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문기 기자] 소방서에 긴급한 구조 요청이 울려, 빠르게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은 당황했다. 구조신호를 보낸 당사자는 슬로프를 따라 스키를 즐기는데 바빴다. 10번 중 1번은 항상 이런 상황이다. 이 정도면 다른 위급한 환자 구호를 심각하게 방해하는 수준이다.
29일(현지시간) 일본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하쿠바 등 나가노현 4개 시정촌을 관할하는 키타알프스 나가노 소방청은 지난해 12월 16일부터 1월 23일까지 자동 기능을 통해 919건의 긴급전화를 받았지만 약 100건 아이폰 충돌감지 기능을 통해 걸려온 허위 신고였다고 전했다.
애플 아이폰14 시리즈는 충격이 감지되면 화면에 충돌사고가 발생한 것 같다는 경고와 함께 긴급 통화 슬라이더가 표시되고 알람이 울리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사용자가 작업을 도중 취소할 수는 있으나 일정시간 내 취소하지 않으면 아이폰이 긴급 전화를 걸고 음성 메시지를 재생해 사용자가 사고를 당했다고 응급 서비스에 알린다.
구체적으로 아이폰14와 아이폰14 프로, 애플워치 시리즈8, 애플워치 SE 2세대, 애플워치 울트라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일반적인 권장사항은 이 기능을 활성화하는 것이지만 이 기능을 끄기 위해서는 설정에서 긴급구조요청에 접근해 심각한 충돌 후 통화 설정의 토글을 비활성화해야 한다.
나가노 소방청에 따르면 이번 허위 신고의 원인은 바로 스키장에서 비롯됐다. 요미우리신문은 아이폰 사용자가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다 넘어지거나 다른 사람과 충돌했을 때 활성화된 것으로 추정했다. 일정 속도로 달리는 사용자가 충돌로 인해 피해를 본 상황이 마치 차량을 운전하다 사고가 난 것과 비슷하게 판단했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렇다고해서 무작정 이 기능을 비활성화하라고 권고하기도 어렵다. 일본 소방당국 역시 정말 큰 사고가 났을 때 효과적인 기능이라 사용자들에게 꺼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난감한 처지를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허위 전화가 극성이다. 관할구역 내 많은 스키 리조트가 있는 기후현 구조시 소방서의 경우 이달 1일부터 23일까지 351건의 긴급전화를 받았으나 이중 40%에 해당하는 135건이 잘못된 전화였다.
다만,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호주 ABC에 따르면 아이폰 자동 충돌감지 기능으로 인해 경찰이 사고 발생 8분 이내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