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오현지 기자] 포스코 최정우 회장이 웨건 유모차와 용돈을 준비해 네 쌍둥이의 아빠인 김환 씨의 집을 방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 주목을 끌었다.
김환씨의 부인 박두레씨가 지난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최정우 회장이 네쌍둥이를 사랑스럽게 보는 모습이 공개됐다.
앞서 포항제철소 화성부에서 근무하는 김환 씨는 지난해 8월 네쌍둥이 아빠가 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김환 씨의 아내 박두레 씨는 서울대학병원에서 자연분만으로 네쌍둥이를 건강하게 출산해 주목을 받았다.
당시 포스코는 네쌍둥이를 출산한 김환 씨를 축하하는 의미로 9인승 승합차, 출산장려금 2,000만 원을 전달했다. 임직원들은 200만 원 상당의 육아용품을 선물로 준비했다. 또한 네쌍둥이 육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자녀돌봄 서비스도 제공하고, 네쌍둥이가 첫돌이 될 때까지 도우미 비용을 지원한다.
그러나 포스코처럼 당당하게 육아휴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업들은 여전히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관련한 포스코 네쌍둥이의 근황을 전한 기사의 댓글에는 '저것도 포스코, 삼성같은 대기업이니까 가능하지 중소기업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아직 국내 많은 직장인들에게 육아휴직은 '경단녀'를 감수해야할 정도로 힘든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물론 남편에게도 육아휴직이 가능하지만 현실적인 선택을 감행하는 경우는 여전히 소수다.
출산 절벽을 해소하기위한 대전제가 '육아 휴직'과 같은 실질적인 복지 제도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고려했을때 우리 사회가 가야할 길은 아직 험난하다.
실제로 현재 직장인들이 느끼는 상황이 그렇다. 또한 정부의 출산율 정책의 출발선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눈치봐야 하는' 중소기업의 육아휴직, 정책은 어디를 향해야하는가
최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사무금융우분투재단과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출산휴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39.6%가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고 있다”라고 대답했다.
특히 비정규직(56.8%), 5인미만 사업장 근로자(62.1%), 월 임금 150만원 미만(55.0%) 등이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45.2%는 육아휴직을 쓰지 못하고, 53%도 가족돌봄휴가를 못 썼다고 응답했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일수록 육아휴직을 쓰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직장갑질119는 “정부가 할 일은 직장인이 마음 놓고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노동시간을 줄이고 출산·육아·돌봄휴가를 확대하는 것이다. 또한 이를 위반한 사업주는 처벌해야 한다”며 “세계 최저 합계출산율의 가장 큰 원인은 장시간 노동”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2022년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를 봐도 상황은 참담하다. 2022년 8월 22일부터 11월 9일까지 전국의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 중 5070개의 표본사업체의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육아휴직 제도를 알거나 들어 본 적이 있다고 대답한 사업체 중 50.7%만이 ‘필요한 사람은 모두 자유롭게 활용 가능하다’고 응답했다.
육아휴직 제도를 알거나 들어본 사업체 중 26.4%는 ‘활용 가능하나, 직장 분위기, 대체인력 확보 어려움 등으로 인해 충분히 사용하지 못한다’라고 답했으며, 22.9%는 ‘전혀 활용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1위는 ‘사용할 수 없는 직장 분위기나 문화 때문에’(31.8%), 2위는 ‘동료·관리자의 업무 가중으로’(25.2%), 3위는 ‘추가인력 고용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으로’(23.3%), 4위는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서’(19.7%)로 꼽았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모성보호 신고센터’를 개설하고 육아휴직 등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불리한 처우를 내린 것으로 의심되는 사업장 500개소를 집중 감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