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정권 교체 이후 극심한 진통을 겪었던 5기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공식 업무가 종료됐다. 김효재 상임위원(위원장 직무대행)과 김현 위원를 끝으로, 5기 상임위원의 임기는 23일 모두 만료됐다.
5기 방통위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김현 위원은 “자고 일어나니 흑백TV세상이 됐다”며 눈물을 보인 반면, 김효재 위원은 “공영방송의 책무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볼 만한 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김현 위원은 이날 오전 정부과천천사에서 임기 만료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공직 생활에) 애정을 가지고 열중했으나 여러모로 부족했고, 의욕이 앞서다 보니 여러분의 말씀에 소홀했다는 아쉬움이 든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김 위원은 이날 퇴임사를 읽기 시작하자마자 눈물을 보였다. 지난 5월 면직된 한상혁 방통위원장을 언급한 그는 목이 메여 한동안 퇴임사를 읽지 못하기도 했다.
김 위원은 지난 5기 방통위에 대해 “40여년 동안 사회적 합의로 진행해온 TV 수신료 통합징수를 졸속으로 개정했고,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제없음으로 결론 낸 사안을 심각한 사안으로 둔갑시켜 공영방송 이사를 해임했다”며 “합의제 기구라는 방통위의 설립 취지를 어긴다면 방통위는 해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김효재 위원은 비교적 홀가분한 모습이었다. “급변하는 방송과 통신 그리고 새로운 미디어의 탄생을 목격하면서 고민은 많았지만, 우리가 어떻게 그 변화에 대응할지에 대해선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공영방송의 책무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볼 만한 계기를 마련한 것이 기억에 남을 듯 같다”고 전했다. 이어 “대한민국 공영방송이 질 높은 방송이 되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5기 방통위에서 풀지 못한 숙제는 6기로 넘어간다. 24일부터 방통위는 대통령 추천 이상인 상임위원 1인 체제로 운영된다. 조만간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도 임명되면 당분간 여권 추천 상임위원들로만 위원회가 운영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25일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위원회는 위원장 포함 5인으로 구성되는 가운데, 정상화까진 다소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인 국민의힘 몫인 김효재 위원의 후임으로는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이 거론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앞서 꾸린 방통위원 추천위원회를 통해 김현 위원의 후임을 찾을 예정이다.
방통위가 정상화되기 전까진 절반도 차지 않은 2명으로, 일각에선 여당이 이 기회를 활용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3인 체제로 운영된 5기 방통위에서 지난 2개월 동안 정부·여당 측 2인의 찬성만으로 안건이 처리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측 상임위원이 전무한 상황에서 정치적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주요 의사결정을 2명의 상임위원이 독단적으로 내리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 순간 합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합의제기구의 설치 목적을 완전히 부정하게 되고 이는 방통위 뿐 아니라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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