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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합병...침체된 배달대행, 시장재편 ‘속도’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1년 넘게 신규 투자를 유치하지 못한 배달대행 플랫폼 업계가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현금성 리베이트로 지역 배달지사를 뺏고 뺏기는 경쟁으론 생존이 힘들다고 판단, 동종업계 내 합병이나 다른 산업으로 매각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동맹을 맺는 모습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바로고는 배달대행 플랫폼 ‘딜버’ 운영사 더원인터내셔널과 합병 절차를 진행, 올해 상반기 내 마무리한다. 바로고는 더원인터내셔널 지분 100%를 대상으로 하는 주식의 포괄적 교환계약을 체결했다.

딜버는 지난해 12월 배달건수 약 300만건을 기록, 전년대비 약 40% 상승했다. 업계 처음 iOS 버전 라이더 앱을 만들어 휴대폰 기종 상관없이 배달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든 업체다. 바로고는 딜버 300만콜이 더해지며 생각대로·만나플러스 등 경쟁업체들과 콜 수 격차를 둘 수 있게 됐다. 이외 양사 기술력으로 플랫폼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목표다.

그간 배달대행 플랫폼 업체들은 현금성 리베이트를 통한 영업 활동을 통해 콜 수를 높이는 데 치중해왔다. 코로나19 시기 배달업계가 수혜를 받고 투자금이 몰릴 당시엔 이런 영업 방식이 문제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엔데믹 전환과 금리인상 기조에선 배달대행 플랫폼이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지 못했다.

현재 배달대행 업계에서 1순위로 중요한 부분은 현금 유동성 확보다. 지난해 1월 이후 신규투자에 성공한 주요 배달대행 사업자는 전무하다. 이에 신사업 발굴을 중단하고 신규 채용 규모를 줄이는 흐름이 생겨난 것이다. 업계 간 출혈경쟁을 불러오던 현금성 리베이트 영업 방식 또한 어렵게 됐다.

투자시장이 단기간 활기를 찾기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자 플랫폼사들은 업계 안팎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동맹자’를 찾아나섰다. 바로고가 동종업계 속한 딜버를 합병하고, 최근 유통·소싱 전문 기업 휴박스와 함께 상점주 위한 온라인 스토어를 새롭게 연 이유다.
‘부릉’ 운영사 메쉬코리아도 물류 정보기술(IT) 인프라를 필요로 하는 유통업체에 매각을 통해 생존방식을 택했다. 한때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기업을 목표로 하던 메쉬코리아는 추가 투자유치에 실패하며 자금난을 겪고 법정관리 절차까지 들어갔다. 대출금마저 갚지 못하는 위기 상황에서 돌파구는 hy(한국야쿠르트)로의 지분 매각이었다.

hy는 메쉬코리아 지분 67%를 800억원에 인수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매각딜을 통해 메쉬코리아는 360억원 이상 주요 채무를 상환할 수 있었다. 양사는 야쿠르트 전동카트 ‘코코’가 닿지 못하는 지역들에 이륜차를 활용해 배송할 수 있도록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지역 배달지사를 확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배달대행 플랫폼사들은 기업간거래(B2B) 사업을 확장하는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기존 음식뿐 아니라 생활용품 등 소화물까지 빠르게 배달 받고 싶어하는 수요와 맞물리면서 배달대행 B2B 시장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고와 합병한 딜버와 만나플러스, 슈퍼히어로, 딜리온그룹 등 배달대행 플랫폼 4개사는 최근 카카오모빌리티와 ‘배송대행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카카오T 도보배송에서 3km 이내 근거리 배송 중 일부를 공유 받아 수행하기로 한 것. 만나플러스는 편의점 GS25, 슈퍼마켓 GS더프레시 매장 배달 수행도 맡게 됐다. 바로고는 서울 강남권 일부에서 이마트 ‘쓱고우’ 2호점 배달을 수행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영세한 곳 중에선 사업이 중단되는 반면, 기술력을 갖추는 등 알짜배기 회사들은 점차 손 내미는 기업들이 많아져, 전반적으로 시장재편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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