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오현지 기자]어린이보호구역(이하 스쿨존)에서 끊임없이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있지만 실효성있는 대책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해 국민적 분노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근 대전에서 대낮에 만취한 운전자가 시속 30Km로 엄격히 제한된 스쿨존을 덮쳐 9살 초등학생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을 계기로, 맘카페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시민 제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행정안전부는 지난 13일, 교육부 등 14개 중앙행정기관 및 17개 시·도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범정부 차원의 ‘2023년 어린이안전 시행계획’을 실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지난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립한 최초 법정계획인 ‘제1차 어린이안전 종합계획’(2022∼2026년)에 따라 기획됐다.
특히 최근 논란이 커지고 있는 스쿨존 통학로에 대해 ‘학교가 희망할 때 학교 담장 또는 화단을 학교 안쪽으로 옮긴 후 남은 공간에 통학로를 설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또 통학로 설치가 어려운 곳은 양방 통행을 일방통행으로 바꾸거나 등하교 시간대 차량 통행을 제한하는 방식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조상명 행정안전부 안전정책실장은 “최근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와 같이 일상에서 어린이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관계기관과 함께 어린이안전 시행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해 어린이가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대책에 누리꾼들의 반응은 대체로 싸늘하다.
“스쿨존 사망 사고를 낸 운전자를 강력히 처벌하는 것이 훨씬 더 실효성이 있다”는 반응이다.
대책과 관련한 기사에는 “안그래도 저조한 출산율에 아이들 보호해야 한다. 술 먹고 운전하다 걸리면 사람 취급하면 안 된다”, “원하는 학교가 과연 얼마나 될까”, “왜 국회는 음주운전자를 처벌하는 강력한 법을 만들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 “꼭 생명을 잃어야 대책을 세우냐”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이같은 반응이 나오는 것은 실제로 이번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실효성도 떨어진다고 인식하고 있기때문으로 보인다.
통학로 학보를 위한 도로 공사가 만만치 않고, 또 공사 기간도 길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어린이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도 문제다.
이와함께 통행로 공사시 학교 주변 상권에 대한 고려 등 이해관계 조정을 위한 절차도 막상 쉽지않은게 현실이다. 또 등하교시 차량 통행을 제한하는 것도 말처럼 쉽지않다는 의견이다.
이처럼 정부의 대책에 대한 냉소적 반응과는 달리, 실제로 어린이 통학로를 만든 훈훈한 건물주 사연이 전해져 화제다.
그만큼 학생들의 통학로를 확보하는 것이 누군가의 희생없이는 현실적으로 쉽지않은 일이라는 반증이다.
지난 9일 KBS 전북에 따르면, 전주 인후동에서 과일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건물주 부부는 아이들의 안전한 등하교를 위해 자신의 건물에 99㎡의 규모의 통행로를 만들었다. …
11년전 건물을 지을 당시 하루에 200∼300명의 아이들이 건물을 짓기위해 가져다 놓은 쇠 파이프 아래로 지나가는 것을 보고, 상가를 지으면 아이들이 통행하는데 불편하다고 생각해 약 월 100만원의 임대 수익을 일부 포기하고 그 공간에 터널을 만든 것이다.
이처럼 통행로가 조성되면서 학생들이 차가 오가는 이면도로를 피해 건물을 통과하며 안전하게 통학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건물주는 터널 통로 입구에 ‘인후초등학교 가는 길’, ‘아파트 가는 길’이라는 안내판을 부착해놓았다.
한편 아이들의 안전한 등하교를 위해 서울에서도 강남구청 건너편 영진약국 사거리 교차로(학동로 67길)가 일방통행으로 지정된다. 또한 사람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보도를 설치한다.
강남구청에 따르면 언북초등학교 통학로 일방통행 지정 및 변경 보도 설치 공사를 4월에 실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