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주주서한을 통해 ‘인공지능(AI) 시대 속 네이버 경쟁력’을 피력했다. 지난 5월 첫 번째 주주서한에서는 지배구조 투명성 확립을 위한 다양한 노력과 주주환원책 강화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면, 이번에는 AI 사업에 방점을 찍었다.
21일 최수연 대표는 주주서한에서 “네이버는 지난 세 차례 전환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며 네이버만의 해자를 확보해 왔다”며 “이제 AI라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준비를 완료했으며, AI는 기존 네이버만의 경쟁 우위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주주서한 서두에서 최 대표는 오는 24일 개최될 ‘팀네이버 컨퍼런스 단(DAN)23’과 ‘인베스터데이(Investor Day)’ 소식을 알렸다. 이날 행사는 생성형 AI에 대한 개발 및 투자 상황, AI에서의 경쟁력이 앞으로 네이버 비즈니스의 성장을 얼마나 가속할지 그 전략과 구체적 계획을 공유하는 자리다. 온라인 생중계도 당일 진행한다.
최 대표는 컨퍼런스에 앞서 인터넷 산업을 흔들었던 ▲검색(1999년~) ▲모바일로의 전환(2007년~) ▲이커머스vs소셜(2014년~) 세 번의 패러다임 전환기마다 네이버가 변화를 어떻게 극복하며 경쟁력을 강화해 왔는지, 또 현재 맞이하는 생성형 AI라는 네 번째 패러다임 전환기를 어떻게 극복할 준비가 됐는지를 설명했다.
네이버는 500명이 넘는 대한민국 AI 엔지니어들과 전문가들로 팀을 꾸리고, 매개변수(parameter)가 1000억개 이상인 대규모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을 자체 개발한 전 세계 다섯 개 기업 중 하나다.
최 대표는 “과거 주요 전환기마다 막대한 자본과 자원을 보유한 글로벌 대기업과의 경쟁은 네이버 존립에 있어 큰 위협으로 다가왔다”면서도 “숱한 위기에서 네이버는 매번 혁신과 성공적인 기회 포착으로 한층 더 견고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세 번의 전환기를 극복하면서 네이버는 온라인 광고-콘텐츠 소비-커머스까지 통합된 유일무이한 플랫폼으로 발전했으며, 네이버의 이런 강력한 플랫폼 경쟁력은 생성형 AI 시대에 더욱 빛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세 번의 전환기 통과한 네이버 생존 역사
대한민국 인터넷 초기 수많은 업체가 과열 경쟁하던 1999년 이후 네이버는 검색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국내 검색 시장은 한때 야후·다음·알타비스타·라이코스·엠파스·구글까지 각축을 벌이는 상황이었다. 후발 주자였던 네이버는 ▲지역특성화 ▲검색 의도에 집중 ▲커뮤니티와 사용자 생성 콘텐츠(UGC) 내재화를 핵심 전략으로 삼아 주요 기업으로 부상했다. 엄청난 양의 웹 페이지 크롤링(crawling) 기반 검색 방식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할 수 있었던 글로벌 대기업들조차 모방하지 못한 네이버만의 차별화된 전략이었다는 것이 최 대표 설명이다.
두 번째는 2007년부터 시작된 모바일로의 전환이다. 최 대표는 “첫 번째 전환기가 수익성 높은 검색 광고 시장 선점을 위한 자유 경쟁의 시기였다면, 모바일로의 전환은 네이버에 처음으로 구조적 변혁 위험을 안겨준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휴대전화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에 의존하고 있던 이 시기, 대다수 스마트폰에는 구글 앱이 사전 탑재돼 구글이 사용자 접점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지만, 네이버의 유사한 시도는 네이버가 확보한 독보적 시장 내 지위에 대한 반발로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는 모바일 환경에서 사용자 니즈에 집중하고 지역 기반 서비스, 개인화된 웹 환경, 소셜, 인포테인먼트 영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해 2010년까지 총 13개 모바일 앱과 20개 모바일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출시했다. 웹툰과 같은 창작 콘텐츠도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서비스로 성장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특히, 네이버는 웹 기반에서 모바일 광고로 전환을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선도했다.
최 대표는 “미국이 광대역 인프라의 상대적 부족 등으로 모바일 광고 성장이 지체된 가운데, 네이버는 모바일 광고를 강화하며 성과를 높였다”고 전했다. 신속한 모바일 전환으로 지난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네이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연평균 24%, 20%씩 성장했다. 최 대표는 “투자자들은 네이버가 모바일로 성공적인 전환을 할 수 있을지 계속 의구심을 가졌고, 한때 네이버 시가총액은 2007년 고점 대비 약 3분의2 가까이 하락하기도 했다”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은 라인(LINE)이 일본 주요 메신저 앱으로 자리매김한 후에야 네이버가 모바일 전환을 견뎌낼 역량이 있음을 인정했고, 이에 따라 주가도 회복했다”고 부연했다.
2010년대 중반부터는 글로벌 소셜 미디어와 동영상 호스팅 플랫폼 사용이 활발해졌으나, 당시 네이버 핵심 사업모델은 검색 광고였기 때문에 이들 플랫폼과는 직접적인 경쟁 관계가 아니었다. 같은 시기 네이버는 이커머스 거래량 성장뿐 아니라, 북미 시장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빠른 성장으로 인해 검색 광고 플랫폼 수익화 역량이 침탈당하기 시작한 추세에 주목했다.
네이버는 개별 소셜 미디어나 동영상 호스팅 인프라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대신, 스마트스토어를 열며 이커머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당시 오픈마켓 경쟁이 치열하던 한국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할 전략으로는 ▲네이버 검색 기술을 활용한 복수의 타사 이커머스 플랫폼 상품 가격비교 서비스 ▲판매자들이 쉽게 네이버에서 온라인숍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도구 제공(스마트스토어) ▲사용자 구매 정산까지 편리하게 완결할 수 있는 결제 서비스 구축(네이버 페이)을 택했다.
◆제4의 전환기는 생성형 AI
최 대표는 “AI가 스마트 블록 검색 기능부터 전환율을 높이기 위한 쇼핑 추천 기능에 이르기까지 이미 네이버 핵심 서비스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네이버 조사 결과, 네이버 사용자 80% 이상이 네이버 쇼핑 내 AI 기반 엔진이 추천한 상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으며, 이는 지난 6월 스마트스토어 거래액(GMV)의 13%를 차지한다.
최 대표는 “최근 3~4년간 AI에 대한 네이버 누적 투자 규모는 약 1조원에 달하며, 기초 연구부터 어플리케이션 개발 및 연동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투자가 이뤄진다”며 “2021년에는 1000억개 이상 매개변수를 보유한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대규모 언어 모델이자 한국어를 중점적으로 학습한 최초의 대규모 언어 모델인 하이퍼클로바 첫 번째 모델을 성공적으로 개발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생성형 AI가 회사 핵심 역량을 더욱 확장하고 강화할 기회라고 보는 만큼, ▲기반 기술, 검색 고도화 및 핵심 애플리케이션 경쟁력 강화 ▲비즈니스 및 창작 생산성 극대화 ▲맞춤형 AI 솔루션 제공 ▲생성형 AI 기반 새로운 네이버 플랫폼 경험 제공이라는 목표에 집중할 방침이다.
최 대표는 “네이버가 디스커버리(탐색)에서부터 구매 의도(검색), 실제 구매 전환, 결제에 이르기까지 사용자의 전 여정을 아우르는 세계에서 유일한 광고+커머스 통합 플랫폼”이라며 “이를 통해 사용자에게는 매력적인 탐색 경험을 제공하며, 판매자와 광고주에게는 그 어느 플랫폼과 비교 불가한 독특하고 강력한 원스톱 비즈니스 채널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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