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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대행 플랫폼은 고용노동부 외주업체?...“업무량은 늘고 지원금은 줄고”

서울 시내 한 음식점 거리에 배달 오토바이가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음식점 거리에 배달 오토바이가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배달업계 성장세가 주춤한 사이 배달대행 플랫폼사들은 본업 아닌 부가적 일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배달 라이더 고용보험에 이어 산업재해보상보험 정보 제공까지 대신해 근로복지공단에 정보를 제공하며 업무량이 크게 늘었지만, 정부는 추가 지원에 대해 미온적 태도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정부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배달 라이더 등 플랫폼·특수고용 근로자들도 산업재해보상보험(산재보험)을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이전까지 배달 라이더는 한 사업장에서 한 달 소득 115만원, 노동시간 93시간을 넘겨야 전속성이 인정돼 산재보험이 적용됐다. 지난해 5월 산재보험법 개정으로 특수형태근로 종사자 전속성 요건이 사라지며, 7월부턴 배달 한 건을 수행한 라이더도 산재보험 가입 대상자가 된다.

산재보험 신고와 자료제공 협조 등 행정절차를 맡게 된 건 바로고·로지올·만나플러스 같은 배달대행 플랫폼사다. 통상적으론 배달 라이더들과 직접 계약한 사업주(배달대행업체)가 해당 정보를 제공해야 하지만, 행정 편의상 플랫폼사들이 수행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배달대행업체는 전국적으로 7800여개소에 달하는데, 이들에게 직접 공단이 라이더 정보를 전달받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배달대행 플랫폼사들이 각 사 프로그램을 쓰는 배달대행업체 제출 서류들을 취합해 공단에 전달하는 식이다.

배달대행 플랫폼사들 ‘업무대행’은 지난해 1월 배달 라이더 고용보험이 적용됐을 때부터 시작됐다. 라이더 정보를 근로복지공단에 넘기는 역할을 1년 이상 해오던 상황에서 라이더 산재보험 관련 행정처리까지 추가로 맡게 됐다.

◆라이더와 계약관계 아니지만...배달대행 플랫폼, 고용·산재보험 처리 대행=사업주가 직접 계약한 근로자들 고용·산재보험 신고는 법적으로 의무사항이다. 플랫폼사들은 배달 라이더들과 직접 계약한 관계가 아님에도 예외적으로 보험 이행 업무를 하게 된 셈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사업주 대신 플랫폼사가 보험 업무를 대신하는 건 퀵서비스(배달 라이더)과 대리기사 업계 뿐이다. 대리기사 업계에선 대다수가 사업주가 직접 신고하고 플랫폼사가 대신 하는 경우는 극히 일부고, 배달 라이더 쪽은 플랫폼사가 처리하는 비중이 훨씬 높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배달대행 플랫폼사들에 ‘보험사무 이행지원금’ 명목으로 비용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고용보험 업무를 시작하면서 플랫폼사들이 받은 지원금 규모는 상한액 분기 5600만원이다. 배달대행 플랫폼사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기 시작한 건 산재보험까지 대신해 신고를 대신하면서부터다.

공단은 고용보험 보험사무 이행지원금 상한액 5600만원을 절반으로 나눠 산재보험 이행지원금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즉 산재·고용보험 각각 분기별 2800만원을 지원 받는 것으로 총 상한액 5600만원은 변함없다. 배달대행 플랫폼 입장에선 추가 지원 없이 책임 범위가 훨씬 넓어진 셈이다.

배달 라이더 보험 행정처리 업무 부담에 대해 정부와 플랫폼사가 인지하는 온도차는 크다. 고용노동부는 고용보험에 산재보험 행정처리 업무를 더하는 정도로 업무량 변화엔 큰 차이가 없다는 설명이지만, 플랫폼사들은 행정처리 부담이 크게 늘고 지원금은 오히려 축소됐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처음 고용보험을 도입할 때부터 국회에선 누가 고용했던지 간 상관없이 법상 의무를 부여한 것에 대해 지원금을 주는 게 맞는지 이야기가 있었다”며 “고용보험을 신고하는 서식에서 산재보험도 추가 체크하는 게 전부이기 때문에 더 증액을 해서 지원해야 하는 부분인지 의문이 있긴 했다”고 말했다.

◆플랫폼사 추가 지원금 없이 기존신고 외 가중업무 더 많아져=플랫폼사들은 산재보험 행정처리가 도입된 후 기존 고용보험 처리대비 업무가 급격히 가중됐다고 주장한다. 산재보험 시행에 맞춰 전문 인력을 신규 채용하거나 추가 인원을 투입하기도 했다. 기존 행정처리를 하던 인력으론 감당할 수 있는 업무량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은 보험신고를 하는 라이더 규모 자체가 변했다. 고용보험의 경우 월 소득 80만원 이하 라이더는 고용보험 가입 적용이 제외된다. 반면 산재보험은 월 1건 이상 배달을 수행해도 의무로 가입해야 한다. 플랫폼사들이 개인사업자인 배달대행업체로부터 자료를 받아 처리해야 할 서류 또한 늘어난 것이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고용·산재보험 데이터를 취합해 전달하는 역할도 사실 플랫폼 역할은 아니지만 사무지원 이행금을 주면서 요청하니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기본 신고 외에도 업무상 재해확인 요청, 라이더 퇴사 시 진행하는 상실신고, 고용·산재보험 관련 문의 대응까지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배달 주문콜을 받은 업체(A)와 실제 주문배달을 수행한 라이더가 속한 업체(B)가 다른 ‘공유콜’에서 라이더 산재가 발생할 경우, A사 기준으로 정보를 갖고 있는 플랫폼사는 재해자가 누구인지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수십만건 자료를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또한 플랫폼사는 라이더 퇴사 시 고용보험 상실신고를 진행하는데, 월 2회 일괄 신고 진행을 원칙으로 삼았지만 긴급으로 요청이 수시로 접수돼 많은 경우 한달 20건 이상 업무를 처리한다. 상실신거 처리 시 한 명당 500원 이행지원금이 지원되는데, 투입되는 비용과 시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배달 라이더 같은 특수고용직 근로자가 처음 산재가 적용되는 가운데, 정부가 복잡하고 변화가 큰 업계 상황을 면밀히 보지 못하고 플랫폼사에 책임을 떠넘긴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라이더와 계약 관계가 없는 상태에서 플랫폼사들이 보험 관련 업무를 떠안다 보니 라이더 보험 적용·신고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다.

이외에 고용·산재보험이 배달 라이더들에 각각 지난해와 올해 처음 도입된 후 관련 문의들도 플랫폼사에 몰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보험 관련해서 월 평균 300건 가량 문의가 들어오며 건당 3~5분이 소요된다. 정부 산재보험 적용 관련 적극적인 안내 및 홍보가 더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또다른 배달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사가 응대할 수 없는 부분까지 근로복지공단이나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보험 문의를 하면 플랫폼사에 문의하라고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 기관 외주업체가 된 것 같다는 자조적 목소리도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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