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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대형 투자…LG엔솔은 왜 ‘원통형 배터리’에 주목할까 [소부장박대리]


- 대형 완성차에서 스타트업으로 확대될 원통형 배터리 수요
- 시장 내 경쟁우위 유지를 위한 선제적 투자 필요한 시점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국내 1위 배터리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 최근 ‘원통형 배터리’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주력 고객사들의 수요 증가와 더불어 관련 기술 고도화, 시장 내 경쟁 우위 제고 등 다각적 측면에서 지금이 원통형 배터리의 투자 적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4일 미국 애리조나주 원통형 배터리 생산공장 투자 재개를 결정하면서 총 4조2000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목표 생산규모인 27GWh는 전기차를 연간 35만대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회사가 처음 공장 건립 계획을 밝힌 지난해엔 1조7000억원을 투자해 11GWh 규모의 공장을 지을 예정이었는데 재검토를 거쳐 그 규모가 대폭 확대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부터 원통형 배터리 투자에 집중해왔다. 2022년 6월 국내 원통형 배터리 주요 생산기지인 오창 공장에 7300억원 투자를 시작으로 같은 해 12월엔 충청북도, 청주시와 함께 2026년까지 오창산업단지에 총 4조원을 원통형 배터리 생산라인 신·증설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4조2000억원 규모의 애리조나 원통형 배터리 생산 공장 투자는 이후 불과 3개월만에 결정된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이처럼 원통형 배터리 공장 투자에 적극적인 배경에는 핵심 고객사의 ‘열렬한 러브콜’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업계에선 LG에너지솔루션이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 중인 테슬라를 꼽는다.

전기차 시장의 선두주자인 테슬라는 과거 첫 모델부터 원통형 배터리를 사용했던 업체다. 지금도 대부분 모델에 원통형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지난 2020년엔 기존 2170 규격 대비 더 높은 에너지 밀도와 출력을 가진 차세대 규격 ‘4680 원통형 배터리’를 공개, 원통형 배터리 중심 전략을 지속 강화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선 대외적으로 핵심 고객사 수요에 발맞춘 생산기지 증설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 테슬라는 거들 뿐…잠재 고객사 ‘스타트업’에 주목

하지만 테슬라가 전부는 아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6월 오창 공장 투자 결정 당시 “원통형 배터리 채용 완성차와 소형 전기차(LEV) 업체를 대상으로 고객 포트폴리오를 적극 확장할 계획”임을 밝혔다.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하는 제조사가 점점 늘고 있는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현재 테슬라 외에도 LG에너지솔루션의 또다른 고객사인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 삼성SDI 고객사인 리비안 등 주목받는 스타트업들도 원통형 배터리가 주력이다. 기술적 특성과 생산의 용이성을 고려할 때 파우치형이나 각형 배터리 대비 원통형 배터리의 접근성이 높기 때문이다.

원통형 배터리의 장점은 2170(지름 21mm, 높이 70mm), 4680(지름 46mm, 높이 80mm) 등 규격화된 생산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생산 공정도 양극과 전극을 구부려 휴지처럼 마는 와인딩 방식이 사용돼 다른 폼팩터보다 공정이 단순하고 생산 속도가 빠르다.


이는 차량 생산 대수가 많지 않은 초기 스타트업 입장에서 맞춤형 생산과 주문이 요구되는 각형, 파우치형보다 저렴한 가격에 많은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된다. 게다가 전기차 시장은 내연기관차 시장과 달리 스타트업의 비중이 적지 않다. 고난이도 엔진 기술이 필요 없는 전기차는 완성차 제조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까닭이다.

루시드와 리비안 외에도 니콜라, 카누, 피스커 등 시장 초기부터 다수의 스타트업이 속속 전기차 시장에 출사표를 냈다. 향후 전기차가 대중화될수록 이런 스타트업은 계속 등장할 수밖에 없고, 그들의 초기 모델 또한 접근성 높은 원통형 배터리 채택 가능성이 높다. 소규모로 생산되는 소형 모델, 특수목적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이런 잠재적 수요를 고려하면 LG에너지솔루션이 증설 중인 원통형 배터리 공장들은 향후 풍부한 생산량과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신규 고객 확보 측면에서 유리한 자산이 된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원통형 배터리의 규격화된 특징, 높은 가성비를 중심으로 관련 시장이 계속 커지는 중”이라며 “수요 대응 차원에서 생산량을 늘리고 있지만, 원통형 외에도 경쟁사 대비 제품 포트폴리오가 다양했다는 점 역시 회사의 고유한 강점”이라고 말했다.

◆ 장점은 부각, 단점은 축소되고 있는 원통형 배터리 기술

기술적 측면에선 원통형 배터리의 단점은 상쇄되고 장점은 부각되고 있는 최근 상황도 투자의 좋은 근거가 된다. 원통형 배터리의 태생적 단점은 원형 구조상 배터리 팩 내부에 생기는 불용공간(Dead space, 원과 원 사이 채워지지 않는 틈새)과 다수의 소형 배터리 셀이 조립되면서 무거워지는 무게,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의 복잡성 증가 등이 꼽혀왔다.

그러나 ‘4680’처럼 크기와 밀도, 출력을 키운 새 규격의 원형 배터리 양산이 본격화되면 불용공간, 무게, 관리의 복잡성이란 단점도 유의미하게 축소된다. 동시에 생산의 용이성이란 고유 장점은 유지되므로 전기차 시장에서 원통형 배터리의 경쟁력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의 주요 경쟁업체들도 원통형 배터리 시장 공략을 가속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선 경쟁 우위 유지를 위한 선제적 투자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는 시기다.

삼성SDI는 지난해 말 천안에 지름 46mm 원통형 배터리 생산라인 구축을 시작했다. 전세계 배터리 시장 매출 및 생산규모 1위 업체인 중국 CATL도 BMW와 손잡고 원통형 배터리 공급에 나선다. 북미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차량용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 중인 파나소닉은 미국 캔자스시티에 50GWh 규모의 공장 구축을 추진 중이다.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테슬라는 원통형 배터리의 자체 생산을 위한 기술 개발과 공장 증설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미국 네바다주에 35억달러를 투자, 100GWh 생산규모를 갖춘 원통형 배터리 생산 공장을 만들기로 했다. 전기차를 연간 200만대나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다.

스타트업인 리비안도 배터리 내재화에 열심이다. 하지만 자체 양산 시점은 예정보다 계속 연기되고 있다. 업계에선 생산 노하우 등의 문제로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 내재화에 100% 성공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고품질 배터리 기술과 생산 공정 노하우, 충분한 수율 확보 등의 문제는 다수의 시행착오 없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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