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세아 기자]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볕이 들고 있습니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입법의 첫발을 뗀 것인데요. 가상자산 투자자를 보호하는 내용을 담은 디지털자산기본법안이 입법을 위한 국회 첫 문턱을 넘었습니다.
국회에서 몇 차례나 공회전하다 성과를 본 것이어서 기대가 커지고 있는데요.
이번에 입법을 위한 첫 단추를 채우면서 '디지털자산', '암호화폐', '가상화폐' 등 다양한 용어로 제각각 쓰이던 것도 공식적으로는 '가상자산'으로 통일됐습니다. 물론 앞서 특정금융정보법 상에서는 이미 가상자산이라고 단어를 통칭해 썼죠.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도 다양한 용어가 혼재된 형태였는데요. 이번에 상황이 한 번에 정리될 것으로 보이네요. 다만, 거래소 업계에서 주로 사용하던 '디지털자산'은 바뀌지 않을 전망이어서 향후 용어가 다시 한번 바뀔지 장기적 관전 포인트가 되겠습니다.
이번 주 주간블록체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의 빠른 제정을 기원하며 시작하겠습니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무위원회 소위 통과
지난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그동안 발의된 가상자산 관련 법안 19건을 통합·조정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안'을 의결했습니다.
이번에 의결된 법안은 '이용자 자산 보호'를 위해 가상자산사업자에게 ▲고객 예치금 예치·신탁 ▲고객 가상자산과 동일종목·동일수량 보관 ▲해킹·전산장애 등 사고에 대비한 보험·공제 가입 또는 준비금 적립 ▲ 가상자산 거래기록 생성·보관 등을 의무화한 게 골자입니다.
또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 시세조종 행위, 부정거래 행위 등을 불공정 거래 행위로 규정했습니다.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 처벌 뿐만 아니라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고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금융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한국은행 자료요구권도 신설했다. 또 금융위원장에게 가상자산을 자문하는 가상자산위원회라 신설됐습니다.
다만,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는 가상자산에서 제외됐습니다.
이전보다 상당히 구체화된 법안이지만, 아직 갈 길은 먼데요. 투자자 보호에만 초점을 맞춘 1단계 입법이기 때문인데요. 의결과 국회 본회의 통과까지 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게다가 법안 통과 후 시행일까지 감안하면 1년 이상이 더 소요될 수 있겠습니다.
◆가상자산에 개방적인 홍콩, 문 닫는 미국
최근 미국은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규제 잣대를 엄격히 세우고 있죠. 가상자산의 법적 정체성을 증권에 포섭해 증권법으로 다루려는 기조가 강합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리플과의 소송, 코인베이스와 제미니 등 가상자산거래소와 갈등을 보면 이를 확연하게 알 수 있는데요.
SEC 게리 겐슬러 위원장은 27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가상자산은 증권처럼 다뤄야하고, 이에 따라 거래소들이 증권법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SEC은 최근 가상자산을 모두 증권으로 보고, 증권법에 따라 증권거래소로 등록하지 않은 거래소들을 단속하고 있습니다.
몇년 간 진행돼 온 리플과 SEC 갈등은 가상자산의 성격을 결정할 수 있는 좋은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가상자산업계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죠. 리플의 증권 포섭여부를 두고 향후 많은 법적 기준이 정립될 전망입니다.
얼마 전 리플 아태지역 정책 총괄이 저와 했던 인터뷰에서 미국과 소송 진행 상황과 향후 결과에 따른 파급 등은 언급하는 것을 꺼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법적으로 진행 중인 사안이였기 때문이어서 그렇겠죠.
코인베이스와 SEC과 갈등도 마찬가지죠. 코인베이스는 지나달 SEC으로부터 웰스 노티스를 받았습니다. 이는 SEC가 민사소송 대상이 될 기업에게 소송에 앞서 해명할 기회를 주는 사전 통지서입니다. SEC가 코인베이스가 증권법을 위반했다고 소송 리스트에 올린 것이죠.
코인베이스는 가상자산 업계 속성에 대해 SEC와 논의하고 대중에 알리려고 노력했지만, 웰스노티스를 받았을 뿐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상황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코인베이스는 업계에서는 가상자산이 증권이 아니라 금이나 은과 같은 상품이어서 증권법에 포함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성격이 다르지만, 테라폼랩스 권도형 대표도 마찬가지 입장이죠. SEC가 권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근거가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인데요. 이 이유 역시 스테이블 코인 테라 역시 화폐고 증권이 아니기 때문에 사기 혐의를 근거로 제기한 소송은 기각돼야 한다는 입장을 기반으로 하고있죠, 또 가상자산을 모두 증권에 포함시키려는 SEC의 부적절한 권한 행사는 실패할 것이라는 주장이네요.
앞서 SEC은 지난 2월 테라와 루나 발행사 테라폼랩스 권 대표를 사기 혐의로 뉴욕 연방지방법원에 제소했습니다. SEC은 권 대표가 무기명증권을 제공하고 판매해 최소 400억달러(약 53조3000억원) 규모 사기 행각을 벌였다고 보고있습니다.
◆블록체인-가상자산, 제도권 금융과 접점 확대가 살 길
이 같은 상황에서 '그들만의 리그'라는 오명을 썼던 블록체인 업계가 기존 제도권과 접점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가상자산 시장 침체기를 뜻하는 크립토 윈터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대중 효용성을 높이고, 새로운 자본시장 형성에 대한 가시성이 확보될 때 극복할 수 있다는 시각인데요.
지난달 28일 열린 '제1회 디지털 혁신 학술 포럼'에서 블록체인 업계 전문가들이 시장 혁신에 대한 방향성을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블록체인 시장을 바라볼 때 어려운 시장을 어떤 기준을 가지고 볼 것인지, 블록체인 위에 많은 서비스들이 실제로 구현될 수 있는지 명확한 관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전했습니다. 이 관점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 시장에 대한 신뢰가 생길 때 크립토윈터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또 본래 블록체인 업계가 기존 전통 금융 권력 시스템에 반기를 들면서 탄생했기 때문에, 기존 시스템과 공조는 어려울 것으로 보였는데요. 하지만, 이미 상당한 시간을 들여 많은 인적, 물적자원이 소요된 제도권의 힘을 결국 외면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도권에 실상 부조리가 있다 하더라도 급격한 개혁을 원하는 블록체인 시스템 역시 대중의 공감을 아직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죠. 즉 기존 체제를 급격하게 바꿀 만한 원동력이 현재로서는 미약한 상태입니다.
고팍스 이중훈 부대표는 거래소 입장에서 블록체인 혁신은 기존 제도권의 힘을 빌릴 때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밝혔습니다. 결국 혁신이 있기 위해 제도권을 배제하고 갈 수 없다는 생각인데요. 이 부대표는 "무조건적으로 블록체인 기본 정신인 탈중앙화된 거래소 형태에 집중하기 보다 기술이 안정화되고 투명한 방향으로 거래소가 발전해야 한다"라며 "규제당국과 협업을 통해 블록체인 산업이 위축되지 않고 발전할 수 있도록 기존 금융 시스템을 유지하고 개선하는 방향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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