기차 공급마저 줄면서 배터리 납품이 줄었다는 의미다. 매해 연말·연초가 각국 보조금 소진에 따라 비수기로 작용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 SK온도 전기차 캐즘의 여파를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SDI의 1분기 컨센서는 매출 5조2098억원, 영업이익 2442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 줄고 영업이익은 34.9% 감소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SK온은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184억원으로 적자 수치를 창사 이래 최소화했지만, 1분기 시황에 따라 적자 폭이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캐즘 돌입 대안으로 떠오른 ESS…북미⋅유럽 상황 어떻길래
전기차 캐즘(chasm, 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둔화) 돌입으로 배터리 기업들의 실적 둔화가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대안으로 ESS(에너지저장장치)가 떠오르고 있다. 북미 등 지역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기조가 강화되며 ESS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어서다.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성장 둔화가 본격화하고 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전기차 판매량과 배터리 사용량 증가율은 각각 16.6%와 16.3%로 전년(33.5%, 38.8%)을 크게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1분기 이미 이러한 흐름은 국내 배터리 기업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케즘에 따른 전략조정에 돌입, 출시 계획을 일부 연기 등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캐즘 돌파 대안으로 ESS를 점 찍은 모양새다. 북미, 유럽 연합(EU) 등을 중심으로 탄소중립 정책을 강화하며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재생에너지는 발전량 변동이 크고 불안정해 ESS를 통해 저장 및 안정화가 필수적이다. 먼저 미국 정부는 중장기 ESS 로드맵을 구성, 2030년까지 대규모 장기 ESS의 비용을 90% 감축하기로 했다. 다양한 ESS 기술을 개발하는 데 투자할 것을 약속했을 뿐만 아니라 가정용 ESS 배터리에는 지원 자체를 늘리고 있다.
슈퍼커패시터서 소형 이차전지로…근거 있는 코칩의 자신감
코칩이 소형 슈퍼커패시터·초소형 리튬이온 배터리 사업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기존 사업 역량이 이미 시장에서 입증을 받았고, 초소형 리튬이온 배터리 제품인 '칩셀리튬'이 초도 물량 공급 등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덕이다. 회사는 다가올 코스닥 상장을 통해 외형 성장세를 지속하는 한편, 무주공산인 틈새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부를 내걸었다.
코칩은 1990년 설립된 커패시터 유통·제조 전문 기업이다. 삼성전기의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총판대리점으로 시작해 2002년 삼성전기의 전기 이중층 커패시터(EDLC) 사업을 인수하며 제조 역량을 확보했다. 이후 초소형·소형 슈퍼커패시터 포트폴리오를 지속 확대하며 글로벌 시장 내 입지를 탄탄하게 다졌다.
슈퍼커패시터는 전자회로에서 전하를 모으는 역할을 하는 커패시터의 전기 용량을 강화한 부품이다. 전자 부품에 해당하지만 실제로는 충전지와 같은 역할을 한다. 리튬 이온 배터리 대비 에너지 저장 용량은 낮지만, 출력이 높고 수명이 길어 데이터 백업·보조전원 용도의 주요 제품으로 활용된다. 회사는 주력 제품인 '칩셀카본'을 통해 슈퍼커패시터 사업 비중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기존 MLCC 유통 사업 대비 이익률이 높고 안정적인 사업이 가능하다는 확신이 있어서였다.
엘앤에프, 유럽 고객사에 하이니켈 양극재 납품…6년 간 9조2382억원 규모
엘앤에프(대표 최수안)가 유럽 고객사와 9조2382억원 규모 하이니켈 양극재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고 11일 발표했다. 물량으로는 17만6000톤에 달하는 규모다. 계약에 따라 내년 1월부터 납품이 시작되며, 2030년까지 총 6년동안 진행된다.
엘앤에프는 고객사를 비밀유지계약(NDA)에 따라 기재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그동안 거론됐던 스웨덴 배터리 셀 기업을 향해 납품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엘앤에프는 지난해 10월 유럽 전기차·배터리 셀 기업과 대규모 양극재 공급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로써 회사는 그동안 추진해 온 고객 다각화 전략의 성과를 거두게 됐다. 높은 LG에너지솔루션·테슬라 의존도를 해소하고 안정적인 중장기 매출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다. 납품할 제품은 하이니켈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양극재 등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은 EU 배터리 규제, 핵심원자재법(CRMA), 유럽연합-영국 무역 및 협력 협정(EU-UK TCA) 등 각종 조치를 통해 자체 배터리 소재 공급망 안정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EU 배터리 규제에 따라 소재 생산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규제, 리사이클링 원재료 사용 비율 의무화 등이 진입장벽으로 꼽히고 있다. 엘앤에프는 이 요건을 양극재를 수출하게 돼 향후 유럽 내 입지를 넓혀가겠다고 설명했다.
제일엠앤에스 "건식 전극·전고체용 믹싱 우위…양극재용 장비 시장 진출"
제일엠앤에스가 배터리용 믹식 공정 장비 높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차세대 배터리·소재 시장을 공략한다. 식품·제약 등에서 갖춰온 기술 노하우를 배터리에 이식해 건식 전극·전고체 배터리, 양·음극활물질 생산 공정 장비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포부다.
제일엠앤에스는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코스닥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장 이후 전략과 비전을 발표했다. 이 회사는 1981년 제일기공으로 창업한 이후 1986년 법인으로 전환한 믹싱 장비 전문 기업이다. 40년 이상의 업력을 바탕으로 식품, 제약 등 전문 장비를 공급해왔다. 최근에는 배터리, 방산·화학으로 사업을 확대 전개하고 있다. 현재 창업주인 이효원 대표와 2세 경영인인 이영진 대표가 각자대표 경영체제를 구축했다.
회사는 블레이드 설계 부문에서 최대 1200만cPs 초고점도로 믹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덕분에 타사 대비 10배 이상 우수한 성능을 가졌다는 설명이다.
모든 형태의 소재를 혼합할 수 있는 기술력도 보유했다. 식품·제약·방산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든 만큼 액상·파우더·슬러리·가스 등 소재 종류에 따라 혼합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회사는 오랜 기술 역량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핵심 고객사의 까다로운 공정 테스트와 국내외 인증을 모두 통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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