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제조 분야의 산업적 가치가 중요해졌고, 그에 따라 소재·부품·장비(소부장)산업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미중 패권경쟁에 따른 아시아 지역의 변화와 유럽연합(EU)의 적극적인 공세로 인해 우리나라는 제품만 생산해내는 위탁국가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해외 정세에도 흔들림 없는 K제조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물밑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소부장 강소기업 육성을 통한 경쟁력 제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부장 미래포럼>은 <소부장 TF>를 통해 이같은 현실을 직시하고 총체적 시각을 통해 우리나라 소부장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숙제를 되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특수가스 전문업체 티이엠씨(TEMC)가 국내 반도체 공급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필수 원재료를 연이어 내재화하면서 중국 등 해외 의존도를 낮췄다. 삼성과 포스코 등 대기업과의 협업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다.
티이엠씨는 지난 2015년 설립된 회사로 매년 70% 이상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로 올해 1월 코스닥 상장한 데 이어 3월에는 소부장 으뜸기업으로 선정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해당 사업은 소부장 100대 핵심전략기술 분야에서 국내 최고 역량과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유한 기업을 발굴,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선정 기업에는 5년간 R&D 비용 최대 250억원, 기업 부담금 완화, 공공기관 테스트베드 활용 실증 평가 등이 제공된다.
티이엠씨가 뽑힌 이유로는 다양한 반도체 소재를 국산화한 점이 꼽힌다. 지난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조달에 차질을 빚은 네온을 조달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네온은 반도체 노광공정에서 쓰이는 희귀가스(공기 중 0.00182% 포함)다. 노광은 반도체 원판인 실리콘 웨이퍼에 빛을 조사해 회로 패턴을 그리는 단계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빛인 불화아르곤(ArF), 불화크립톤(KrF) 등 원료가 네온이다.
티이엠씨는 포스코와 합작해 작년 4월부터 SK하이닉스에 네온을 납품하고 있다. 같은 해 3분기부터는 삼성전자에도 공급 중이다. 당초 러·우 사태로 중국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네온 가격이 폭등했으나 티이엠씨가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안정 상태에 접어들었다.
티이엠씨의 강점은 전 과정으로 자체 처리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유원양 티이엠씨 대표는 “네온과 헬륨을 분리 및 정제하는 설비를 자체 개발하고 원료까지 우리나라에서 조달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원료 분리와 정제부터 검사, 측정까지 전 공정 진행이 가능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제논도 포스코와 협업으로 사업화하기로 했다. 제논은 차원(3D) 수직구조(V) 낸드플래시 등 첨단 반도체의 식각공정에 필요한 희귀가스다. 식각은 노광 이후 웨이퍼에 새겨진 회로 외부의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내는 과정이다.
앞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제논 국산화 의지를 드러냈다. 티이엠씨가 내년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하면 일정 부분 채워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티이엠씨 2대 주주(9.54%)와 3대 주주(8.54%)는 포스코 GEM 1호 펀드, SVIC 52호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이다. 실질적으로 포스코와 삼성이 투자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대기업들이 티이엠씨의 기술력, 로드맵 등을 고평가하고 지분을 사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티이엠씨는 포트폴리오 확장을 준비 중이다. 연내 디보란(B2H6)과 황화카보닐(COS), 중수소(D2) 등도 생산체제에 돌입할 방침이다. 디보란은 도핑, 황화카보닐은 식각, 중수소는 열처리 공정에 쓰인다. 이를 통해 국내에 이어 미국, 중국 등 고객사와도 거래량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한편 티이엠씨는 올해 1분기 매출액 847억원, 영업이익 12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3배 이상 늘었으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제온 등 가격 하락으로 소폭 줄었다. 반도체 소재 라인업 확장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성장세는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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