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웨이퍼 위에 빛으로 회로를 새기는 노광 공정은 반도체 제품의 성능과 용량을 끌어올리는 핵심 공정 중 하나입니다. 반도체는 전기가 흘러 다니는 수많은 회로를 보유하고 있지요. 회로를 미세하게 만들어야 한 웨이퍼에 들어갈 수 있는 반도체칩 수가 많아져 성능이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20나노미터(㎚) 이상급에선 불화아르곤(ArF)이란 빛의 파장 사용하는 노광 장비를 이용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10나노급 반도체 생산을 하면서부터 한계를 나타내기 시작했습니다. ArF 노광장비는 193나노미터의 파장을 가진 빛을 사용하는데, 이것으로는 10나노 이하의 미세한 패턴을 제작하기에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EUV(극자외선) 공정입니다. EUV 노광장비는 EUV 광원을 활용한 13.5나노미터 빛 파장으로 기존 193나노미터의 ArF 보다 웨이퍼에 14배 정도 얇은 회로를 그릴 수 있습니다. 10나노급 이하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선 EUV 노광장비가 필수적인 상황이된 것이지요. EUV 장비는 회로 선폭을 10나노 수준으로 좁히기 위해 두 번, 세 번에 걸쳐 회로 패터을 형성하는 더블패터닝, 쿼드패터닝 등의 공법을 활용합니다.
이 EUV 장비를 생산할 수 있는 곳은 전 세계 네덜란드의 ASML이 유일합니다. 단 한 기업만이 생산하는 가운데, 이를 필요로 하는 기업은 우리나라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대만의 TSMC 등 상당히 많습니다. 이 때문에 가격은 갈수록 비싸지고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EUV 노광장비 1대 당 가격은 1억5000만 달러(약 19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마저도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업계에선 EUV 노광장비 기술 고도화와 함께 앞으로 장비의 1대당 가격이 최대 4억 달러(약 5100억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EUV 장비가 갈수록 비싸지고 구하기도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업계는 EUV 장비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공정 효율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건데요. 그중 하나가 바로 DSA(Directed Self-Assembly⋅유도 자기 조립) 기술입니다.
DSA 기술은 성질이 다른 두 고분자가 중합하는 성질을 이용해 패턴을 형성하는 기술입니다. 주로 폴리스틸렌(PS)과 폴리메틸메타크릴레이트(PMMA)라는 두 고분자 하나의 분자로 합성한 블록 공중합체를 사용됩니다. 이 블록 공중합체를 웨이퍼에 도포하고 가열하면 PS와 PMMA가 서로 분리되면서 미세한 패턴이 형성 되는 원리입니다.
이렇게 형성된 패턴은 EUV 공정에서 발생하는 스토캐스틱 오류를 보완하기 위해 사용되는데요. 스토캐스틱 오류란 임의적이면서 반복적이지 않은 패터닝 오류를 뜻합니다. 이는 EUV 패터닝 오류의 50%를 차지하는데요. 이러한 가운데 DSA를 이용하면 두 개의 EUV 스텝을 줄여 공정 비용도 크게 개선할 수 있습니다.
아까 EUV 장비는 회로 선폭을 10나노 수준으로 좁히기 위해 두 번, 세 번에 걸쳐 회로 패턴을 형성한다고 했지요? 여러 번에 걸쳐 패턴을 형성할 경우 공정 시간 증가로 원가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DSA 기술을 사용하면 EUV 노광 공정의 횟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EUV 장비의 수요를 상대적으로 낮출 수 있는 것입니다.
다만 DSA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습니다. 많은 기술적인 난제가 남아 있습니다. 예를 들어, DSA 재료의 안정성과 품질, 패턴의 정확도와 균일성, 패턴의 다양성과 복잡성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됩니다. 또한, DSA 기술을 다른 공정과 결합하는 방법도 아직 확립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DSA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장비와 공정을 도입하고, 검증하고, 최적화해야 합니다.
다만 향후 10년 이내에 EUV에 필수적인 기술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머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DSA 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DSA 기술을 적용한 반도체 제품의 상용화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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