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제조분야의 산업적 가치가 중요해졌고, 그에 따라 소재·부품·장비(소부장)산업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미중 패권경쟁에 따른 아시아 지역의 변화와 유럽연합(EU)의 적극적인 공세로 인해 우리나라는 제품만 생산해내는 위탁국가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해외 정세에도 흔들림 없는 K제조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물밑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소부장 강소기업 육성을 통한 경쟁력 제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부장 미래포럼>은 <소부장 TF>를 통해 이같은 현실을 직시하고 총체적 시각을 통해 우리나라 소부장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숙제를 되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문기 기자] “세계 1위 탈환을 위한 여정의 첫 걸음을 내딛는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5월 18일 ‘디스플레이 산업 혁신전략 원탁회의’를 개최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장관은 세계시장 점유율 50% 달성, 경쟁국과 기술격차 5년 이상, 소부장 자립화율 80% 이상, 전문인력 9000명 양성 등 핵심 목표를 업계와 정부가 힘을 합해 반드시 이뤄내자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4년 일본을 제치고 17년간 디스플레이 시장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재 고부가가가치를 실현하는 OLED 중심으로 기술격차 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쟁국들의 추격 역시 가속화되고 있다. 중국은 LCD에 이어 OLED에서도 국가적 차원의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과 대만은 OLED 열세를 극복하고 차세대 마이크로LED에 대한 기술 투자를 진행 중이다.
정부 2027년까지 65조원 이상 투자
정부는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IT용 OLED 생산라인 증설, 차세대 디스플레이 연구개발 등에 오는 2027년까지 65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부는 세제, 정책금융 지원, 인프라, 규제개선 등을 통해 연구개발부터 생산까지 전 단계에 걸쳐 민간투자를 뒷받침한다.
이를 위해서 조세특례제한법 상 국가전략기술로 5개의 디스플레이 핵심기술을 지정해 기업의 투자부담을 대폭 낮추고, 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주요 금융기관은 신규 패널시설 투자, 디스플레이 장비 제작자금 등에 약 9000억원의 정책금융을 공급하기로 했다.
국가첨단산업법에 따른 디스플레이분야 첨단전략 세부기술을 신속히 확정하고 디스플레이 특화단지 지정 검토를 추진키로 했다.
향후 5년간 약 65조원의 설비·R&D 투자가 실행되면 관련 소부장 기업들에게는 109조원의 연관효과가 예상되고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 생태계는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전망이다.
또한 미래를 이끌 투명·XR·차량용 등 3대 디스플레이 신시장 창출을 지원한다. 3대 융복합 시장의 매출을 지난해 9억달러 수준에서 2027년 150억달러 수준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실증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정부는 신시장 육성에 향후 5년간 약 740억원의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경쟁국과의 기술격차를 5년 이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약 4200억원 규모의 정부 R&D 자금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IT용 8세대, TV용 10세대 장비·공정 등 대량 양산기술을 고도화하여 생산원가를 낮추고, 신축성, 발광효율 등 OLED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5000억원 이상 규모의 정부 R&D를 투자해 소부장 자립화율을 80%로 끌어올린다. OLED 디스플레이의 화질, 수명 등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기술 난이도로 인해 해외 의존도가 높은 FMM, 노광기, 봉지장비 등 주요 품목과 고투명 전극소재, LED 에피 성장장비 등 미래 성장성이 높은 품목 등을 중심으로 총 80개 품목에 대해 본격적인 기술 자립화에 나선다. 국산화에 성공한 품목은 수요기업과 연계해 성능평가, 사업화까지 전 주기에 걸쳐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우수 인력 9000명 양성을 위해서는 디스플레이 기업이 채용연계형 계약학과를 통해 기업 수요에 맞는 인력을 적기에 육성토록 지원한다. 정부도 특성화대학원 개설, 산학 R&D 등을 적극 지원하여 석·박사급 인력을 양성하고, 학부 전공트랙 신설도 추진해나간가기로 했다. OLED 혁신공정센터에서 미취업 학부생, 재직자 등을 대상으로 제조·공정 과정을 직접 체험하며 지식을 쌓는 현장 중심 디스플레이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소·부·장 기업들이 EX-OLED, 무기발광 등 신기술에 신속히 적응하고 개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소·부·장 재직자를 대상으로 한 첨단기술 관련 교육도 확대할 예정이다.
과감한 투자 단행…녹록치 않은 현실
정부 발표에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4월 4일 충남 아산시 제2캠퍼스에서 ‘삼성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협약식’을 진행했다. 이 자리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함께 했다.
윤 대통령은 “충남은 세계 최초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양산한 곳”이라면서 “혁신과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국제 분업체계에서 부가가치가 큰 첨단 산업 분야의 역량을 키워나가야 하고, 이 분야에 과감한 지원과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초격차를 위해 4조10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오는 2026년에는 IT용 OLED를 연간 1000만대 생산하고 전체 매출을 20%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의 전체 매출에서 IT용 OLED가 차지하는 비중은 4%에 불과하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은 바로 이곳 아산에서 아무도 가보지 못한 디스플레이 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겠다”라며 “이번 투자는 지난달 (삼성이) 약속드린 60조 원 지역 투자의 첫 이행이다. 충남도의 지역 경제는 물론이고 협력업체 중소기업 대학을 포함한 전체 디스플레이 산업 생태계에 성장을 이끄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애플이 XR 기기를 선보이면서 관련 디스플레이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21년 189억달러 수준인 XR 산업은 2026년 1007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산업부는 지난 5월 ‘디스플레이산업 혁신전략’을 발표하면서 XR 부품-세트-서비스기업은 물론 유관기관까지 포함 XR 융합산업 동맹을 결성하기로 했다.
다만, 현실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국내 소부장 기업의 수출이 급감하고 있어서다. 업계에 따르면 디스플레이 장비 수출 중 대중 수출액은 4월 누적기준 80% 떨어진 1억1000만달러(한화 약 1398억원)에 그쳤다. 전체 디스플레이 장비 수출액 중 대중 수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다.
이동욱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부회장은 지난 13일 디스플레이 수출 확대지원 정책 세미나에 나서 “기업 자체 역량으로의 수출 확대도 중요하지만, 수출금융, 해외진출 등 정부 지원책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라며 “글로벌 IT 기업들이 중국을 대체하는 새로운 시장으로 인도, 베트남 등을 고려하고 있는 만큼, 우리 소부장 기업들의 전략적 진출도 적극 검토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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