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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법 윤곽…삼성·SK '中 메모리 공장' 운명은?

- 이달 중 세부사항 제시…‘가드레일’ 조항 촉각
- 韓 반도체 지원법은 제자리걸음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반도체 및 과학법(반도체법)’ 대응에 분주하다. 조만간 공개될 세부 지침에 따라 중국 생산라인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이달 안으로 반도체법 보조금 신청 절차, 지급 일정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지 정부는 주요국 및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8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반도체법에는 자국 내 반도체 투자 기업에 527억달러(약 67조원) 규모 보조금과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 업체들이 촉각을 기울이는 건 ‘가드레일’ 조항이다. 지원을 받은 기업들은 향후 10년간 미국 안보에 위협을 주는 국가에 반도체 투자를 할 수 없다는 것이 골자다.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마련된 조항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첨단 패키징 및 연구개발(R&D) 시설을 미국에 구축할 계획이다. 향후 추가 투자도 유력한 것으로 관측된다. 양사 모두 반도체법에 따라 지원을 받게 된다.

삼성전자 중국 시안사업장
삼성전자 중국 시안사업장
문제는 두 회사가 중국에 메모리 공장을 가동 중인 점이다. 삼성전자는 시안, SK하이닉스는 우시에 각각 낸드플래시와 D램 제조기지를 두고 있다. 규모도 작지 않다. 삼성전자의 낸드 생산량 40%, SK하이닉스의 D램 생산량 50% 수준을 중국 사업장이 책임지고 있다.

지난해 1년 유예 기간을 받은 데다 기존 시설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만큼 당장 문제는 없으나 장기적으로 영향이 불가피하다. 공장 유지보수 차원에서 일부 장비 교체가 필요하고 메모리 공장의 경우 세대교체에 따른 라인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가드레일 조항이 어떤 식으로 정해지느냐에 따라 중국 사업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내 합법적 로비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대미 대관 업무조직을 강화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정부와도 긴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불확실한 환경에 대한 대비책도 수립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중국 공장을 안정적으로 돌리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매우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는 “팹을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이 온다면 팹 또는 장비를 매각하거나 설비를 한국으로 가져오는 등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미국 반도체법 윤곽이 드러나는 와중에 조세특례제한법 등 ‘K칩스법’은 지지부진하다. 지난달 정부에서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액을 상향하는 개정안을 내놓았으나 국회에서는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최근 글로벌 경기둔화, 금리 인상, 반도체 불황 등 경제여건 악화로 민간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며 “이번 정부의 결정은 국나 반도체 위기 극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한다. 업계의 중장기적 투자계획 수립을 위해 이달 내 신속한 입법 추진을 국회에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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