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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KT]<상> 두번의 후보 사퇴, 대표 선임 ‘암흑속’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윤경림 KT 대표이사 후보가 사의를 표명한 지 일주일 만에 사퇴를 공식화 했다. 구현모 현 KT 대표에 이어 두 번째 벌어진 후보 사퇴다. 이로써 KT의 경영 공백은 현실화 됐다. 임직원 5만8000여명 KT 그룹 역사상 유례 없는 사태다.

27일 KT는 윤경림 사장이 차기 대표이사 후보에서 사퇴하겠다는 의사는 이사회에 전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윤 사장은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기대 수준을 넘어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새로운 CEO가 선출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윤 사장은 앞선 22일 이사회와 만나 사의를 표명했다. 윤 사장은 당시 “내가 버티면 KT가 더 망가질 것 같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는 “주총까지는 버텨달라”며 주말까지 윤 사장을 필사적으로 만류했으나 끝내 사퇴 의사를 꺾지 못했다.

결국 KT의 대표 인선 과정은 진흙탕이 되고 말았다. 처음에 연임에 도전했던 구현모 대표는 회사 정관에 따른 절차를 거쳐 대표 후보가 됐지만, 현직 CEO에 유리한 후보 선임이라는 이유로 국민연금의 반대를 받았다. 이후 구 대표의 제안에 따라 복수 후보 경선 끝에 구 대표가 다시 후보가 됐으나, 국민연금은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했다”며 또 반대했다. 끝내 구 대표는 지난달 23일 구체적인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대표이사 후보군에서 사퇴를 결정했다.

윤경림 사장도 석연찮은 이유로 사퇴를 하고 말았다. 윤 사장이 사퇴 배경으로 밝힌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기대 수준”이란 결국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을 지목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국민연금은 윤 사장의 후보 내정 이후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구현모 대표가 연임을 포기하는 데도 결정적 역할을 했던 만큼 이번에도 상황은 비슷했을 것이다. 2대 주주인 현대차 또한 KT에 “대주주 의사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하면서 사실상 국민연금을 따라 ‘반대’로 기울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민연금과 현대차가 내세운 반대 명분은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이겠지만 실상은 대통령실과 여권의 압박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당초 KT 이사회는 구 대표의 사퇴 이후 공개 경선을 통해 4인의 후보를 선택했고 그 가운데 윤 사장을 최종 후보로 낙점했는데, 당시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기자회견까지 열어 “이권 카르텔” “그들만의 리그”라고 강력 비판했다. 4인의 후보가 전원 KT 내부 인사였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대통령실까지 나서 “공정하고 투명한 거버넌스가 이뤄져야 한다”고 발언하며 사실상 KT를 직격했다.

그럼에도 윤 사장은 후보 내정 뒤 발표한 소감문에서 “정부와 주주의 우려를 충분히 공감하고 있으며 후보자로서 주주총회 전까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맞춰나갈 수 있게 하겠다”면서 여권 달래기에 나섰다. 뿐만 아니라 지배구조개선 태스크포스(TF) 구성 요청,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불참, 자사주로 다른 회사와 상호주 취득 시 주총 승인을 요구하는 정관 변경안 수용 등을 통해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보이려 안간힘을 썼다.

특히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경제특보를 맡은 임승태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사외이사 후보로, 윤 대통령 충암고 동문인 윤정식 한국블록체인협회 부회장을 KT스카이라이프 대표 후보로 내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마저 줄줄이 사퇴하며 힘을 잃었다.

여기에 윤 사장이 과거 현대차 임원 시절 구현모 대표 친형이 운영하는 기업에 현대차그룹이 투자를 결정한 과정에서 모종의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얼마 전 검찰은 ‘일감 몰아주기’와 ‘보은성 투자’ 의혹으로 구 대표와 윤 사장에 대한 수사까지 시작했다. 윤 사장은 이러한 전방위 압박 속에 결국 사퇴를 결정했다.

KT 정기 주주총회는 오는 31일 예정대로 열릴 예정이다. 그러나 대표와 사외이사 선임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경영 공백이 불가피하다. 대표 후보가 연속 낙마하며 KT 내부에서는 이사회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KT 제1노조는 23일 “현재의 경영위기 상황을 초래한 이사진은 전원 사퇴해야 한다”며 비상대책기구 운영을 요구하기도 했다.

재계 순위 12위인 KT는 50개 계열사에 직원 5만8000여명을 이끄는 기업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해가 바뀌도록 차기 대표 선임 절차를 진행하면서 신년 경영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고 본사와 계열사 인사, 조직개편 모두 멈춘 상태다.

한편, KT 주가는 이날 오전 11시 기준 2만9950원으로 3만원대 미만으로 떨어졌다. 윤 사장의 사의 표명 사실이 알려진 전일 대비 0.33% 빠졌다. 올 초 3만25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7.8%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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