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보민기자] 망분리 정책이 완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업계 안팎에서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클라우드 전환은 물론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반면, 망분리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들만 희생양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정부 기조에 맞춰 새 먹거리를 찾는 과제도 떠안은 상황이라, 향후 가이드라인에 따라 사업 방향성이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9일 정보보호 업계에 따르면 국가정보원 주관으로 구성된 범부처 태스크포스(TF)는 올 초부터 망 보안 체계에 대한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르면 올 9월 관련 가이드라인이 공개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되면서 관심은 뜨거워지고 있다.
국내 망보안 정책은 예민한 데이터를 다루는 정부 기관과 기업 내부망을 외부 일반 망과 물리적으로 단절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망을 교차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보안 위협을 사전에 차단하자는 취지다. 2006년 망분리 도입이 시작된 이후 관련 정책은 망과 망 사이 보안을 강화할 만병통치약처럼 여겨져 왔다.
찬반 논쟁도 거셌다. 민간뿐만 아니라 공공에서도 클라우드 전환과 신기술 도입이 가시화되면서 현행 제도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진 탓이다. 특히 현 정부가 디지털플랫폼정부를 필두로 '국민은 편리하게, 정부는 똑똑하게' 구호를 내세우면서, 현행 정책이 핵심 기조와 상충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이번 가이드라인이 찬반 논쟁을 잠재울 만한 개선안을 담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데이터를 단계 별로 분류해 망분리 체계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지금처럼 내외부 망을 물리적으로 분리하되, 데이터 중요도에 따라 망을 일부 연계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식이다. 그간 물리적 망분리만 만능으로 여겨졌다면, 논리적 망분리라는 개념이 더해지는 셈이다.
이러한 분위기가 흐름을 타자 망분리 정책으로 수혜를 입어온 관련 기업들은 '웃픈(웃지만 슬픈의 준말)' 상황에 놓였다. 정책 완화 여파로 망분리는 물론, 연관 시장인 망연계 사업 지형 또한 변화가 불가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망연계 시장을 대표하는 기업으로는 휴네시온과 한싹이 있다. 두 기업은 지난해 공공 사업에서 주요 제품군이 활약한 덕에 역대 최고 실적을 내는 쾌거를 거둔 바 있다. 두 기업은 망분리 규제 개선에 따른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단 업계에서는 망분리 완화가 일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보안기업 관계자는 "그간 망분리는 공공, 금융, 민간 등 다양한 영역에 적용돼 왔고, 시장은 늘 패러다임에 따라 변화해 왔다"며 "새 정책과 가이드라인을 충족할 제품을 준비하고 신규 먹거리를 어떻게 창출할지 다각도로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망분리 완화가 기본적으로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 방법론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제품에서 새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의견도 나온다. 제로 트러스트는 '그 누구도 믿지 말고 경계하라'는 보안 방법론으로, 위협이 발생할 수 있는 구간에 보초병 역할을 할 솔루션 및 서비스를 적용하는 방식을 뜻한다.
반면 AI와 같은 신기술을 적용하려고 할 때마다 망분리가 '악역'을 도맡는 게 아니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다른 망보안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할 때 방해가 될 만한 요인으로 망분리가 늘 문제아로 거론되는 분위기"라며 "가이드라인이 나온다고 해서 바로 시장 체계가 변하지는 않기 때문에 일단 찬찬히 모니터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망분리 제도 완화가 본격화되면 한국판 제로 트러스트 또한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제로 트러스트 가이드라인 1.0을 공개한 뒤 두 번째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국가정보원도 망분리 관련 개선안을 마련하는 대로 공공용 제로 트러스트 가이드라인을 완성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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