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오병훈 기자]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범람하고 있다.
특히 주요 게임사가 일제히 흡사한 게임성을 지닌 MMORPG를 선보이면서 유사 장르 간 경쟁이 격화되는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천편일률적인 신작 릴레이가 국내 게임 시장 다양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게임사 입장에서는 실적을 위해서라도 흥행 성공 확률이 높은 MMORPG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대형 게임사의 장르 다양화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부 전문가는 이용자도 게임 소비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4시 기준 구글플레이 실시간 매출 순위 1~5위가 모두 MMORPG 장르 게임인 것으로 나타났다. 1위 ‘리니지M’를 비롯해 ▲2위 ‘아키에이지워’ ▲3위 ‘오딘:발할라라이징’ ▲4위 ‘프라시아전기’ ▲5위 ‘리니지2M’ 순이다.
◆우후죽순 MMORPG 신작에 시장도 ‘들썩’…모바일 RPG 매출액 ‘반등’=지난달부터 국내 주요 게임사가 연달아 MMORPG 신작을 선보였다. 지난달 21일에는 카카오게임즈가 ‘아키에이지워’를 출시했으며, 30일에는 넥슨이 ‘프라시아전기’를 선보였다. 오는 27일에는 위메이드가 ‘나이트크로우’ 정식 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주요 게임사가 우후죽순 MMORPG 신작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국내 게임 시장도 들썩이는 모습이다. 모바일인덱스 운영사 아이지에이웍스가 공식 블로그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3월 인기 앱·게임 순위 총정리’에 따르면, 지난달 3대 앱마켓(구글플레이, 앱스토어, 원스토어) 모바일 RPG 게임 매출액 총합은 2276억원으로 전달 대비 6% 상승했다.
아이지에이웍스는 “신작 MMORPG 아키에이지워 덕분인지 지난해부터 지난 2월까지 계속해서 감소하던 RPG 전체 매출이 지난달 다시 증가했다”라며 “4월에도 여러 신작 게임이 출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계속해서 RPG 매출이 증가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분석했다.
◆‘리니지라이크’ 전성시대?…“장르 다양성 실종 우려”=현 상황에 대한 이용자 시선은 곱지 않은 편이다. 이전부터 국내 게임 시장이 MMORPG 장르에 편향돼 있다는 비판은 꾸준히 제기됐으나, 최근 들어서는 그 정도가 선을 넘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특히 MMORPG 중에서도 엔씨소프트(이하 엔씨) 지식재산권(IP) ‘리니지’ 시리즈를 닮은 게임, 일명 ‘리니지라이크’ 게임이 이렇게 다수 등장하는 것은 국내 게임 시장 장르 다양성을 크게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리니지라이크 게임이란 리니지 시리즈가 표방하고 있는 게임 요소인 ▲이용자 간 전투(PvP) ▲공성전 ▲페이투윈(Pay to Win, 이하 P2W) 요소 등을 주요 콘텐츠로 삼는 게임을 이용자들이 통칭해 이르는 말이다. 최근 출시된 프라시아전기·아키에이지워를 비롯해 웹젠 ‘알투엠(R2M)’, 카카오게임즈 ‘오딘:발할라라이징’ 등 타이틀도 이용자 사이에서 리니지라이크라는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더해 최근 엔씨가 카카오게임즈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는 상황까지 벌어지자 신작들의 몰개성화가 절정에 이르렀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엔씨는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가 선보인 아키에이지워가 엔씨에서 개발한 ‘리니지2M’의 게임 콘텐츠와 시스템을 다수 모방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두 회사는 상반된 입장문을 내놓으며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이와 관련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리니지라이크 게임이 MMORPG 장르 특성과 확률형 아이템을 수익모델(BM)을 통한 수익창출을 보여준 이후 리니지라이크 게임이 범람하게 된 것”이라며 “엔씨와 카카오게임즈 소송전도 그 연장선에서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적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게임업계가 리니지라이크 게임에 매달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든든한 캐시카우를 통한 안정적인 실적 상승이다. 앱마켓 매출 상위권에 장기간 엔씨 리니지 시리즈가 다수 안착해 있는 상황은 모든 게임사에게 리니지라이크 게임을 개발해야 할 명분이 됐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리니지 IP와 유사한 게임들이 지속적으로 매출 성과를 올리면서 흥행 공식이 된 상황에서 다른 장르 게임을 개발한다는 것은 위험하고 어려운 도전”이라며 “매출 성과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임사 입장에서는 리니지 같은 캐시카우 MMORPG를 개발하는 것이 가장 안정적인 사업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장르 다양화? 업계·이용자 모두 노력해야”=게임 개성이 사라져가는 현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먼저 안정적인 대기업이 장르 다양화를 위한 노력에 지속적으로 앞장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재정적으로 안정적인 기업이 먼저 나서서 분위기를 바꾸려는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라며 “최근 대기업에서 장르 다양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결과적으로도 좋은 콘텐츠로 성공하는 사례를 남기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넥슨은 올해 중 3종 슈팅 게임 ‘더파이널스’ ‘베일드엑스퍼트’ ‘퍼스트디센던트’를 비롯해 검 싸움 PvP 게임 ‘워헤이븐’ 출시를 앞두고 있다. 엔씨에서는 캐주얼 퍼즐 게임 ‘퍼즈업:아미토이’와 액션 배틀로얄 게임 ‘배틀크러쉬’, 3인칭 슈팅게임(TPS) 'LLL' 등 개발을 진행 중이다.
게임사에서 장르 다양화를 노력하는 만큼 이용자의 게임 소비 인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업에서 다양한 장르 게임을 선보이는 만큼 페이투윈(Pay-to-Win, 이하 P2W) 색깔이 짙은 MMORPG만 소비하기 보다는 이를 다양한 게임에 분산시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위 학회장은 “해결책은 간단하다. 이용자들이 리니지라이크 게임을 안 하면 된다”라며 “P2W 맛을 아는 소비자가 집단으로 형성이 돼 있다. 이들도 한국 게임 시장 장르 다양화를 막고 있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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