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AMCHAM)에서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가칭, 이하 플랫폼법)’ 입법 추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다시 한 번 밝혔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7일 오후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암참 초청 강연에서 “플랫폼 시장은 변화 속도가 매우 빨라, 제재하더라도 이미 경쟁사가 퇴출되는 등 뒷북 제재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플랫폼 독과점의 폐해를 보다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국내외 사업자와의 적극 소통으로 합리적인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한 위원장은 제임스 김 암참 회장, 성김 전 주한 미국대사를 비롯한 암참 관계자들과 면담하고, 올해 공정위의 핵심 과제를 발표했다. 핵심 과제 중 가장 화두가 된 건 플랫폼법이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12월부터 플랫폼법 입법 제정을 강력하게 추진해왔다.
플랫폼법엔 소수 핵심 플랫폼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지정하고, 이들 사업자에 자사 우대와 멀티호밍 제한(자사 플랫폼 이용자에 경쟁 플랫폼 이용을 금지하는 행위) 등 플랫폼 시장 반칙 행위들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구체적인 지정 기준이나 대상 기업 등 법안 주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이 법안이 적용될 사업자로 한국의 네이버, 카카오 및 미국의 애플, 구글, 아마존, 메타 등이 유력하게 점쳐져 왔다. 공정위는 플랫폼법 추진 발표 이후 뒤늦게 업계와의 소통에 나섰지만 설득에 실패했다. 암참 주요 회원사이자 플랫폼법 영향권에 유력하게 들 것으로 점쳐지는 구글과 애플, 메타 등은 지난 1월 공정위 암참 방문에 이어 이날 행사에도 연달아 불참했다.
한 위원장은 공정위가 국민의 일상이 플랫폼 중심으로 형성되거나 재편 중이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올해 플랫폼 사업자의 지배력 남용과 불공정 거래에 대한 감시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짚었다.
구체적인 예시로는 음원 스트리밍 및 동영상 광고 등 분야를 들었다. 음원 스트리밍 분야에서는 경쟁사의 사업 활동을 방해해서 시장을 잠식하는 행위를, 동영상 광고 분야에서는 광고주들에게 자사 온라인 광고 플랫폼 이용을 강제하는 행위 등이 있다고 짚었다.
한 위원장은 “디지털 경제는 효율성 및 편의성 등 장점이 많고, 기업에 의해서 그 효과가 매우 크게 나타난다”며 “다만 (기업들의) 시장지배력 남용 등으로 인해 플랫폼의 독과점 폐해나 또는 혁신 동력이 저하되는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일상생활에 깊게 침투한 이러한 플랫폼 분야들을 면밀히 감시할 것”이라며 “아울러 국민 부담을 초래하는 거래 관행 및 시장 구조 개선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강연 후 이어진 암참 회원사 대상 질의응답 시간에서도 소통을 강조했다. 한 회원사는 플랫폼법 추진 상황 및 소통 노력을 위한 방안 등을 물었다.
다만 그는 “구체적인 (소통) 방식이나 그 문제에 대해 이 자리에서 제가 말씀드릴 사항은 아닌 것 같다”며 “제가 밝힌 것처럼 의견 수렴 소통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갈음했다.
강연이 끝난 뒤 플랫폼법 관련 일정 및 가이드라인 등을 묻는 취재진 질의에, 한 위원장과 측근은 “다음 일정으로 인해 빠르게 이동해야 한다”며 답변을 피했다.
한편, 이날 한 위원장은 ▲김·장 ▲퀄컴 ▲대한항공 ▲SPC ▲크립토닷컴 ▲미래에셋증권 ▲제약사 MSD 등과 오찬을 가졌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 겸 대표는 한 위원장의 강연 전, 환영사를 통해 “암참 회원사들이 한국에서의 진정한 잠재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모두에게 공정하고 투명한 비즈니스 환경을 보장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한 설문에 따르면 예측 불가능한 규제 환경이 암참 비즈니스 커뮤니티의 주요 관심사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를 포함한 한국 정부는 플랫폼법 등을 포함한 새로운 법안을 도입하기 전 (업계 및 암참 등과) 충분한 시간을 갖고 협의를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정위의 정책 의견은 앞으로도 듣고 싶은 이야기다. 암참은 향후에도 한국 정부와 글로벌 비즈니스 커뮤니티 사이의 가교이자 소통 채널로서 최선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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