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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10주년 맞은 메쉬코리아가 선례로 남긴 것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2013년 1월 설립된 메쉬코리아는 올해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많은 스타트업 중 10년 이상 사업을 이어가는 기업은 많지 않다. 그렇기에 올해 1월은 메쉬코리가 뜻깊은 날을 기념하기에 충분한 달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스타트업 업계에 안 좋은 선례들을 남길 위기에 봉착했다.

먼저는 한때 유니콘 기업을 목표로 하던 메쉬코리아가 자금난으로 법정관리 절차까지 밟게 된 사례가 스타트업 업계에 경각심을 준다.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을 운영하던 메쉬코리아는 궁극적으로 정보기술(IT) 종합 유통물류 기업을 지향했다. 퀵커머스·새벽배송·풀필먼트 등 배달대행 범위를 공격적으로 확대한 이유다.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2017~2018년 메쉬코리아는 네이버·현대자동차 등으로부터 투자받았다. 2019년 유정범 의장 학력·경력 위조 논란을 겪으며 2020년까지 투자유치 공백기를 갖게 됐지만 2021년 7월 1500억원 규모 시리즈E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적자를 감수하면서 외형을 키워온 회사에 얼어붙은 투자 심리는 치명타가 됐다. 1년 이상 신규 투자를 받지 못하자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기 시작했다.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에 연이어 투자받던 메쉬코리아는 지난해 제2금융권에서 대출금을 빌렸고, 이마저 갚지 못해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된 것이다.

법정관리 절차 과정에서도 메쉬코리아는 보기 드문 선례를 남겼다. 통상적으론 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갈지 말지를 결정하는데, 메쉬코리아는 법원에 제출된 회생방안만 총 세 가지다. OK금융그룹이 제시한 P플랜 외에 유정범 의장과 김형설 대표가 각각 ARS를 제출한 것이다. 채권단은 물론 사내이사끼리도 의견을 통합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현재 메쉬코리아는 좋은 선례와 안 좋은 선례 중 하나를 더 남길 수 있는 기로에 서 있다. 전날 메쉬코리아 이사회는 유정범 의장을 해임, 김형설 부사장을 신임대표로 선임했다. 김 대표는 hy(한국야쿠르트)가 800억원에 메쉬코리아 지분 65%를 인수해 이중 600억원을 채무 변제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별 탈 없이 정상화가 진행된다면 메쉬코리아는 ‘성장→몰락→재기’ 과정을 거친 스타트업계 대명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공동창업자들 사이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도 커졌다. 유정범 의장은 이번 이사회가 자신을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한 건에 대해 ‘무효’라고 주장하며 가처분 소송을 예고했다. 이사회는 법적 요건을 모두 충족시켜 진행했다는 입장이지만, 강을 건너버린 듯한 내부분열은 그 자체로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10년이라는 기간 메쉬코리아는 위기와 기회를 반복해왔다. 정작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또 한 단계 도약을 위해 구성원들이 더욱 뭉쳐야 할 때, 메쉬코리아 창업자가 대표직에서 해임되고 당사자는 이를 무효라고 주장하는 모습은 공동창업이 흔한 스타트업 업계 씁쓸한 단면을 보여준다. 이왕이면 메쉬코리아가 진흙탕 싸움 아닌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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