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정부·여당이 KT 차기 대표이사 인선에 개입하면서 또 다시 KT 주가가 출렁이고 있다. 한 때 4만원 가까이 올랐던 KT 주가는 지난 3일 3만450원에 그쳤다. 지난해 8월 31일 3만9300원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무려 23%나 하락한 수치다.
앞서 KT 이사회는 구현모 현 대표의 연임 의결을 취소하고 원점에서 대표이사 인선 절차를 시작했다. 하지만 구 대표는 지난달 23일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히며 후보에서 사퇴했고, 지난 2월 28일 33명의 후보 가운데 4명의 전·현직 KT 임원을 숏리스트(압축후보군)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일 국민의힘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그들만의 리그’, ‘이익카르텔’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통령실에서도 “민생에 영향이 크고 주인이 없는 회사, 특히 대기업은 지배구조가 중요하다”며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사실상 반대의사를 밝혔다.
이처럼 여권과 정부의 무리한 인사 개입이 이어지면서 KT 주가도 영향을 받고 있다. 일례로 사실상 구현모 대표의 연임이 구체화되던 12월 27일엔 3만6300원에 달하던 주가는 28일 구 대표가 차기 CEO 단독후보로 결정되고 1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경선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반대 의사를 밝히자 곧바로 3만3850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구 대표가 CEO 후보에서 자진 사퇴한 지난 2월23일엔 또 다시 3만1700원으로 하락했으며, 숏리스트 발표를 앞둔 27일 정치권 일부 인사가 유력하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3만원 밑으로(2만9950원) 떨어졌다. 28일 최종면접후보 4인이 발표됐으나 여권과 대통령실이 이를 비판한 28일 이후엔 3만450원으로 낮은 추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하나증권은 지난 3일 “KT 주가는 DPS 전망 불확실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기대배당수익률 약점으로 평가한다”며 “2만5000원까지 주가 하락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하나증권은 지난달에도 보고서를 통해 “KT는 경영진이 중도에 하차한 경우가 많았고, CEO가 교체될 때마다 경영 정책 변화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며 “이석채 회장 퇴임 시점인 지난 2013년 9월에는 4만원대엤던 KT주가가 하락세를 보였고, 2020년 1월 황창규 회장 퇴임 때에도 비슷한 양상”이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같은 불안정성이 이어지자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네이버 종목 토론방에는 정치권의 과도한 인사 개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일부 주주는 “국민연금은 이유도 없는 27일 연속매도로 회사 주가를 폭락시키고 있다”고 비판하며 KT주주모임 카페 개설을 알리기도 했다.
실제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행보도 주목된다. 지난 3일 국민연금이 약식 공시한 주식 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KT 지분율은 지난 2월 27일 기준 8.53%로 줄었다. 이는 직전 보고서 10.63%에서 무려 2.10% 낮아진 것이다. KT가 차기 대표이사 선임 리스크로 몸살을 앓는 동안 약 548만2260주를 팔아치우며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 책임 원칙)를 내세우며 구 대표 연임을 반대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