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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KT]<하> 주총이 코앞인데…비상경영체제 기로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KT 차기 대표이사(CEO) 후보로 선임된 윤경림 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이 전격 사퇴하면서 경영 공백이 현실화됐다. 사상 초유의 업무공백 위기 속에 KT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KT에 따르면, 오는 31일로 예정된 정기주주총회는 기존대로 열린다. 대표 선임안이 사라지더라도 상법에 따라 재무제표를 승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후보자의 사퇴로 대표 후보자가 추천한 2명의 사내이사 선임건도 자동 폐기됐다.

KT 정관은 ‘대표이사 후보가 주총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되지 못하면 그가 추천한 사내이사 후보의 추천도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장 KT 이사회는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절차상으로는 벌써 네 번째다.

공모 절차를 시작으로 주총에서 최종 선임을 확정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만큼 비상경영체계 가동이 불가피하다. KT 정관 제29조에 따르면, ‘대표이사 유고시 직제규정이 정하는 순서에 따라 사내이사가 그 직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사내이사는 구현모 대표이사와 윤경림 사장 두 명 뿐이다. 두 사람 모두 이번 주총을 끝으로 임기가 끝난다. 사내이사 후보였던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과 송경민 경영안정화TF장 선임은 없던 일이 됐다. 경영 공백을 막기 위해선 상법에 따라 구현모 현 대표이사가 임시 주총까지 대표직을 임시 수행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혹은 직제 규정에 맞춰 사장급인 강국현 커스터머부문장이나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이 새 대표이사 선임 시까지 직무대행을 맡는 방안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문제는 앞으로의 대표이사 선임 절차다. 대표이사 후보 추천은 이사회 논의로 이뤄져야 하지만 이달 주총까지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가 3명이다.

글로벌 의결기구인 ISS는 강충구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표현명 전 KT렌탈 대표의 사외이사 임기 연장에 반대했다. 만약 이들의 재선임 안건이 통과하지 못할 경우, 단 3명의 사외이사로 대표 후보 선임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사외이사 3명의 재선임 안건이 통과하더라도 이미 후보자의 잇단 사퇴를 야기한 만큼 이사회에 대한 신뢰성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KT 노조는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비상대책기구 구성을 주장하고 있다.

새롭게 후보 공모가 이뤄져도 난항이 예상된다. 사내 후보자의 경우, 현직 KT 임원을 대상으로 하는 규정에 따라 대상자가 정해졌으나 외부 후보자가 ‘정치권 낙하산’ 꼬리표를 달고 또 다시 재공모에 도전할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특히 반복되는 차기 대표 선임 실패로 내부 직원들의 피로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직원과 노조, 주주들의 마음을 다독이면서 정부·정치권과의 관계 설정, 땅에 떨어진 기업가치 회복 등 고려할 요소가 많아지면서 차기 대표이사 후보 선임에 빨간불이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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