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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웨이브 ‘적자’ 심화…투자와 수익 사이 ‘딜레마’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이 적자 수렁에 빠졌다. 콘텐츠 투자비는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글로벌 OTT와의 경쟁 심화로 가입자는 정체된 까닭이다. 현재로선 해외 판로를 넓히는 것이 해결책이지만 그마저 쉽지 않은 일이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OTT 1위 사업자인 티빙은 지난해 119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0년 61억원, 2021년 762억원에 이어 적자폭이 계속 커지는 추세다. 웨이브는 지난해 121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전년 558억원 손실에서 두배가 넘었다. 왓챠는 2021년 24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도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플레이도 적자로 추정된다.

적자 폭이 커진 배경에는 콘텐츠 투자비가 있다. 예컨대 티빙의 지난해 콘텐츠 원가는 약 1167억원으로 전년(707억원)보다 46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웨이브도 45.4% 늘어난 2111억원을 지출했다. 콘텐츠 원가는 제작·수급 등 콘텐츠에 쓴 비용으로, 제작투자비 및 콘텐츠제공사업자(CP)에 대한 콘텐츠 정산비가 증가했다는 뜻이다.

문제는 투자만큼 회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 독주 속 엔데믹 영향으로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티빙과 웨이브 모두 기대만큼 가입자를 확대하지 못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티빙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459만9146명, 웨이브는 369만9814명이다. 티빙은 올 들어 두달 연속 하락세, 웨이브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티빙에 토종 OTT 1위 자리를 내주고 2월부턴 MAU 300만명대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OTT 경쟁력은 곧 콘텐츠 경쟁력인 만큼 콘텐츠 투자를 멈추거나 줄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심정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티빙과 웨이브는 올해도 공격적인 콘텐츠 투자를 단행할 방침이다. CJ ENM은 지난 2021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3년간 4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웨이브도 2025년까지 콘텐츠 제작에 1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콘텐츠 투자에 대해서도 좀 더 효율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존에는 비싼 IP(지식재산권)와 스타 작가 등에 집중해 왔는데 그런 식으로 100억짜리 콘텐츠 하나를 만들어내기 보다는 참신한 소재와 기획으로 10억짜리 콘텐츠를 열 개 만드는 식의 다양한 시도와 새로운 인력 발굴이 필요하다”며 “OTT는 기본적으로 ARPU(가입자당평균매출)가 낮은 시장이기 때문에 투자의 효율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또한 실적 개선을 위해 한계가 명확한 내수 시장을 벗어나 해외 진출을 가시화 해야 할 때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국내 OTT 업체들도 그래서 해외 시장 진출 및 글로벌 사업자들과의 제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웨이브는 지난해 12월 K콘텐츠 플랫폼인 ‘코코와’ 운영사 코리아콘텐츠플랫폼(KCP)를 인수해 해외 진출 거점으로 삼았다. 코코와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등 미주 30여개국에 K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티빙은 파라마운트와 손잡고 해외 확장을 노린다. 올해 시즌(전 KT OTT 플랫폼)과의 합병 시너지도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OTT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국내 OTT와 해외 OTT간 협력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 플랫폼이 해외 진출하는 사례보다 해외 플랫폼이 우리나라 시장에 진출하는 효과가 더 컸다”며 “이제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해외 가입자들을 공략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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