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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하영 칼럼

[취재수첩] KT 경영공백 사태, 누가 책임지나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윤경림 KT 대표이사 후보가 사의를 표명한 지 일주일 만인 27일 사퇴를 공식화 했다. 대표 후보로 내정된 지는 19일 만이다. 구현모 현 KT 대표에 이어 두 번째 벌어진 후보 사퇴다.

KT의 차기 대표 선임 과정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처음에 연임에 도전했던 구현모 대표는 회사 정관에 따른 절차를 거쳐 대표 후보가 됐지만, 현직 CEO에 유리한 절차였다는 이유로 국민연금의 반대를 받았다. 이후 구 대표 제안에 따라 복수 후보 경선에 돌입한 뒤에도 국민연금의 반대는 계속됐고, 결국 그는 구체적인 사유도 밝히지 않은 채 지난달 23일 후보자군 사퇴를 결정했다.

이후 공개 경선을 거쳐 다시 KT 대표 후보가 된 윤경림 사장 또한 사퇴하고 말았다. 윤 사장은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기대 수준을 넘어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새로운 CEO가 선출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사퇴 이유를 들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이사회에 “내가 버티면 KT가 더 망가질 것 같다”고도 했다고 한다.

윤 사장이 ‘주요 이해관계자들’을 언급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아마 정치권과 국민연금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실제로 여권은 KT 내부 인사가 대표 후보로 뽑힌 것을 두고 “이권 카르텔”이라며 비난했고, 대통령실은 “공정하고 투명한 거버넌스가 이뤄져야 한다”며 KT를 직격했다. 국민연금 또한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질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다. 이 가운데 윤 사장을 향한 검찰 수사까지 시작됐다.

결국 윤 사장이 이러한 전방위적 압박에 못이겨 사퇴로 내몰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글로벌 의결 기관들도, 소액 주주들도 모두 윤 사장을 지지했지만 소용 없었던 모양이다. 적어도 윤 사장이 KT의 적격한 대표 후보였는지 판단할 사람은 여당이나 대통령실이 아니라 오는 주총에 참석할 주주들이었을 텐데 말이다.

이제 KT는 심각한 경영 공백 위기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차기 대표가 수립해야 할 경영 계획이나 인사 및 조직개편는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비(非)통신 사업을 확장하며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있는 경쟁 통신사들보다 한참 뒤처지게 될 것이란 우려가 KT 안팎에서 쏟아진다. 주가도 연일 떨어지고 있다. 올초 3만2500원이었던 것이 3만원 미만으로 추락했다.

서둘러 경영 공백을 메워야 하지만 그마저 쉽지 않다. 상법에 따라 구현모 대표가 당분간 대표직을 더 수행하든지, 회사 정관상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 정도가 직무대행을 해야 하지만, 이들도 정상적인 리더십을 지니기는 힘들다는 평가다. 추천한 두 명의 후보가 모두 낙마를 한 마당에 이사회가 더 이상의 권위를 가지기도 어렵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됐는데도 정작 책임질 사람이 아무도 없다.

사내에서는 비상대책기구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전체 KT 직원 중 1만6000여명이 속한 다수 노조인 KT노동조합은 지난 23일 성명서에서 “현재의 경영위기 상황을 초래한 이사진은 전원 사퇴해야 한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소수 노조인 KT새노조의 경우에도 “KT 이사회에 책임을 준엄하게 물어야 한다”고 27일 강조했다.

하지만 모든 책임을 이사회에 모는 것도 지금에 와선 의미 없는 일이다. 여권에선 이미 KT 차기 수장 하마평이 돌고 있다고 한다. 지난 공모에서 떨어진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과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의원 등 이름이 오르내린다. 정치권 낙하산 논란이 재현될 조짐이다. 이 상황에 진짜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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