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지식재산권(IP)을 이미 양도한 창작자가 영상저작물 최종제공자에 추가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저작권법 개정안 관련 국회 공청회가 9일 개최됐다. ‘오징어게임’을 계기로 넷플릭스의 IP 독점 계약방식이 화두에 오른 가운데, 창작자와 플랫폼 간 상생방안을 논의하자는 취지다.
다만 이날 논의는 평행선상을 달렸다. 플랫폼 사업자가 창작자에 보상을 해야하는 주체가 왜 플랫폼이 돼야하는 지에 대한 합리성을 지적했다면, 창작자 측은 거듭 추가 보상의 필요성만을 이야기하며 논의는 공회전했다.
◆ 넷플릭스가 쏘아올린 공…IP 양도 계약방식 ‘발단’
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는 전체회의에서 공청회를 개최하고 저작권법 개정에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
현재 국회에는 노웅래 의원(더불어민주당)안과 성일종 의원(국민의힘)안, 유정주 의원(더불어민주당)안, 이용호 의원(국민의힘)안, 도종환 의원(더불어민주당)안 등 총 5건의 저작권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이 가운데 쟁점이 된 건 성일종 의원안과 유정주 의원안이다. 이들 법안은 모두 이미 IP을 양도한 저작자·실연자·영상저작물 저작자가 이를 최종 제공하는 방송사·극장·OTT 등 플랫폼에 추가 보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개정안은 2021년 국정감사에서 오징어게임을 계기로 넷플릭스의 IP 독점 계약방식이 화두에 오르자, 그 연장선상에서 마련됐다.
넷플릭스는 제작사에 제작비부터 해외에서의 마케팅·더빙 작업 일체를 지원하고 IP를 양도받는 계약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이 경우 콘텐츠 흥행에 따른 추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없어 창작자들의 의욕을 상실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 감독 평균 연봉 1800만원…“의사 등 안정된 직업으로 인재 유출 문제” 호소
이날 창작자 측 진술인으로는 김병인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대표와 이해완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플랫폼 측 진술인으로는 노동환 콘텐츠웨이브 정책협력팀장과 이규호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공청회에 참석했다.
먼저, 창작자 측은 “추가 보상이 아닌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플랫폼의 정당한 보상이 안정적인 창작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창작자 측 진술인으로 나선 김병인 대표는 “넷플릭스가 최근 시청률 기준으로 발표한 TOP100에는 한국 콘텐츠 15편이 포함됐다. 전 세계 국가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콘텐츠를 올렸다”라며 “이런 K-콘텐츠의 국위 선양에도 불구, 국내 창작자들이 받는 보수 수준은 형편없다”고 토로했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이 2020년 조합원 258명과 비조합원 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창작자(감독) 공정환경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감독이 1년 동안 받는 평균 연봉은 약 1800만원 수준으로, 이는 1년 차 미만의 웹툰 신입작가가 받는 초봉(9900만원)과 비교해 터무니없이 적다는 지적이다.
정당한 보상 문제는 인재 유출로도 이어진다고 호소했다. 최근 젊은세대가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직업을 선호하는 가운데, 특정 직군으로 인재 쏠림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저작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정당한 보상은 고수익과 명예, 일과 삶의 균형 등을 추구하는 성향이 뚜렷한 젊은세대가 직업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라며 “이에 의사와 같은 안정적인 직업으로 인재가 많이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K-콘텐츠의 위상이 이어지기 위해선 업계 내에서 안정적인 수익원을 보장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창작자의 계약에서 플랫폼은 제3자인데……보상 주체의 비합리성 지적
플랫폼 측은 창작자에 충분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공감하면서도, 창작자에게 보상해야 할 주체의 비합리성을 지적했다.
업계에 따르면 드라마 초방에 대한 수익배분 계약은 제작사(방송사)와 창작자 간, 그 뒤 콘텐츠 유통에 대한 계약은 제작사(방송사)와 플랫폼 간 이뤄진다. 이에 플랫폼 측은 창작자와 직접적인 계약을 맺지 않은 플랫폼이 추가 보상의 주체로 지목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대신 플랫폼 측은 창작자에 간접적으로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작사(방송사)가 플랫폼과의 계약에 따른 수익을 창작자와 재배분하는 방식이다. 또 제작사(방송사)를 통해 충분한 보상을 지급하고 있음에도 불구, 추가 보상을 청구하는 것은 이중과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플랫픔 측 진술인으로 나선 노동환 팀장은 “넷플릭스는 (제작 전 단계의) 콘텐츠를 골라 IP를 양도받은 뒤 콘텐츠를 직접 제작·유통하는 구조로, 창작자와 직접적인 계약 관계에 있다”라며 “반면 국내 OTT는 제작사로부터 콘텐츠를 공급받기 때문에 제작사와 창작자간 계약 관계는 알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외 OTT와 비교해 자본력에서 크게 뒤떨어지는 국내 OTT사업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창작자와 상생하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라며 “수익배분을 잘 할 수 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는 경우 영상저작물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영상콘텐츠를 오픈하기 전까지 그 성패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고정된 예산 중 추가보상금을 고려해 초기 리스크를 낮출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흥행이 보장되는 장르에 제작투자가 집중되어 콘텐츠의 다양성 감소 및 K-콘텐츠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다만 해당 개정안을 발의한 유정주 의원은 “K팝 붐이 불기 전부터 저작권료는 징수됐으며, 저작권료는 오히려 K팝이 글로벌시장에서 성장하는 동력이 됐다”라며 (추가 보상금 청구가)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주장은 신뢰가 없다. 보상권 도입으로 산업 경쟁력이 악화되거나, 붕괴한 선례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 넷플릭스 유럽선 추가보상금 지급…“사실관계 확인 필요”
이날 공청회는 3시간 가량 진행된 가운데 양측의 사실관계가 엇갈리면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해외에서 추가 보상금 청구 제도를 도입한 사례와 관련 창작자 측은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이미 적극 시행되고 있다고 주장한 반면, 플랫폼 측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김병인 대표는 유럽의 사례를 들면서, “넷플릭스는 유럽연합(EU) 저작권지침에 따라 이미 2020년 독일의 창작자에게 천만 시청완료가구(Completer) 당 고정된 금액을 공정하고 비례적인 보상금으로서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합의를 이끈 넷플릭스의 국제노사관계 수석변호사 Rachel C. Shumacher는 합의문을 발표하며 ‘공정하고 비례적인 보상금을 보장하는 것은 우리에겐 핵심적인 중요성을 가진다. 우리는 그것이 우리와 예술가들의 관계, 그리고 독일 창작집단과의 지속가능하고 믿음직한 파트너쉽의 초석이라고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환 팀장은 “저희가 파악한 바와는 다르다. 몇 개 국가에서만 도입됐으며, 일부 국가에선 도입에 대한 논의가 있지만 부작용을 우려해 신중론을 취하고 있다”라며 “EU 국가들을 살펴보면 보상청구권을 도입하지 않은 미국이나 일본, 중국, 한국과 비교해 영상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 제도의 도입 여부는 국가별 콘텐츠 경쟁력 수준과 환경과 관계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추가 보상금 청구 제도 도입이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해당 제도가 실제 도입된 사례가 있는 지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이미 관련한 용역을 발주한 가운데 해당 용역은 오는 5월 마무리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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