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기술 우위 선점을 위해 팔을 걷어 올렸다. 다수의 관련 전문가를 영입, R&D(연구개발) 역량 강화에 나섰다. 회사 규모상 경쟁사 삼성전자에 비해 설비투자(CAPEX) 측면에서 크게 뒤처질 수밖에 없는 SK하이닉스는 과거 HBM R&D 확대로 성과를 거뒀는데, 이를 낸드에 또 한 번 적용함으로 성과를 이끌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2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낸드 역량 강화를 위해 메모리 전문가를 대거 영입, R&D 역량 강화에 나섰다. 미국 법인 'SK하이닉스 아메리카'는 이달 인텔 선임 수석 엔지니어인 리처드 패스토를 영입했다.
코넬대 박사 출신의 리처드는 28년 동안 인텔을 비롯해 AMD, 스팬션, 사이프러스 세미컨덕터 등을 거친 반도체 전문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3D 낸드 등 반도체 분야에서 수십 개의 특허 출원에 기여하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인텔 25년 경력을 포함해 30년 간 반도체 메모리 설계를 해온 전문가인 레자울 하케도 R&D 팀장급으로 영입했다. 11월에는 인텔에서 낸드 분야 등에서 13년 동안 일한 애리카 시플리가 역시 팀장급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이들은 SK하이닉스는 미국 실리콘밸리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 새롭게 구축된 'SK하이닉스 낸드 개발 아메리카(SK HNA)'에 투입된다. 실무 연구자급 약 30명으로 구성된 이 조직은 고성능 낸드 설계 등 관련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임원급 인력을 최소화하고 순수 연구개발 실무진 중심으로 짜 기술 경쟁력 강화에 특화한 조직이다.
이렇게 SK하이닉스가 낸드 역량 강화에 나서는 이유는 내년 '온디바이스 AI(인공지능)'를 적용한 다수의 전자기기 출시가 예정된 가운데 이에 따른 낸드 수요 확대에 발맞추겠단 의도로 풀이된다.
온디바이스 AI 기기는 인터넷 연결 없이도 스스로 AI 서비스를 구현하는 장비인 만큼, 기기 내부에 상당한 학습 데이터를 축적해 둬야 한다. 이 때문에 전원이 꺼져도 정보가 그대로 남아있는 고용량 낸드는 필수적이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업계에선 내년 낸드 시장 규모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내년 낸드 시장 규모는 536억달러(약 69조7800억원)로, 올해보다 30.7% 증가할 전망이다.
이러한 가운데, SK하이닉스의 내년 설비투자 규모는 경쟁사 삼성전자에 비해 크게 뒤처지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내년 삼성전자는 낸드 사업에서 설비투자 규모는 11조원대, SK하이닉스는 2조원로 알려졌다. 회사 규모상, 투자 측면에서 삼성전자를 따라가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전문가 영입을 통한 '기술 우위'를 점해보겠다는 전략이다.
과거 SK하이닉스는 HBM에서 이러한 전략으로 성과를 거둔적이 있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세계 최초로 HBM3를 개발했으며 지난해에는 양산에 성공했다. HBM3는 1세대(HBM), 2세대(HBM2), 3세대(HBM2E)에 이은 4세대 제품이다. 올해 4월에는 세계 최초로 24GB 12단 HBM3 신제품을 개발했다.
기술 우위 선점하며, HBM 시장에선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따라잡은 상태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3개 사의 글로벌 HBM 시장점유율을 각각 50%, 40%, 10%로 추정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 낸드 시장이 전격적으로 커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SK하이닉스는 과거 HBM에서 이러한 전략으로 재미를 본 경험이 있는 만큼, 낸드에서도 비슷한 전략을 통해 반전을 꾀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양사의 경쟁은 내년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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