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FP 후발주자' LG엔솔·SK온, 시제품 첫 선
- LFP 배터리 점유율 2년 만에 5배↑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LFP 배터리에 시큰둥했던 국내 배터리 3대 기업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무서운 속도로 LFP 시장을 치고 나간 중국과는 달리, 국내서는 전시회를 빌려 이제라도 대응에 나선 모양새다. 업계서는 한국이 중국을 따라가는 처지가 됐다며 못내 아쉬운 분위기다.
지난 15일부터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진행 중인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3’이 역대급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공식 집계 전이지만 관람객 규모가 사상 최대일 것으로 관측된다. 전기차 산업에 대한 중요도와 관심이 커졌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 행사의 핵심 키워드로 ‘전고체전지’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꼽을 수 있다. 전자는 미래에 대세가 될, 후자는 현재 대세로 떠오른 제품이다.
전고체전지는 액체가 아닌 고체전해질을 활용해 성능과 안정성에서 기존 리튬이온배터리를 압도할 ‘꿈의 전지’로 불린다. LFP 배터리의는 국내 3사가 주도하는 삼원계 대비 구식 기술로 치부됐으나 전기차 1위 테슬라를 필두로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연이어 채택하면서 ‘뜨거운 감자’로 거듭났다.
전고체전지의 경우 상용화까지 수년 이상 남은 상태다. 국내에서 한발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삼성SDI가 제시한 시점이 2027년이다. 상승세가 가파른 LFP 배터리가 현실을 보여주는 척도인 셈이다.
◆ LFP 흐름 인식했지만…현실은 정반대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LFP 배터리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다. 에너지 밀도 한계로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CATL, BYD 등이 LFP 배터리를 내세워 무섭게 치고 나갈 때도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하지만 LFP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과 안정성이 주목을 받자 분위기는 반전됐다. ‘값싼 만큼 많이 넣으면 된다’는 테슬라의 판단에 폭스바겐, 포드, 현대기아차 등이 공감하면서 LFP 배터리 비중은 점차 높아졌다.
시장조사기관 EV볼륨에 따르면 2022년 LFP 배터리 점유율은 27.2%로 2020년(5.5%)대비 약 5배 증가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큰 영향도 있으나 LFP 배터리 선호도가 올라간 건 분명한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진작부터 이같은 흐름을 인정한 바 있다. 김정한 포스코케미칼 양극재연구그룹장은 지난해 “어떤 시나리오를 고려해도 LFP 배터리만큼 가격 경쟁력을 갖기는 어렵다. 마냥 무시할 수 없고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전기차가 엔트리급, 미들급, 프리미엄급 등으로 세분화할 텐데 성장성이 큰 건 첫 번째와 두 번째다. 이들 제품에 LFP 배터리 탑재가 확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도 부랴부랴 대응에 나섰고 이번 전시회에 LFP 배터리 시제품을 선보였다. 지난 몇 차례 인터배터리 기간 중 니켈·코발트·망간(NCM) 또는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 홍보에 집중한 한국 기업들이 구형 배터리를 앞세운 건 낯선 모습이다.
별도 언급이 없던 삼성SDI도 지난 15일 LFP 배터리 개발을 공식화했다. 주요 고객들이 움직이자 소재사인 포스코케미칼은 “LFP 양극재 사업 진출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 부스에서 LFP 배터리를 한참 응시하던 한 방문객은 “결국 한국이 중국을 따라가는 처지가 됐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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