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카카오와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이 주주총회장에서 앞서 논란된 경영진 보상 문제와 관련한 안건을 중심으로 열띤 질의와 응답이 오갔다.
카카오는 28일 오전 9시 제주 영평동 스페이스닷원에서 제28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제1호 안건부터 제5호 안건까지는 그 누구도 질의를 하거나 반대 의사를 표명하지 않아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크루유니언이 적극 목소리 내기 시작한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 건을 의결하는 대목에서부터다. 지난해 역성장한 카카오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 총액 또는 최고 한도액을 120억원에서 80억원으로 줄이기로 했다. 지난해 카카오가 집행한 이사 보수 총액은 76억7038만원이었다.
서승욱 크루유니언 지회장은 해당 안건에서 손을 들고 “급여는 확정자이기 때문에 이번 보수 한도 변경건에 성과급이 적용된다고 본다”며 “8호 안건에 포함된 새로운 최고경영자(CEO) 보상 제도에 성과급 지급 관련 규정이 있는지”를 물었다.
또 다른 카카오 노조원도 “여전히 이사 보수한도가 높다는 생각이 든다”며 향후 조정할 생각은 없는지 문의했다.
카카오 보상위원회 의원인 윤석 카카오 감사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0년간 카카오는 고성장했지만, 앞으로는 안정적인 성장을 취하는 업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새로운 보상 체계가 필요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사 보수한도를 낮춘 건 이사회 수가 줄었기 때문이며 추후 성과 보수를 결정할 때 성과와 전반적인 핵심 성과 지표(KPI)에 도달했는지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카카오 측 설명에도 불구, 크루유니언 측 4명 주주는 의결 단계에서 반대 의사로 기립했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에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5만주를 부여하는 안건과 대표 퇴직금 지급률을 3배수로 하는 안건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퇴직금 지급률 개정안은 홍 대표에 대한 스톡옵션 5만주 부여와 맞물려 긴축 경영 속 과도한 보상이라는 논란이 커지자 신규 선임 대표부터 적용하기로 결정됐다.
홍은택 대표는 “이미 사내 소통공간인 아지트를 통해 주가가 2배가 되지 않으면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했다”며 “재직 기간 중 주가가 2배가 안 된다면 자연스럽게 포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어려운 여건에서 경영진이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같은 조건을 제시한 것이지, 이런 조건이 다음 대표까지 적용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좋은 경영진을 영입하기 위한 수단이 스톡옵션인데 이에 대한 과도한 조건을 내걸면 능력있는 인재를 데려오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 ▲자기주식 소각의 건 ▲이사 퇴직금 지급 규정 개정의 건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승인의 건 총 9개 안건이 가결됐다.
사내이사·사외이사 안건이 통과하면서 카카오는 배재현 공동체투자총괄대표와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각각 사내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배재현 공동체투자총괄대표는 최근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싱가포르 투자청에서 1조원대 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는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카카오벤처스 상무와 파트너로 재직했으며 2018년부터는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맡고 있다.
한편, 홍 대표는 주주총회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연내 출시가 예정된 코(Ko)GPT 업그레이드 버전에 대해 “코GPT가 현재 GPT로 3.0단계”라며 “코GPT를 상반기 안에 내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코GPT는 챗GPT처럼 GPT-3.5를 적용할 예정이다. 앞서 카카오가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을 통해 한국어 특화 초거대 인공지능(AI) 코GPT를 업그레이드한 버전을 올 상반기 공개하겠다고 밝힌 데 차질이 없음을 시사한 것이다.
카카오는 카카오브레인 기술력인 코GPT를 활용해 자신 있는 영역인 버티컬 AI서비스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홍 대표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들고 있는데 그런 모델들과 직접 경쟁하기는 어렵고 한국적 맥락에 맞는 GPT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며 “챗GPT를 통해 AI 기술이 대중화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는데, 누구나 쓸 수 있는 기술이 되는 것이 굉장히 반향이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사업을 대체하는 것도 있고 새로운 사업을 창출하는 것도 있을 테지만 양쪽을 다 잘 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