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삼성파운드리④] 이재용의 2030 시스템반도체 비전 'D-7년'
디지털데일리
발행일 2023-02-20 14:14:07
1983년 2월 ‘도쿄선언’이 40주년을 맞았다. 이병철 창업회장이 반도체 사업을 하겠다고 발표한 해다. 그로부터 10년 뒤 삼성은 메모리 세계 1위에 올랐고 30년이 지금까지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이제 삼성은 메모리보다 시장 규모가 2배 이상 큰 시스템반도체 공략에 나선다.
삼성은 파운드리 분야에서 확실한 2위로 거듭나는 데 성공했으나 1위 TSMC와의 격차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사업 구조에 따른 태생적 한계, 부족한 정부 지원 등이 발목을 잡는다는 평가다. 본지는 4회에 걸쳐 삼성 파운드리의 명암을 짚어보고, 미래 경쟁력을 위한 제언을 담아보고자 한다.<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지난 2019년 4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은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공개했다. 오는 2030년까지 133조원에 투입해 설계(팹리스), 위탁생산(파운드리) 등을 종합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1위에 오르겠다는 프로젝트다. 2021년에는 투자 규모를 171조원으로 확장했다.
약 4년이 흘렀고 앞으로 목표 시점까지 7년 정도 남았다. 그동안 성과가 없던 건 아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TSMC와 격차를 좁히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개발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업황이 불확실한 올해가 향후 행보를 좌우할 분수령으로 여긴다.
◆첨단 공정 최적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논란에 자유롭지 못했다. 첨단 공정을 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로 수주를 따냈으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다. 수율, 납기 등 핵심 요소에서 TSMC에 밀려 5나노미터(nm) 및 4nm 공정 경쟁에서 사실상 완패했다.
이후 절치부심한 삼성전자는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5nm, 4nm 수율을 일정 수준 이상 끌어올린데다 세계 최초 3nm 기술 상용화에 성공했다. 올해는 공정 안정화가 관건이다.
작년 말 TSMC도 3nm 반도체 생산에 돌입했다. 삼성전자가 우위를 가져가기 위해서는 최소 유사한 수율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극자외선(EUV)용 펠리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펠리클은 포토마스크를 보호하는 초박막 필름으로 반도체 회로 패턴을 새기는 노광 공정에서 쓰인다.
구체적으로 노광은 포토레지스트(PR)를 바른 웨이퍼에 회로가 새겨진 포토마스크를 올리고 빛을 쬐는 단계인데 이때 포토마스크 오염을 막는 게 펠리클이다. 기존 불화아르곤(ArF)과 달리 EUV는 모든 물질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서 전용 펠리클이 필요했다. 다만 투과율을 높이기가 쉽지 않아 제품 개발 자체가 쉽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자체 또는 협력사들을 통해 상당 부분 진척을 이뤄냈고 본격 도입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UV용 펠리클을 적용하면 비용과 수율 등의 개선에 긍정적이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3nm와 함께 게이트올어라운드(GAA) 트랜지스터 공법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TSMC는 기존 핀펫(FinFET) 트랜지스터로 3nm를 운영 중으로 2nm부터 GAA 활용 예정이다. 이에 따라 선제적으로 GAA 고도화를 진행한다면 TSMC와 차별화 포인트를 둘 수 있다. 내후년부터 개화할 차세대 EUV인 ‘하이 뉴메리컬어퍼처(NA)’ 공정 및 소재 연구개발(R&D)도 집중해야 할 분야다.
◆파운드리 투자 가속화 국내와 미국 공장 투자도 2023년 중요한 과제다. 우선 국내에서는 경기 평택캠퍼스 중심으로 증설이 이뤄지고 있다. 3공장(P3) 내 파운드리 라인은 연내 가동하게 된다. 당초 일정보다 밀린 만큼 최대한 완성도를 높여 생산 개시하는 것이 숙제다. 이어 4공장(P4) 설립 작업을 지속하는 한편 5공장(P5)도 첫 삽을 뜬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작년 8월 경기 기흥캠퍼스에 착공한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도 구축이 한창이다. 2025년 중순 가동 예정인 만큼 공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 2028년까지 20조원 투입되는데 첨단 공장에 들어가는 금액과 맞먹는 수준이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 1라인도 구축 중이다. 클린룸(먼지 등 외부 이물질 유입을 막고 온도, 습도, 압력 등을 미세 제어하는 공간) 작업을 앞둔 가운데 이르면 올해 1분기 기공식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 장비 투입 등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으나 삼성전자는 오는 2024년 하반기 가동에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향후 2라인도 들어설 전망이다. 이곳에서는 ‘쉘 퍼스트’ 전략이 도입된다. 이는 클린룸을 선제적으로 건설하고 시장 수요와 연계한 탄력적인 설지 투자를 단행하는 것을 일컫는다. 쉽게 말해 주문량에 맞춰 시설 구축 속도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1라인에 이어 2라인 기초 공사는 늦지 않은 시점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 전용 AP 개발 본격화 파운드리 부문만큼이나 시스템LSI도 중대한 시기를 맞이했다. 우선 갤럭시 전용 AP 개발에 착수한 점이 눈에 띈다. 모바일 경쟁자인 애플이 아이폰에 A 시리즈를 탑재하는 것처럼 삼성전자도 갤럭시S 등에 특화된 AP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최원준 삼성전자 모바일익스피리언스(MX) 개발실장(부사장)이 새로 신설된 AP솔루션개발팀장을 겸직하게 됐다. 해당 팀은 퀄컴 AP 스냅드래곤 시리즈의 갤럭시 호환성을 높이는 동시에 시스템LSI 사업부가 설계할 엑시노스 칩 개발 과정에서 협업할 것으로 보인다.
일련의 절차를 통해 갤럭시 에코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스마트폰 중심으로 갤럭시탭, 갤럭시북, TV, 가전 등과 연계성을 향상해 자체 생태계를 확장하려는 구상이다.
이외에도 소니와 경쟁이 치열한 이미지센서 시장에서도 2억화소를 넘어 장기적으로 6억화소 제품까지 생산하겠다는 로드맵을 최근 공개했다. 이미지센서의 경우 스마트폰, 자동차에 이어 로봇, 가전,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으로 영역을 넓힐 방침이다. 이외에 전력관리칩(PMIC), 차량용 AP 등 포트폴리오 확대에도 전사적인 역량을 쏟기로 했다.
◆반도체 생태계 및 시너지 강화 삼성전자는 TSMC처럼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전반을 아우를 수 있도록 조직 개편 및 협력사와 동맹을 강조하고 있다.
파운드리 측면에서는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들과 공동 과제를 늘리면서 DSP 자체적으로도 신규 고객 및 프로젝트 발굴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국내 팹리스 기업들에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 및 사업화 지원 등을 통해 잠재적 고객 및 내수 설계 시장 육성 등도 시행할 계획이다.
내부적으로는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등 계열사와 시너지를 모색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는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및 마이크로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삼성SDI와는 포토레지스트(PR) 등 반도체 소재, 삼성전기와는 플립칩(FC)-볼그레이드어레이(BGA) 등 분야에서 협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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