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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美 실리콘벨리 ‘인텔 뮤지엄’ 찾다…반가운 故 고든 무어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인텔 뮤지엄

[디지털데일리 김문기 기자] 지난 3월 ‘무어의 법칙’을 창안한 고든 무어 인텔 창립자가 94세로 우리 곁을 떠났다. 무어의 법칙은 당시 반도체 성능이 2년마다 2배로 향상될 것이라는 대표적 이론이었다. 현 팻 겔싱어 인텔 CEO는 ‘무어의 법칙’은 여전히 건재하며 이를 위한 혁신에 불을 당기고 있다.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는 여전히 모두를 반기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벨리 내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인텔 뮤지엄’을 찾았다. 인텔의 역사를 통해 반도체 흐름을 짚어볼 수 있는 작은 박물관이다. 관람객을 실은 버스가 정문을 통과하기도 전에 건물 한 벽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고든 무어 인텔 창립자의 얼굴을 보며 모두가 감탄사를 터뜨린다. 하차하자마자 박물관에 들어갈 생각도 안하고 스마트폰과 카메라를 내려놓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고든 무어 벽을 등지고 다른 편 건물로 들어가면 인텔 뮤지엄에 들어갈 수 있다. 생각보다 크지 않은 규모이긴 하나 꼼꼼하게 둘러보면 인텔의 그간 역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수준으로 디테일하게 꾸며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대 20명 그룹으로 30분 또는 60분간 투어를 예약할 수도 있다.

뮤지엄 데스크를 마주보고 선 첫 사진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1968년 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잔디를 깎고 있던 로버트 노이스에게 고든 무어가 찾아왔다. 무어는 신흥 기술인 반도체 메모리가 새로운 회사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7월 18일 벤처 기업인 인텔이 설립됐다. 그리고 그 두사람과 함께 앤드 그로브가 합류했다. 세 명의 벤처 기업 창립자는 그 때부터 반도체 시장을 선도했다.

그러부터 1년 후인 1969년 인텔의 첫번째 제품이 판매됐다. 인텔의 첫 로고가 부착된 이 반도체는 인텔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뮤지엄의 처음을 장식한 이 사진은 실리콘벨리 내 뮤지엄과 멀지 않은 서쪽에 위치한 마운틴뷰를 배경으로 당시 인텔을 이끈 초창기 멤버들을 담고 있다. 가장 앞에 고든 무어와 로버트 노이스, 앤디 그로브를 살펴볼 수 있다.

인텔 마운틴뷰 사진

이후 인텔은 1970년대 세계 최초로 프로그래밍 가능한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도입했다. 자기 코어 메모리를 대체할 수 있는 업계 표준의 동적 랜덤 액세스 메모리인 1103 DRAM을 출시했다. 이를 위한 공장도 신설됐다. 또한 세계 최초로 전자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마이크로프로세서 4004를 출시하고 읽기 전용 메모리. EPROM을 선보였다. 자신감이 붙은 인텔은 설립 3년만에 기업공개(IPO)에 나섰다.

인텔 마이크로프로세서 4004 보드

하나씩 살펴보다보면 인텔의 역사상 중요한 이정표 역할을 했던 8080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볼 수 있다. 이 제품은 필리핀과 이스라엘에서 거둔 성과다. 앞서 인텔은 말레이시아 페낭에도 건물을 세웠다. 현재는 인텔의 어드밴스드 패키징 전략의 주요 거점 중 하나로 성장했다.

인텔 8080 마이크로프로세서와 보드

좀 더 나아가다보면 모두가 잠시 멈춰 기록에 정신없는 곳이 있다. 1989년대 개인용 컴퓨터가 비즈니스 도구로 자리매김하는 순간을 만들어 준 IBM PC가 놓여 있다. 플로피 디스크를 알고 있다면 IBM PC에 두 드라이버를 보며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릴 수도 있겠다.

IBM PC

그리고 다음부터는 익숙한 이름들이 튀어 나온다. 당시 PC 세대를 구분해줬던 386과 486, 팬티엄 등의 단어들이 등장한다. 특히 팬티엄 프로세서는 x86 아키텍처의 미래로 군림하기도 했다.

인텔의 역사를 반도체 실물들로 살펴보다 보면 좀 더 넓은 공간으로 나오게 된다. 이 곳에서는 광물부터, 아키텍처, 신호 흐름 등 실제로 관람객들이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체험존으로 구성됐다. 좀 더 나오게 되면 컴퓨터를 좀 다뤘던 사용자들에게는 반가운 전시물이 튀어 나오는데 바로 ‘인텔 인사이드’ 로고 변천사다.

인텔 뮤지엄 내부

인텔 뮤지엄 내부

이 로고 전시를 사이에 두고 안쪽에는 4G와 5G 속도를 비교하는 핀볼 형태의 체험존과 그 뒷편으로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를 통해 인텔의 팹을 살펴볼 수 있는 가상 체험존이 자리잡고 있다. 또한 1990년대 인텔의 마스코트였던 ‘버니 피플’이 얼굴만 뚫린 채 배치돼 있다. 이 곳에서부터는 관람객들이 기념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뮤지엄에 들어오기 전 고든 무어가 관람객을 반겼다면, 헤어지는 인사는 로버트 노이스가 대신한다. 작별 인사를 건내고 돌아서면 인텔이 마련한 작은 기념품 매장에 들어설 수 있다. 대부분 인텔 로고가 부착된 여러 기념품들이 자리하고 있는데 한쪽에는 인텔 뮤지엄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듯한 제품들도 자리하고 있다.

로버트 노이스 인텔 창립자

인텔 뮤지엄은 반도체 역사를 한번쯤 공부했거나 연구하는 이들에게는 좀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공간으로 읽힌다. 그만큼 풍성하게 전시품을 배치해놨다. 물론 첫 배움에 나서더라도 유의미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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