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제22대 총선이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이번 회기 내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 폐지가 가능할지 주목된다. 단통법 폐지에 대해선 여야가 의견을 같이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 단통법을 대체할 법안에서 합의를 이룰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단통법은 유통망에 보조금 차등지급 문제를 해결해 이용자 차별을 줄이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통신사가 고객에게 지급하는 공시지원금 외에 판매점에서 주는 추가지원금을 제한(공시지원금의 15%)한 것이 골자다.
단통법이 도입된 2014년은 통신사 간 출혈 경쟁이 절정을 이뤘던 시기였다. 특히 ‘갤럭시S3 17만원 사태’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경쟁이 과열됐다고 판단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당시 통신사는 가입자 유치를 위해 유통망에 엄청난 규모의 보조금을 뿌렸는데, 그 결과 출고가 기준 90만원이었던 갤럭시S3의 실구매가는 17만원까지 떨어졌다. 이에 방통위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에 영업정지와 과징금 처분을 내렸지만 그 때 뿐이었다. 그 뒤 다시 불법보조금이 횡행하고 이에 따른 소비자 불만이 높아지자,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하지만 단통법은 첫 시행 이후 매해 존폐의 기로에 섰다. 이름 그대로 투명한 유통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시행됐지만, 지난 10년 동안 소비자 차별을 야기한 유통구조의 개선세가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여전히 같은 단말기를 누구는 원가를 주고, 누구는 반값에 구매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번 정부는 단통법 폐지를 적극 추진해왔다.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 차원에서다. 지난 1월 민생토론회를 통해 단통법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뒤, 2월에는 구체적인 폐지 방향을 제시했다. 단말 할인(공시지원금)을 받지 않은 소비자에게 통신비 절감 혜택을 주는 '선택약정 할인' 제도는 유지하고, 이를 위해 근거 법령을 '단통법'에서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한다는 것이 골자다.
다만 국회에선 이번 회기 내 단통법 폐지는 어려울 것이라 보고 있다. 마무리 본회의는 비쟁점법안 처리를 위한 자리인 만큼 단통법이 상정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설령 안건에 올라도 폐지에 따른 혼선을 막기 위한 법적장치 논의도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 3월 박성중 의원(국민의힘)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여야 간 합의점을 마련하진 못했다. 박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개정안은 기존 선택약정할인 제도 유지를 골자로 한다.
당시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해당 개정안에 대해 “현행 단통법 규정을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수평 이동한 것에 불과하다”라며 “이런 정도의 개정안이라면 차라리 현 단통법을 일부 개정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 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야당이 압승하면서 단통법 폐지와 별개로, 여당이 밀어왔던 전환지원금은 추진동력을 잃을 것으로 예측된다.
앞서 방통위는 단말을 구매하면서 번호이동을 할 시 최대 50만원의 ‘전환지원금’ 지급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이동통신사업자 변경 시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지급 기준’ 제정안 및 ‘지원금 공시 및 게시 방법 등에 관한 세부기준’ 개정안을 의결한 바 있다.
전환지원금은 공시지원금 외 주어지는 혜택으로, 번호이동 가입자에게 부과되는 위약금이나 심(SIM) 비용, 장기가입자 혜택 등이 해당된다. 단통법 폐지 이전이라도 이통사업자 간 마케팅 경쟁을 활성화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정책위 의장은 "과도한 지원금 제공에 따라 기존의 이동통신사로 이용자들의 쏠림현상이 가속화되어 정부가 추진하는 제4이동통신사 출범과 알뜰폰 활성화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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