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전기차 메인스트림(주류 제품) 시장 접근을 위해서는 고전압 미드니켈(High voltage Mid-Nikel)이 핵심이다. 배터리 가격을 줄이는 건식 전극 공정에 대한 도입도 가까워졌다. 이미 연구실 단계 검증을 끝냈으며, 파일럿 양산 단계에 돌입했다."
김제영 LG에너지솔루션 최고기술책임자(CTO) 전무는 7일 '인터배터리 2024' 행사가 열리는 서울 코엑스에서 '더 배터리 컨퍼런스' 연사로 나서 전기차 배터리용 전략을 발표했다.
김 CTO는 "과거 인터배터리 연사로 나섰을 때는 주로 전기차 하이엔드용 제품인 하이니켈에 대한 소개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메인스트림을 위주로 보고 있다"며 "우리는 이를 위해 기존 4.2V 수준의 전압을 4.4~4.5V까지 높이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전기차 시장은 하이엔드, 플래그십 중심 고성능 모델에서 메인스트림·엔트리·로우엔드 등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모델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대중화 전 단계인 캐즘에 돌입하면서 보다 경제성이 있는 모델로 수요가 바뀌고 있어서다. 이로 인해 중국 배터리 업체가 주력하는 리튬인산철(LFP) 등이 각광받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내세운 고전압 미드니켈은 NCM523, NCM622 등으로 대표되는 제품의 동작전압을 높인 배터리다. 하이니켈 양극재·실리콘 음극재 조성 대비 고속충전 속도와 에너지밀도는 낮지만, 같은 조성 대비 더 높은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 기존 삼원계의 강점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고 있어 LFP 대비 범용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CTO는 "고전압 구현의 핵심은 완성도 있는 양극재를 만드는 것이다. 소형 배터리에는 리튬코발트산화물(LCO)을 사용해 상대적으로 고전압 구현이 쉬우나, 자동차용은 삼원계 조성으로 인해 난이도가 상당히 어렵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는 단결정 양극재를 사용하고 코팅·도핑 최적화를 통해 전해질과의 반응성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가가 과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LG에너지솔루션이 갖춘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 관련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도 표했다. 이미 소재·공정 측면에서 다양한 특허를 갖췄고, 주력인 파우치형 폼팩터가 이를 구현하기에 최적화됐다는 설명이다.
김 CTO는 "고전압 배터리를 쓰면 충방전 시 가스(Gas)가 많이 발생하는데, 전극을 적층해 가압하는(Laminate&Stack) 파우치형 배터리가 비교적 유리"하다며 "전극을 감아 와인딩하는 방식은 내부 가스가 발생하는 위험이 있지만, 전극을 가압해 밀착하면 내부 가스가 발생하더라도 소폭 부풀어오르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와 함께 공정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기술 상용화를 앞뒀다. 활물질 슬러리를 코팅·건조하는 과정을 고체 파우더 코팅으로 대체한 건식 전극 공정이 주인공이다. 이 기술이 생산라인에 적용되면 부피가 큰 건조라인을 없애 공간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전력 소모도 크게 줄여 유틸리티 비용까지 절감할 수 있다.
김 CTO는 "기존 공정에서는 건조 과정에서 도전재와 바인더가 활물질과 분리돼 위로 떠오르는 현상이 발생한다"며 "이렇게 되면 전극이 균일해지지 않아 더블 레이어 코팅 등 추가적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건식 공정은 추가적 과정과 비용 지출 없이 균일한 전극 구현이 가능하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이 공정의 연구실(Lab) 단계 연구를 끝냈고, 준양산 단계인 파일럿 생산에 접어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밖에 리튬황·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에 대한 로드맵도 공유했다. 2027년에 리튬황 배터리 양산에 돌입하고, 2030년부터 전고체 배터리를 생산해 기술 리더십을 잇겠다는 방침이다.
김제영 CTO는 "LG에너지솔루션은 과거 K배터리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패스파인더에서 패스트무버로, 현재는 리딩컴퍼니로 성장한 상황"이라며 "4만여건의 특허와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품질·가격·납기(QCD)를 만족하는 글로벌 1위가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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