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KT 이사회가 윤경림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사진>을 차기 최고경영자(CEO) 단수 후보로 확정했다. 윤 사장은 구현모 현 KT 대표에 이어 ‘디지코’(DIGICO·디지털플랫폼기업) KT를 이어받을 적임자로 평가됐다.
이 같은 이사회의 결정은 최근 정치권이 ‘KT 흔들기’에 나선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의미가 깊다. 다만, 정부와 여당은 여전히 KT의 대표 선임 절차를 문제삼을 가능성이 크다. 향후 KT의 후속 대응과 앞으로의 진행 상황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7일 오후 KT 이사회는 차기 CEO 후보자 4명에 대한 면접을 진행하고, 윤 사장을 차기 CEO 단수 후보로 최종 낙점했다.
윤 사장은 신수정 엔터프라이즈부문장(부사장), 임헌문 전 매스총괄(사장), 박윤영 전 기업부문장(사장) 등 타 후보를 제치고 이사진의 최종 선택을 받았다. KT는 이달 말 주주총회를 열어 윤 사장에 대한 대표 선임 승인을 요청할 계획이다.
하지만 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이 윤 사장을 부적격하다고 판단할 경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앞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2일 성명을 내고 “KT 이사회가 차기 대표 후보자로 KT 출신 전·현직 임원 4명만 통과시켜 그들만의 리그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에서도 KT가 4인 후보를 발표한 이후 “주인이 없는 회사는 지배구조가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며 사실상 KT를 직격했다.
일각에선 정부·여당이 소위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기 위해 소유분산기업인 KT를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왔다. 외부 공모 당시에도 이명박·박근혜 정부 장·차관 출신부터 윤석열 캠프 출신까지 정치권 이력을 자랑하는 이들이 대거 몰린 터였다. 하지만 이들이 심사 과정에서 모두 탈락하자 정치권이 으름장을 놨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종 후보가 윤경림 사장 한명으로 추려진 이후에도 이 같은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 의원들은 KT의 1대 주주인 국민연금을 향해 적극적으로 의사결정에 목소리를 내라며 스튜어드십코드를 주문할 공산이 크다. 대통령실도 다시 한 번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투명성을 언급하며 KT를 압박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KT는 일단 공개 경쟁 방식으로 대표 선임 절차를 진행했다는 명분을 갖고 있는 만큼 윤경림 사장에 대한 대표 선임을 그대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 공백 등으로 인한 경영 불확실성을 최대한 해소하기 위해서도 지금의 절차를 원점으로 돌리긴 어렵다.
강충구 KT 이사회 의장도 최종 후보 확정 직후 “최근 정부와 국회 등에서 우려하는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이슈와 관련, ESG 경영 트렌드 변화에 맞춘 지배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도록 하겠다”며 정치권의 비판을 미리 차단했다. KT는 외부 컨설팅과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통해 객관성을 갖춘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결국 당락은 이달 말 주주총회 투표를 거쳐야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8.53%)이 차기대표 선정에 찬성표를 던질지가 관건이다. 지금으로선 대통령실과 여당의 불만을 의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KT와 지분을 맞교환한 신한은행(5.58%)과 현대차(4.69%)도 마찬가지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만약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주주의 반대로 이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KT의 새 대표 선임안이 부결되면 KT는 다시 처음부터 선임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심각한 경영 공백을 걱정해야 한다. 현 구현모 대표의 임기는 이달 30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