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다가오면서 국내가 리딩하는 산업인 메모리반도체, 배터리 업계의 실적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부진을 겪었던 반도체가 D램 수요 회복에 따라 상승 국면에 접어든 한편, 배터리는 비수기 진입과 유럽 시장 공급 감소로 실적 하락세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컨센서스)는 5조639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9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치다. 전분기 대비로는 79.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배경에는 반도체(DS)부문의 실적 회복에 있다. DS부문은 지난해 1분기 4조원대를 시작으로 4분기까지 조단위 적자를 내왔으나, 올해 1분기부터는 흑자전환을 달성할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같은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라 전사 영업이익이 대폭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조단위 영업이익 복귀가 예상된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1조47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하고 전분기 대비 326% 증가한 기록이다.
양사의 1분기 호실적 전망에는 D램 매출 회복이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HBM과 같은 AI GPU용 고부가 제품의 판매 호조가 하위 D램 제품군의 가격 상승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여전히 D램 재고가 높은 수준이란 걸 고려하면, 지속적인 감산 효과에 따라 하반기에는 더 큰 수요를 이끌어낼 것으로 풀이된다.
메모리반도체 기업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낸드플래시 사업도 반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1분기 낸드 평균판매가격(ASP)이 전분기 대비 23~28% 가량 오른 것으로 추산했다. 2분기에도 13~18%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적자에 허덕이던 낸드가 반등한다면 완연한 회복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반면 배터리 기업의 1분기 실적 전망은 점점 눈높이가 낮아지는 모양새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Chasm) 구간에 진입하면서 배터리 업계도 그 여파를 피하기 어렵게 된 탓이다. 특히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 내 배터리 과잉에 따른 여파가 유럽 등지로 번지고, 포드 등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비수기 진입에 따라 전기차 생산 물량을 조정하고 나선 것이 원인이 됐다.
국내 배터리 1위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년 동기 대비 76.8% 감소한 123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폴란드·중국 등 주요 생산라인 가동률 저하, 전기차 시장의 비수기 진입 등이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른 업체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삼성SDI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24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4% 감소할 것으로 점쳐진다. SK온은 지난해 4분기 적자폭을 186억원으로 줄이며 흑자 가능성을 높였지만, 올해 상반기 업황 둔화 예고에 따라 1분기 1000억원대 가량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캐즘 현상이 하반기부터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전기차 고객사의 신규 모델 출시와 미국 시장 내 생산량 확대에 따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수혜 증가 역시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다.
다만 완연한 캐즘 극복이 이뤄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일각의 우려도 남아 있다. 한동안 미드니켈·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AMPC를 제외한 이익 자체는 저조한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AMPC는 올해 미국 대선 결과와 같은 중단기적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 있다"며 "각 배터리 셀 제조사의 자구적인 원가절감, 생산성 향상 방안이 선행돼야 캐즘 이후 전기차 성장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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