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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된 에코프로 1년새 200% 성장...숙제는 ‘공급망 안정화’ [소부장박대리]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2022년 자산총계 5조원을 돌파,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대기업’에 지정된 에코프로가 1분기 각종 이익지표에서 전년 동기 대비 200% 이상 증가하는 호실적을 거뒀다. 2차전지(배터리) 양극재 사업의 가파른 성장세 덕분이다. 다만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한 중장기적 대응을 위해선 핵심광물 공급망의 보다 탄탄한 안정화가 숙제로 남았다.

에코프로는 2023년 1분기에 연결기준 매출 2조644억원, 영업이익 1824억원, 에비타(EBITDA) 213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6806억원에서 단숨에 2조원을 돌파, 20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539억원에서 1824억원으로 238% 증가하고 에비타 역시 204% 성장했다. 에비타는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으로, 각종 부대비용을 제외하고 기업이 순수하게 벌어들인 영업이익을 뜻한다.

수익과 더불어 재무지표도 양호하다.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과 빚의 규모를 알 수 있는 유동비율은 146%, 부채비율은 124%로 모두 안정권을 기록했다. 특히 사업 확대에 따른 필요 운영자금 증가로 은행권의 단기 차입(대출)은 지난해 1분기 보다 2배 증가한 1조3288억원을 기록했음에도 수익성 개선과 재무 관리의 안정화가 동시에 이뤄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에코프로 2023년 1분기 주요 손익계산서

재고자산은 전년 동기 7772억원에서 1조7299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회사는 “양극재 전방 수요의 증가 및 신규공장 ‘CAM7’ 본격 가동에 대비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CAM7은 에코프로비엠과 삼성SDI가 합작해 설립한 양극재기업 ‘에코프로이엠’의 2번째 생산공장이다. 총 공사비 2730억원이 투입됐으며 세계 최대 규모(6만1020제곱미터) 양극재 생산공장으로 꼽힌다.

기업의 외상판매(받을 돈) 규모를 뜻하는 매출채권은 2022년 1분기 2855억원, 4분기 9522억원, 이어 올해 1분기 1조2372억원으로 꾸준히 우상향을 그리는 중이다. 이는 전방 양극재 수요 증가에 따른 고객사 수주량 확대, 안정적인 매출 확보 기반이 갖춰져 있음을 의미한다.

에코프로 그룹의 핵심 캐시카우는 양극재 제조사 ‘에코프로비엠’이다. 1분기 그룹 매출의 97.4%, 영업이익 58.8%를 책임졌다. 최근 양극재용 주요 광물 가격의 하락세에도 2022년 4분기 리튬과 니켈 가격이 높았던 까닭에 양극재 판매 단가는 전분기 대비 상승, 견조한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회사는 2분기에도 양극재 수요의 지속적인 확대를 예측했다. 에코프로비엠이 생산 중인 하이니켈 양극재는 프리미엄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이다. 주요 고객사인 삼성SDI, SK온이 최근 미국과 유럽 내 생산기지 건설과 신규 수주 확대에 박차를 가하면서 에코프로의 양극재 공급량도 그만큼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수산화리튬 등 주요 소재의 가격 하락은 올해 에코프로비엠 양극재 판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회사는 이에 대해 "원달러 환율이 예상보다 높게 유지되면서 리튬 가격 하락이 상쇄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에코프로비엠의 2023년 매출 가이던스는 10조원이다.

▲에코프로비엠 실적 변화 추이 및 양극재 매출 비중

다만 지금과 같은 성장세를 유지하려면 IRA 대응, 특히 핵심광물 공급망을 보다 탄탄하게 갖춰야 한다. IRA 요구 기준에 충족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7500달러의 소비자 세액공제, 배터리 셀 1kWh당 35달러, 모듈포함 최대 45달러의 생산자세액공제를 보장하는 IRA는 최근 전세계 배터리 업계의 화두다. 중국 외 최대 전기차 시장인 미국에서 이를 충족한 배터리와 그렇지 못한 배터리, 전기차의 시장 경쟁력은 큰 격차를 갖게 될 수밖에 없다.

NCM, NCA 양극재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에코프로 입장에서 수요 비중이 높은 핵심광물은 리튬과 니켈이 해당한다. 회사는 “IRA 요건의 단기 충족 가능성은 높고, 중장기적으론 업스트림 전략과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터리 소재 업계에서 업스트림이란 핵심광물을 직접 추출, 확보할 수 있는 단계를 의미한다. 이를 중간재로 가공하는 것이 미드스트림, 양극재와 같은 최종 상품으로 가공하는 것이 다운스트림이다. 에코프로는 업스트림 투자 중에서도 리튬 염호보다는 광산 투자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단 입장이다.

에코프로와 같은 배터리 생태계 기업들의 업스트림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IRA에 규정된 해외우려집단(FEOC)에 핵심광물 주요 공급망 중 하나인 중국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IRA는 2024년부터 배터리 부품, 2025년부터는 배터리 핵심광물 조달처에 FEOC가 포함될 경우 해당 배터리를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구체적인 국가 명단과 적용 규칙은 아직 공개 전이지만, 업계에선 미국의 패권경쟁 국가인 중국의 포함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에코프로 입장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2025년 이전에 중국 외 안정적인 핵심광물 공급원을 확보하고, 기존 공급원 중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등이 IRA 세액공제 대상인 ‘미국과 FTA 체결 혹은 그에 준하는 광물협정을 맺은 국가’의 지위를 갖는 것이다.

에코프로는 지난 2021년 기업공개 행사에서 계열사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호주 및 캐나다 지역의 광산과 플랜트 기업에 지분을 투자하고 아르헨티나 염호(리튬 함유 호수) 공급선과 전략적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리튬 공급 안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는 에코프로만의 과제는 아니다. 전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 증가 예상량 대비 핵심광물 공급량이 부족해질 것에 대비해 경쟁 소재사뿐 아니라 완성차 업체들까지 잇따라 광산 투자, 업스트림 기업들과 파트너십 체결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요 광물을 선점하고 이를 파트너 배터리 제조사, 소재 제조사 등에 저렴하게 공급하는 식(사급거래)으로 공급망 안정성 개선을 꾀하는 식이다.

이 가운데 글로벌 리튬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칠레는 최근 리튬 채굴 사업의 국유화를 선언했다. 다만 에코프로는 칠레 국유화와 관련, 칠레 내 2개 기업과 2030년까지 공급 계약 체결을 완료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 SK온, 중국 GEM과 합작설립하기로 한 새만금 전구체 생산공장의 FEOC 지정 영향에 대해선 FEOC 판단 근거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우려국가의 지분률 25%를 기준으로 유연하게 대처하겠단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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