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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규제법 발효 앞둔 EU…HBM 수요에 미칠 영향은? [소부장반차장]

유럽의회에서 표결 중인 의원들. [ⓒEPA 연합뉴스]
유럽의회에서 표결 중인 의원들. [ⓒEPA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유럽연합(EU)이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 규제법을 합의하면서 반도체 업계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AI 시스템엔 고성능 반도체인 HBM 필수적으로 들어가는데, 이번 규제 합의로 글로벌 AI 빅테크들의 유럽 시장 진출에 차질을 예상, 수요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 EU, 세계 최초 포괄 AI 규제 합의=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와 유럽의회, EU 27개 회원국 대표는 지난 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AI 법'(AI Act)으로 알려진 규제 법안에 합의했다. 챗GPT 등 민간 서비스부터 정부의 생체인식 정보 수집까지 모든 AI를 포괄하는 규제법으로는 세계 최초다.

최종 합의문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우선 민주주의에 잠재적 위협을 미칠 수 있는 AI를 엄격히 제한했다. 이에 따라 정치·종교·인종 등의 특성으로 사람을 분류하는 것, 안면 인식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해 인터넷‧CCTV 영상에서의 생체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금지된다.

단 사법당국에 대한 테러 위협 예방, 범죄 용의자 추적 등을 위한 실시간 안면 인식은 허용하는 등 일부 예외를 뒀다. AI를 이용한 '소셜 스코어링'(개인의 특성, 사회적 행동과 관련된 데이터로 점수를 매기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범용 AI(GPAI‧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AI 모델)를 개발하는 기업은 AI 모델의 학습 과정을 보고해야 한다. 모델 학습 방법과 모델 학습에 사용된 데이터에 대한 보고 등이 포함된다. EU 저작권법 준수, AI 학습에 이용된 콘텐츠 명시 등의 투명성 요건도 지켜야 한다.

GPT-4와 같이 영향력이 크고 시스템적 위험이 있는 AI 모델은 더 강력한 규제가 적용된다. 모델 평가, 위험성 평가와 완화, 심각한 사고에 대한 EU 집행위원회 보고, 에너지 효율성 보고 등을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유럽의회와 회원국들의 공식 승인 거친 뒤 이르면 2026년 전면 발효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HBM. [ⓒ삼성전자]
삼성전자 HBM. [ⓒ삼성전자]

강력 반발한 빅테크 업계…반도체엔 전운= 이 같은 조치에 업계는 강력히 반발하는 모습이다. 비즈니스 그룹인 디지털유럽(DigitalEurope)은 "이 규정이 기업에 또 다른 부담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디지털유럽은 유럽연합의 디지털산업을 대표하는 단체로,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글로벌 IT 기업과 SAP, 시멘스, 에릭슨 등의 유럽 IT 기업이 회원으로 속해 있다.

디지털유럽은 "AI 규제법이 유럽의 AI 기업들에게 불합리한 부담을 가하고,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AI 규제법이 유연성과 혁신성을 저해하고, AI 모델의 학습 데이터를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AI 빅테크 기업들이 산업 발전 저해, 시장 위축 등을 우려하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업계에도 전운이 감돌고 있다. AI 시스템은 대규모 데이터 처리와 연산 능력이 요구되는 기술인 만큼, 높은 대역폭, 고집적화, 전력 효율성을 모두 갖춘 고속 메모리인 HBM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하락으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으며, HBM을 중심으로 턴어라운드를 기회를 노리고 있는 만큼, 유럽의 AI 규제 도입은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업계에선 이번 조치가 HBM 수요에 영향을 줄 것이라 보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EU의 AI 규제법은 AI 시스템에 필수적인 HBM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며 "AI 빅테크들의 유럽 시장 진출에 차질이 생기면, HBM 수요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AI 규제법으로 인해 AI 모델의 개발 및 출시의 시간이 지연될 수 있는데, 이 또한 HBM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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