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양원모 기자] 최근 유명인 등의 극단적 선택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면서 '베르테르 효과'를 우려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베르테르 효과는 유명인이나 평소 존경·선망하던 인물이 사망했을 경우 그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현상이다.
하지만 꼭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사람이 아니더라도 SNS와 같은 소셜미디어에 화제가 된 사건 또는 사고를 모방하려는 대중의 심리 또한 커지면서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0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밤 8시 10쯤 그룹 아스트로 멤버 문빈(25)이 강남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연락이 닿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매니저가 집을 찾았다가 문빈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문빈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빈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에서는 "팬이 아닌데도 놀랐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관련 기사 밑에 "(평소) 몸과 마음이 너무 건강해보였던 청년이 이런 선택을 했다는 게 제일 충격"이라는 댓글을 남겼다.
또 다른 네티즌은 "간간히 보이는 (인스타그램) 릴스나 소식에는 너무 밝은 모습이었는데"라며 "팬이 아닌 일반인이어도 충격적"이라고 적었다.
앞서 나흘 전인 지난 17일에는 10대 여학생의 고층 빌딩 투신 장면이 소셜 미디어(SNS)로 생중계돼 논란이 됐다.
해당 영상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비롯해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 무차별적으로 유포됐다.
실수 또는 호기심에 영상을 본 네티즌은 "머릿속에서 투신 장면이 떠나지 않는다"며 우울감을 호소했다. 한 네티즌은 "처음에 영상만 봤을 때는 아무 감정이 안 들었는데, (투신 전) 무섭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너무 슬펐다"는 댓글을 남겼다.
일각에선 최근 이어지는 극단적인 선택과 SNS와 같은 소셜미디어와의 연관성을 지적하는 분석도 나온다.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나마 자신의 억울함이나 안타까운 사정을 호소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소셜미디어에 의한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와는 분명 변화된 흐름이다.
베르테르 효과는 1774년 독일 문학가 괴테가 쓴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따온 것으로, 당시 소설을 읽은 젊은이들이 비극적 결말을 맞는 베르테르를 따라 목숨을 끊자 이 같은 말이 생겨났다.
유명인의 극단적 선택은 상당한 파급력을 지닌다.
지난 2014년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김남국 교수팀이 1990년부터 2010년까지 극단적 선택을 한 유명인 15명에 대한 신문·TV 기사량과 통계청의 모방 자살자 수를 정량적으로 분석한 결과 기사량과 모방 자살 사이의 상관계수는 0.74로 나타났다.
1에 가까울수록 극단적 선택 보도와 모방 자살의 연관성이 높다는 뜻이다.
고려대안산병원 인간유전체연구소 서수연 박사는 "사람들은 유명인이 본받을 점이 있다고 생각해 그들의 행동을 모방하려고 한다"며 "(그러나) 유명인의 자살 같은 부적응적 행동도 따라해 모방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즉 모방 자살은 위인 본받기의 부정적인 행동 양태"라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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