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 기자, 백지영 기자] 차기 KT 수장 후보로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이 발탁됐다. 앞서 지난 4일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최종 대표이사 후보 1인으로 김영섭 전 사장을 확정하고 8월 말 임시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은 LG상사, LG유플러스, LG CNS를 거친 ‘정통 LG맨’이다. 특히 경영자로서의 평가는 직전에 몸담았던 LG CNS에서의 행보를 염두에 두고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김 전 사장은 LG상사(당시 럭키금성상사) 출신이다. 럭키금성상사 총무과와 LG 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을 거쳐 LG CNS로 자리를 옮겼다. LG CNS에서도 경영관리부문장, 경영관리본부 부사장을 거치며 재무업무를 주로 맡았다.
물론 이후 하이테크사업본부장, 솔루션사업본부장을 지냈지만 이후 다시 LG유플러스로 옮겨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맡았다. 이후 2016년 LG CNS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되면서 LG CNS에서 본격적인 경영자로서의 능력을 시험받게 된다.
결과적으로 김 전 사장은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당시 차세대 수종사업으로 각광받았던 클라우드 사업을 자체 서비스가 아닌 주요 글로벌 기업의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적극 받아들이는 발상의 전환에 나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시기 LG CNS는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에 대한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가 시행된 지 2년째에 접어들며 매출의 큰 축을 차지하던 공공사업부문의 미래 방향을 고민할 때다.
당시 김영섭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전통 IT서비스 사업 영역에서 기존의 사업모델과 전략, 관행적 프로세스는 과감하게 바꿔 사업 방식을 철저히 혁신하자”며 “불필요한 형식을 과감히 떨쳐내고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 일에만 집중하며 철저히 실행해 계획한 것은 책임지고 달성하는 조직문화를 정착시키자”자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말은 그대로 실행됐다. 당시만 해도 공공 SW 사업에 대한 희망을 끈을 놓지 않았던 LG CNS의 공공사업부문이 이 때 대규모로 정리됐다. 이에 LG CNS의 공공SW 사업을 담당하던 임직원들이 중견 IT서비스업체들로 대거 이직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비용통제와 함께 수익성 없는 사업에 대해선 가차 없이 정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오픈한 우체국금융 차세대 사업의 주사업자 선정 당시 과감히 입찰을 포기한 사례가 꼽힌다.
LG CNS는 입찰 과정에서 기술점수는 앞섰지만 가격 부분에서 경쟁사 대비 많은 금액을 쓰며 현업에선 가격 협상 여지를 두길 원했지만 김 사장은 수익성이 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과감히 사업을 포기했다.
한때 지폐환류시스템(자동으로 입금된 지폐를 금액에 따라 분류해 다시 출금함으로 전달하는 기술) 등 독자 기술 개발로 선전하던 금융자동화기기(ATM) 사업도 과감히 매각했다. 당시만 해도 지폐환류시스템은 일본제품이 독점 특허를 바탕으로 국내에서 선전하고 있었다.
LG CNS는 2013년 LG엔시스로부터 ATM 사업을 인수해 국산화에 성공하는 등 금융자동화기기에 많은 투자를 해 왔지만, 결국 2017년 10월 해당 사업부분을 물적분할 했다. ATM 기기의 고객사인 은행권에서 ATM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객이 정하는 가격 이상으로 공급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에 대해선 과감히 정리했던 김 사장은 새로운 수익사업에 대해서는 열린 자세로 다가갔다. 클라우드 사업이 대표적이다. 당시 클라우드는 IT서비스업체들의 미래 먹거리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시장 초기 IT서비스업체들은 아마존웹서비스(AWS)나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클라우드와 같은 퍼블릭 클라우드 사업자의 모델을 그대로 답습하며 자체 클라우드 브랜드를 만들어 시장에 접근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초창기 LG CNS도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를 런칭하고 LG그룹사를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했지만, 김 사장은 자체 클라우드만으로는 시장을 선도할 수 없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글로벌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CSP)와의 협력을 추진했다.
그 결과 LG CNS는 AWS와 MS 애저 등 CSP 기반의 클라우드 사업 체계로 전환했다.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기대의 끈을 놓지 않았던 다른 IT서비스업체들과 달리 LG CNS는 과감하게 사업방향을 전환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KT의 방만한 경영과 비대해진 몸집을 수술해야 하는 시점에 김 전 사장이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만약 이달 말 예정된 임시 주총에서 선임 절차가 마무리되면 김 전 사장은 연간 매출 25조원에 임직원 5만8000여명의 KT그룹을 2년 7개월 동안 이끌게 된다. 재계 12위인 KT의 계열사는 작년 기준 52곳이다. 분야도 통신과 금융, 미디어콘텐츠, 부동산 등 다양하다.
특히 지난 2021년 11월 이후 임원인사를 하지 않은 만큼, 일각에선 재무 등 주요 보직에 LG CNS 등 LG 출신 인사가 영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홍원표 신임 대표 체제로 전환한 SK쉴더스가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박성태 전 멀티캠퍼스 대표를 선임한 것과 비교한다. 박 신임 CFO는 과거 삼성SDS에서 홍 대표와 합을 맞춰온 인물로, 삼성 내 재무분야 엘리트 코스 중 하나로 꼽히는 제일합섬 경리과에서 근무한 ‘재무통’으로 꼽힌다.
이에 김 전 사장 역시 과거 LG CNS에서 손발을 맞춰온 재무통 인사를 우선 영입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크다. 궁극적으로 조직과 인력 효율화 작업을 통해 수익성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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