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인텔이 새 서버향 CPU(중앙 처리 장치)를 공개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글로벌 서버향 CPU 시장은 인텔이 사실상 장악하다시피 높은 지위를 갖고 있는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차세대 D램 표준인 DDR5를 전격 적용, 수요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 18일 'AI 에브리웨어(AI EVERYWHERE)' 행사를 열고 신제품 서버향 CPU인 '5세대 인텔 제온 프로세서(코드명 에메랄드 래피즈)'를 공개했다. 에메랄드 래피즈는 이전 세대 제품인 5세대 인텔 제온 프로세서(사파이어 래피즈) 대비 일반 컴퓨팅 성능이 평균적으로 21% 향상된 서버향 CPU다.
CPU 1개당 지원되는 코어 수가 최대 64개로 최대 마지막 레벨 캐시가 이전 세대와 비교 시 거의 3배에 이른다. 또한 CPU 1개당 DDR5 채널을 8개 제공, 초당 최대 5600메가트랜스퍼(MT/s)로 DDR5를 지원한다. 아울러 인텔 UPI 2.0(CPU 상호 연결 기술)을 통해 소켓 간 대역폭을 높여 초당 최대 20기가트랜스퍼(GT/s)까지 제공한다.
이 같은 스펙을 갖춘 신제품 등장에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올해 5G, 인공지능까지 고속 대용량 데이터 처리가 관건인 서버 환경이 고도화되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고성능 서버향 CPU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데이터 서버 확대를 위해 팔을 걷어 올린 상태인 만큼, CPU 교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서버향 CPU 시장에서 인텔의 점유율은 약 90%로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서버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빅테크 기업들이 CPU를 교체한다고 가정했을 때, 사실상 인텔 제품을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신제품이 DDR5만 지원한다고 하니, 반도체 업계가 반도체 업계가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업황 악화로 장기간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DDR5와 같은 고부가가치 상품 라인업을 확대, 턴어라운드를 도모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버향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인텔이 DDR5만 지원하는 신제품을 내놓았다는 것은 반도체 업계에 있어서 호재일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서버용 DDR5 D램 개발을 이미 완료, 양산 준비에 나서고 있다. 올해 9월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12나노급 32Gb(기가비트) DDR5 D램을 개발했다. 32Gb는 DDR5 D램 단일 칩 기준으로 역대 최대 용량이다. 12나노는 기존 14나노 대비 생산성을 약 20% 높인 공정이다. 삼성전자는 12나노급 32Gb DDR5 D램을 연내 양산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DDR5의 양산을 세계 최초로 시작했다. 인텔과 AMD의 새로운 서버 플랫폼에 DDR5 메모리를 공급하며 시장을 선점했다. 특히 인텔로부터 1a(10나노 4세대) DDR5 D램 인증을 받았고, 현재 1b(10나노 5세대) D램 검증을 진행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 상반기 DDR5의 판매 비중은 8%에 불과했는데, 생성형 AI 수요의 증가로 AI 서버 투자가 늘어나 DDR5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라며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부가가치 제품인 DDR5 양산을 빠르게 추진, 실적 개선을 도모하는 것이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러한 가운데 서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인텔이 DDR5만을 적용하는 서버향 CPU를 내놓았다는 것은 메모리 반도체에 있어 큰 호재다"라며 "다만 DDR5 수요가 크게 증가하기 위해서는 인텔의 신제품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조건들이 충족된다면 메모리 반도체 업황 개선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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