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과거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를 팔기 위한 부가상품 정도로 여겨졌으나, 이제 그 중요도는 정확히 역전됐다. 전 산업에서 디지털전환이 진행되면서 핵심요소인 소프트웨어(SW) 가치는 치솟고 있다. 정부가 SW 진흥정책에 힘쓰고 SW와는 상관없어 보였던 거대 제조기업인 현대차그룹까지 나서 SW중심 대전환을 선언한 점만 봐도 SW 위상이 과거와 달라진 걸 체감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에 이어 현재까지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여전히 횡행하는 SW 불법복제다. 최근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SPC)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SW 불법복제 제보는 1000건에 육박했다. 불법복제 침해 규모는 2022년 49억원에서 지난해 109억원으로 1년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협회에 따르면 SW불법복제 제보 건수 및 피해 규모는 개인이 아닌 기관·기업에 대해서만 해당하는 수치다. 개인이 사용하는 일반사무용 SW불법복제는 집계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러한 부분까지 고려하면 SW불법복제 피해규모는 발표 수치보다 훨씬 큰 것으로 추정된다.
SW불법복제 사용은 그 자체로 기업에 리스크를 야기하고 SW산업 전체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불법복제를 줄이기 위해 선행돼야 하는 것은 사용자 인식개선이다. 개인은 물론 기업 차원에서도 SW에 대한 주의·감독과 임직원 SW 저작권 교육을 진행해야 하는 이유다.
문제는 SW 불법복제가 문제인 것을 알아도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경우다. 이는 값비싼 SW 프로그램을 구입하기에 비용부담이 큰 중소기업에서 주로 벌어진다. 불법복제 프로그램 제보에서 가장 비중이 높았던 업종은 ‘제조·화학’ 분야다. 전체 956건 중 제보·접수 중 139건으로 27%를 차지했다. SW 침해 현황을 봐도 제조·화학 업종 비율이 64%로 가장 높았다.
제조업 분야에선 설계 및 가공을 위해 ‘오토캐드(Auto CAD)’ 같은 SW를 많이 사용하는데 대다수가 외국 SW다. 필수 SW이지만 비용이 높아 중소기업에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문제로 처음부터 정품 SW자체를 구입하지 않고 카피본이나 크랙 제품을 사용하게 된다.
이에 SW 기업들은 기업들의 불법복제율을 낮추기 위해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사용량 기반 요금제 등 비용을 효율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 다만 이미 SW를 구축해놓은 곳들이 많은 만큼 단기간에 사용기업들이 SaaS형태로 전환하긴 어렵다.
기업·기관 내 SW 불법복제 사용을 막으려면, 현실적으로 기업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선택지가 나와야 한다. 높은 가격이 불법복제를 부추기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이므로, SW 제품의 가격 정책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한 사용자층을 대상으로 한 가격 책정 전략을 마련해 합법적 구매를 장려할 수 있다.
물론 합법적인 SW제품이 불법복제 제품보다 우수한 품질과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면, 사용자들은 자연스럽게 합법적인 제품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SW 업데이트, 기술 지원, 추가 기능 제공 등을 통해 합법적인 제품의 가치를 높이고, 사용자가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런 결에서 외국 SW 높은 비용 문제해결을 위해 국내 SW기업들이 경쟁력 갖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선택지가 마련되면 현재보다 가격은 점차 내려갈 수 있지 않을까.
사용자인 기업 입장에서도 불법복제 SW는 장기적으로 법적 문제, 보안 위험, 기업 이미지 손상 등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합법적인 SW 구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SW 소프트웨어 사용을 우선시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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