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올드머니 룩이 핫한 이유와 연출법을 알려줘 너무 비싸지 않은 아이템도 사고 싶어”
파란 테두리 검색창에 질문을 입력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올드머니 룩이 인기 있는 이유와 코디하는 방법, 네이버쇼핑 추천 상품 목록이 연달아 떴다. 원래대로라면 ‘올드머니 룩 트렌드’, ‘올드머니 룩 연출법’, ‘올드머니 룩 아이템’을 각각 검색해야 볼 수 있는 결과값이었지만, 질문 하나로 이 정보들을 한눈에 모아 볼 수 있었다.
우리가 ‘초록창’이라고 부르는 네이버 검색 화면은 언제나 키워드 중심이었다.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표현을 달리 해가며 여러 차례 검색을 반복하는 것은 당연히 감수해야 할 과정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젠 네이버 검색도 오픈AI 인공지능(AI) 챗봇 ‘챗GPT’처럼 대화하듯 질문할 수 있게 됐다.
네이버의 생성형 AI 검색 ‘Cue(큐):’가 20일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큐:는 생성형 AI를 검색에 접목해 복잡한 질의에도 사용자 의도를 단번에 파악해 검색 편의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특히 검색 결과에 기반한 신뢰성 있는 답변을 제공하므로 기존 생성형 AI 챗봇이 사전 학습된 데이터를 토대로 답변을 창작하는 것과 차별화됐다는 설명이다.
이날 큐:를 직접 체험해 봤다. 현재 네이버 메인 화면 검색창 맨 오른쪽에 큐: 아이콘이 뜨는데 이를 클릭하면 별도 서비스 페이지로 연동된다. 지난달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대화형 AI 서비스 ‘클로바X’처럼 네이버 아이디로 가입 후 대기 승인을 받아야 사용할 수 있다. 네이버 통합 검색에 큐:가 적용되는 건 오는 11월부터 순차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베타 서비스 기간엔 일일 최대 100개까지 검색이 가능하다. 언뜻 보기엔 클로바X와 다르지 않은 화면이다. 하지만 클로바X는 네이버 내·외부 다양한 서비스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연결하는 시스템 ‘스킬(skill)’ 기능을 도입한 것과 달리, 큐:는 네이버 검색 기능 중 하나로서 네이버 서비스와 더 긴밀한 연동을 지향한다.
◆대화하듯 검색하는 큐:, 한 번에 두 가지 질문도 답변
큐:는 여러 질문이 포함된 복잡한 구조 질의도 이해해 답변을 생성한다. “후쿠시마 오염수 1차 방류가 최근에 끝났는데 우리나라 해산물은 문제없는 거야? 오염수 성분도 궁금해”라는 질문을 입력했다. 그러자 큐:는 “방류되는 오염수엔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트리튬)가 포함됐으며, 이 외에도 방사성 탄소 동위원소인 C-14, 스트론튬-90, 세슘-137 등이 함유됐다”면서 “다만,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사선량이 안전 기준치 이하로 희석해 방류하겠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염수 방류는 해양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피해는 후쿠시마 연안 일대뿐 아니라 북태평양, 한국의 동해,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면서 “수십 년 동안 방류가 지속돼야 하므로 오염 이전 생태계 복원은 불가하다. 따라서 한국 등 주변국들 우려와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답변의 출처 격인 ‘참고정보’엔 ‘식품 안전 가장 엄격한 유럽이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재개한 의미’란 제목의 조선일보 사설 기사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얼마나 안전할까?’란 제목의 BBC 뉴스 코리아 기사 링크가 제시됐다. 하단 ‘검색하기’ 아이콘에선 ‘오염수가 방류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삼중수소가 무엇인가요’ 등 연관 검색어 키워드도 나타나 추가 검색도 할 수 있다.
◆네이버 자체 서비스와 연결성 강조했지만…고도화는 필요
큐:는 네이버쇼핑·플레이스 등 자체 서비스와 연계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사용자 입장에서 활용도가 높다. 레시피를 검색하고 별도 쇼핑 서비스를 통해 재료를 구매해야 했던 번거로움을 덜 수 있어서다. 앞서 네이버도 “다양한 네이버 서비스와 연계를 통해 사용자가 검색 목표에 쉽게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다”며 “질의에 대해 텍스트로 답변을 제공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추가 탐색 없이 예약과 주문 등 다양한 액션을 쉽고 빠르게 수행할 수 있도록 연결된 사용성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비스를 써보니 바로 네이버쇼핑으로 연결되지 않는 답변도 간혹 있었다. “송편 만드는 레시피가 궁금해. 필요한 재료도 오늘 배송이 가능한 걸로 구매하고 싶어”라고 검색하자 큐:는 송편을 만드는 방법과 재료들만 알려줄 뿐, 송편 재료를 살 수 있는 쇼핑 페이지를 보여주진 않았다. 혹은 “위 재료들 중 일부는 지역이나 마트 상황에 따라 배송이 어려울 수 있으니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답변만 내놨다.
내용은 같게 하되 표현만 바꿔 (송편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도) “추천해 줘” “알려줘” “보여줘” “사고 싶어”라고 여러 차례 되물었으나, 여전히 원하던 네이버쇼핑 상품 정보는 뜨지 않았다. 대신 연관 검색어인 “멥쌀가루는 어디서 구매할 수 있나요?”를 누르자 바로 네이버쇼핑 추천 목록이 떴다. 네이버 관계자는 “같은 취지 질의라도 키워드에 따라 계속 다른 답변이 나올 수 있다”며 “원하는 정보가 나오지 않았을 때 질문을 더 구체적으로 해보길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텍스트 넘어 일부 이미지·동영상 검색 결과도 제시
네이버가 강조한 큐: 특장점 중 하나는 기존 AI 챗봇 서비스들이 텍스트 위주였던 데 비해 이미지·동영상 검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거북목에 좋은 스트레칭 자세 동영상으로 보여줘”라는 질의에 큐:는 거북목을 고치기 위한 스트레칭 방법 6가지와 함께 유튜브와 네이버TV(나우) 등에서 관련 동영상을 추천해 줬다.
하지만 모든 동영상과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었다. 큐:는 “네이버 사옥 사진 보여줘”라는 말에 여러 이미지를 가져왔지만, “요즘 유행하는 밈과 짤 보여줘”라는 질의엔 “죄송하다. 저는 저작권 문제로 인해 이미지나 동영상을 포함한 답변을 제공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큐:는 네이버 검색하에 나타나는 콘텐츠를 전부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네이버 검색창에 ‘요즘 유행하는 짤’을 검색했을 때 관련 게시글이 여럿 나오는 만큼, 충분히 사진을 제시할 수 있었지만 해당 답변은 제공되지 않았다.
네이버 관계자는 “큐:를 통해 보이는 모든 콘텐츠는 네이버 검색 결과에서 가져오는 것”이라며 “현재 연동이 매끄럽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추후 서비스 고도화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검색엔진 시장에선 키워드 중심 기존 검색창을 대화형과 개인화 형태로 바꾸는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검색엔진 ‘빙’에 챗GPT를 적용하는가 하면, 구글도 조만간 AI 챗봇 ‘바드’를 검색 엔진과 결합해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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