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제조 분야의 산업적 가치가 중요해졌고, 그에 따라 소재·부품·장비(소부장)산업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미중 패권경쟁에 따른 아시아 지역의 변화와 유럽연합(EU)의 적극적인 공세로 인해 우리나라는 제품만 생산해내는 위탁국가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해외 정세에도 흔들림 없는 K제조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물밑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소부장 강소기업 육성을 통한 경쟁력 제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부장 미래포럼>은 <소부장 TF>를 통해 이같은 현실을 직시하고 총체적 시각을 통해 우리나라 소부장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숙제를 되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인쇄회로기판(PCB) 전문업체 심텍이 ‘퀀텀 점프’를 노린다. 핵심 기술인 미세회로제조공법(MSAP)이 자신감의 원천이다.
1987년 설립된 심텍은 PCB 외길 인생을 걸어온 기업이다. PCB는 이름 그대로 회로 패턴이 새겨진 판대기다. 해당 패턴은 반도체와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물(전기적 신호)이 하천(반도체) - 강(PCB) - 바다(메인보드)로 흘러나가는 원리다.
심텍의 경우 메모리 모듈 PCB와 반도체 패키지 기판이 주력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에 메모리 관련 기판을 공급해오다가 MSAP 기반 첨단 PCB로 주력이 바뀌고 있다.
MSAP는 회로가 아닌 부분을 코팅하고 빈 부분을 도금해 회로를 형성한 뒤 식각(에칭) 공정으로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이와 비교되는 텐팅(Tenting)은 원하는 회로 두께만큼 도금한 뒤에 회로가 남을 부분만 코팅하고 나머지를 날려버리는 공법이다. 참고로 심텍은 둘 다 소화한다.
심텍은 2010년대 중후반부터 MSAP 사업화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진다. MSAP 수요가 급증하면 상황에서 관련 생산라인을 갖춘 회사는 손에 꼽을 정도다.
MSAP 노하우를 바탕으로 심텍은 플립칩(FC)-칩스케일패키지(CSP), 시스템인패키지(SiP) 등을 만든다. FC-CSP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컨트롤러 등에 적용되고 SiP는 그래픽 D램, 입는(웨어러블) 기기 칩 등에 쓰인다.
최근 들어 MSAP 활용도는 높아지는 추세다. 반도체 사이즈 확대에 따라 PCB 층수가 올라가고 패키징 기술이 상승된 영향이다. 시스템반도체 영역이 넓어진 것도 한몫했다. 이에 심텍은 수백억원을 들여 MSAP 라인 확충을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심텍은 텐팅 제품, 고밀도 회로기판(HDI) 등도 공급한다. 올해 1분기 매출(2039억원)에서 ▲MSAP 부문 1232억원 ▲HDI 부문 532억원 ▲텐딩 부문 275억원 등을 차지했다.
다만 회사는 전방산업 부진으로 예년만큼 좋은 실적을 내지 못했다. 하반기부터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면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심텍 관계자는 “1분기 저점을 확인한 만큼 2분기부터 상승궤도에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2분기 예상 매출액은 2374억원으로 설정했다.
한편 심텍은 일본, 중국, 말레이시아 등에도 공장을 두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스턴을 인수하면서 사명 변경한 심텍그래픽스 공장을 운영 중이다. 중국에서는 메모리 모듈 PCB 공장이 가동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사업장은 지난해부터 가동 개시했는데 마이크론 등 현지에 생산법인을 둔 고객 대응 차원에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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