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보민 기자] 중국이 수년 전부터 미국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제품 구매를 줄이고, 그 대신 중국산과 한국산의 비중을 늘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중국 정부 당국은 마이크론의 반도체를 정기적으로 구매해 세금 시스템이나 감시 네트워크 사업에 사용했지만, 2020년을 기점으로 구매를 급격하게 줄였다"고 보도했다.
통신이 분석한 중국 입찰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3년간 정부 입찰에서 마이크론 제품이 언급된 사례는 4건에 불과했다.
과거 중국 정부가 주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마이크론의 제품을 사용했던 것과 대조되는 형국이다. 일례로 중국 국세청은 2015년에 560만위안(한화 약 10억4700만원)를 투입해 마이크론의 서버용 반도체 칩 8000개를 구입한 바 있다.
하지만 2020년 이후 중국 정부는 메모리 칩이 필요할 때마다 마이크론이 아닌 화웨이, 하이크비전, 유니크 등 자국 기업들을 찾았다.
이와함께 중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의 제품도 다수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가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에 사용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반면 중국 당국은 당장 대체제가 없는 미국 반도체 제품들은 계속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표적으로 인텔 프로세서와 엔비디아 그래픽저장장치(GPU), 델 서버 제품에 대한 중국 당국의 수요는 여전하다.
결국 이번 보도는 중국의 마이크론 대한 제재가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점을 반증한다.
즉, "마이크론을 판매 금지 시켜도 대체재를 시장에서 구할 수 있다"는 확신때문에 실행에 옮겼다는 분석이다.
앞서 중국 당국은 지난 21일 마이크론이 만드는 제품에서 보안 문제가 발생했다며, 중요 정보 시설이 해당 제품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마이크론은 중국에서 이미 오랜 기간 어려움을 겪어왔고, 지난 몇 년간 더 많은 도전을 직면해왔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입지는 더욱 난처하게 됐다.
미국은 지금처럼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마이크론의 물량을 대체하지 않도록 요구하고 있기때문이다. 물론 이는 아직 수면위로 공식화되지 않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 의회에서는 '경제 동맹국'끼리 합심해야 한다는 발언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마이크 갤러거(Mike Gallagher)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은 23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해외 반도체 기업에 대한 미국의 수출 허가가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메우는 데 사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며 "중국의 경제적 강압을 경험한 한국도 (자국 기업이 마이크론의) 공백을 채우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24일 열린 전화 브리핑에서 "마이크론에 대한 중국의 발표는 근거가 없다"라며 "우리 동맹 및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곧 중국 당국과도 협상에 나선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25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과 만찬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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